[eBook] [세트] 풀꽃도 꽃이다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솔직히 이 소설은 좀... 지루했다. 조정래 선생님의 필력으로 읽히기야 쉽게 읽혔지만, 그래도 내용이 이전 소설들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아서 읽다가 그만둘까를 여러차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의 암담한 교육현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애둘의 엄마답게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서 이 현실을 늘상 듣고 접하고 있었기 때문일거다.

오로지 공부!인 이 나라의 미친 교육, 그 선봉에 서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과, 뒤에서 은근슬쩍 공부지옥을 지원해주고 있는 정부. 그에 편승해 생각없이 돈벌어 먹느라 이런 현실을 부추기는 사교육업자들과 교육자의 사명감에서는 멀어지고 월급받는 샐러리맨과 다를바 없는 많은 교사들...

조정래 선생님은 이처럼 참혹한 교육현실들과 그 원인을 이 소설을 통해 해부하고, 그 해결방안은 우리 각자의 생각을 바꾸고 함께 노력하는 일일 뿐임을 역설하고 있다. 소설 곳곳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일흔을 넘긴 노작가의 통찰력에는 늘 그렇듯 감탄하게 된다.

 

물론 그와중에도 자기 꿈을 찾는 씩씩한 아이들이 있고, 그 꿈을 지원하는 많은 부모들과 선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강조하듯이 (기득권의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고 혁신학교가 확산되면서 교육현실이 달라지고 있다는 조그만 희망들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나라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다. 좋은 나라의 씨앗은 교육과 언론의 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와 대안학교가 암울한 현실에 지친 부모와 아이들에게 숨쉴 구멍이 되어 주고. 주류언론이 점점 더 쓰레기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대안 언론들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신뢰와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 내눈에는 현실이 바뀔 여지는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다.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 부모와 대응하는 아이와 이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선생님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단단한 꿈으로 똘똘뭉쳐 부모를 설득해 나가는 아이도,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만화가가 되고 싶어 가출한 소년과 이 아이를 적극 지지하고 손내밀어줄 교사도, 가난하지만 기술 하나 잘 배워 잘살겠다는 결심으로 죽기살기로 앴는 아이도, 다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인 것만 같다. 현실 속의 아이들은 이미 1등급 아니면 죽음, 판검사 의사가 아니면 찌질이라는 세뇌를 당해버린 속이 텅빈 인형들이 되고 있는데... 이 소설속 에피소드들은 조정래 선생님답지 않게 너무 희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지.... 그냥 이건 나의 오해일 뿐일 것이다. 내 주변의 대다수 사람들이 자식교육에 열의를 쏟는 것만이 이 시대의 훌륭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데서 비롯된. 사실 아이들은 우리같은 꼰대 어른들과는 다르게 푸릇푸릇 여전히 자라나고 있고 새로운 생각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이므로 어른들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면 변화의 폭은 점점 커질 것이다. 노오오오력을 해도 비정규직으로 월세방도 구하기 힘든 이 헬조선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변화는 정말 시급하다.

 

일단은 나부터.. 부모로서 마음을 다잡자. 아래의 말들을 되새기면서!!

 

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기존 사회가 그렇게 횡포를 일삼으면서도 절대 권력 위에 건재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매스컴들을 선봉장으로 두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세상 사람들 절대다수가 자기도 기존사회의 특권층에 들고자 하는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혀 살인적인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한 핏줄이되, 그 생명체로서의 존재는 완전히 별개의 돌립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개성도, 능력도, 성격도 다 다르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의 인생도 다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

`탈선 예방`이라는 말은 학생 전체를 잠재 범행자로 인식시키면서 학생들을 `잠재 범행자`로 취급하는 것은 얼마나 논리 모순이며 인권 침해입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