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icare 2011-04-06  

토마스 베른하르트-예전에 '비트겐슈타인의 조카' 그리고 또 뭐 한 권 아주 재미나게 읽었더랬어요. 지극히 비관적이면서 공감되었던 작가였는데....'소멸'이란 책도 나왔나봐요. 아마도 비트겐조카는 절판이나 품절되었겠죠. 벌써 10년은 넘은 듯 하고  

 

이 쓸개빠진 백성들과 그 상전들의 나라에는 좋은 걸 오래오래 남겨두는 법이 없쟎아요,거의. (추풍악습은 어찌나 광적으로 유지들 하시는지.) 그래서 부모님 슬하에 있던 시절에는  코를 킁킁거리며 신간 냄새를 맡아  그 중 절판될 거 같은  책들 초판으로 산다고 괜히 혼자 분주했었죠(개뿔) 

  

검색해보니 '한 아이'인 듯 합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책은 순전히 송영의 단편 '시월당원'(?)에서 언급된  사라 베른하르트 때문에 읽게 됐었어요.남동생쯤 되나 하면서 ^^그의 책을 읽으면서,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등등을   읽으면서, 이렇게 복잡하고 Vulnerable한 남자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견딜까 괜히 내가 괴로왔었는데.....

 

(실은 지우신  댓글들 봤어요.지우셔도 소용없어요! 늘 뭐 올리시나 눈독을 들여 이 서재를 지켜보고 있는 하니케어 씀)

 
 
Joule 2011-04-0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 4월인데 벌써 참외 장수라니. 동이 터오는 것을 보면서 잠이 들었는데 택배 때문에 자다깨다를 반복해 멍한 상태에서 참외 장수까지 가세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군요. 사람마다 일정 분량의 살의를 갖고 태어난다고 가정할 때 저는 제가 가진 살의를 얼떨결에 오늘 10분의 1은 그 참외 장수에게 써버린 것 같아요. 그래 달리 뾰족한 수는 없고, 침대에 앉아 A4 한 장 분량으로 참외 장수가 왜 내 신경을 이토록 거슬리게 하는가에 대해 썼어요. 의외로 나는 그 참외 장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던걸요. 결론은 그렇게 났어요. 세상의 모든 트럭 장사치들을 줄모의 적 1호로 지정한다. 앞으로 트럭에서는 아무것도 안 산다. 저 정말 단순하죠! 정말 보람찬 하루의 시작 아닌가요.

그리고 일터로 와서 말로의 8번 교향곡을 틀었어요. 참외 장수를 상대하려면 말러 정도는 되어야 하잖아요.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쇼팽이나 브람스로는 안 된다구요. 하긴 그네들도 참외 장수는 상대도 하지 않으려고 들거예요. 그런 기분 아시죠. 머리로는 어떻게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 있지 하면서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음악과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 같은 기분. 그건 섹스같은 것일 수도 있고,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마징가와 쇠돌이가 합체하는 순간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그전까지는 내가 불완전한지 몰랐다가 그 음악을 듣는 순간 내가 얼마나 불완전했는지를 깨달으면서 동시에 그 음악과 함께 완전해지는. 말러가 그래요, 제게는. 어떻게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 해놓고는 말러만 나오면 누가 창밖으로 등을 떠민대도 종달새처럼 활짝 떨어져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아, 무슨 얘기 하려다가 까먹었다. 말러 때문이에요. 저걸 꺼야 하는데 끄러 가지를 못하겠네요. 하스킬과 그뤼미오 협연한 시디 한 장 샀어요. 몇 번 몇 번 하는 거랑 K378 이런 식으로 알파벳 뒤에 세자리 수 붙는 거랑 다르더군요. 몰랐어요. 그러니까 하니케어 님이 바이올린 소나타 34번이라고 하면 모차르트 작품목록에서 그게 K 몇인지 찾아야 하는 거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샀어요. 어제 새벽에 2시간쯤 낑낑대다가. 이제 배달받아서 개봉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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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가 지금까지 달았다가 지운 완전 이상한 댓글들 다 봤어요?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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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아이랑 조카는 절판되었나 봐요. 송여은 어떤 책이 좋아요? vulnerable이라는 단어는 정말이지 손에 들고 있으면 안절부절못하겠지 않아요. ㅋㅋ

hanicare 2011-04-06 17:44   좋아요 0 | URL
송영은 old-fashioned writer(?)라고 해야겠지요.
요즘 송영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요? 한국 단편선에 보면 송영의 단편이 나오겠지만 전 '비탈길 저끝방'이란 단편집에 실려있던 단편들이 인상깊어요.(아,그런데 이것도 절판아닐까요?) 무심하고 나태한 미녀 금자가 살인을 유발하던 작품이랑 아까 언급한 시월당원, 보행규칙위반자들...뭐 이런 단편들요.

저처럼,아니 저보다 훨 지독한 사회부적응자도 있다는 사실에 한때 위로받았답니다.아, 참 그는 상당한 서양고전음악탐닉자이기도 합니다.(송영은 탈영하여 한동안 도피생활을 했어요,이 사람의 단편을 읽으면 고집쟁이 염소가 생각난달까.)간혹 작가 서영은과 약간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요.

전에 말러 얘기하면서 쥴님이 떠올랐었어요.현대인,범위를 확 좁히자면 쥴님에게 잘 어울릴거란 예감이 있었죠.

--- 쾨헬번호가 기억이 안나더군요.찾아보니 K378이네요.(사실34번도 억지로 외운 거에요.)좀 더 부지런하거나 친절할 수 있을텐데,쯧.저도 제가 맘에 안들 때가 많습니다만.

Joule 2011-04-06 19:51   좋아요 0 | URL
하니케어님이 올드 패션드 롸이터,라고 하니까 너무 달콤하게 들려서 괜히 몸이 오그라들어요. (저 deviant, 맞죠?) 안 그래도 송영 책 검색해서 보다가 무슨 음악 수필집인가 있는 거 봤어요. 아는 사람도 몇 안 되는데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꽤 가까운 두 친구가 군대에서 탈영해서 도피 생활을 했더랬어요. 저는 그걸 또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자랑하고 다니고. 남들이 보기에는 한심한 친구의 한심한 친구라고 하겠지만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저에게는 대단한 자랑같아요. 책 검색하면서 왠지 이 작가 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헌책방이라도 뒤져보죠, 뭐.

하니케어님에게 제일 고마운 건 머레이 페라이어예요. 말러도 말러지만. 얘 누구야 왜 이렇게 잘 쳐,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올 때 자켓 찾아보거나 잠시 후에 연주자 소개 들어보면 꼭 머레이 페라이어더라구요. ㅋㅋ 웃기죠. 한 번 씌인 콩깍지는 좀처럼 벗기 힘든가 봐요.

하스킬과 그뤼미어 시디 그냥 아무거나 샀다고 했잖아요. (저녁 6시에) 아침밥 먹으면서 듣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 문장이 떠오르더라구요. "암수 서로 정답구나." 제가 산 시디에는 34번이 없었는데 아무튼 첫 연주가 그 외의 다른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확히 하니케어님의 문장 그대로였어요. 이들의 연주가 전반적으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에는 그 다음에 나오는 다른 곡들은 그 문장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자켓 확인해 보니 제가 들은 그 곡의 쾨헬 번호가 378번이에요. 재밌죠 :>

Joule 2011-04-06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영화 <소울 키친> 보셨어요? 독일 요리 영화인데 꽤 재미있어요. 애들이랑은 무리이고, 낭군님과 보기에는 맥주 한 잔 하면서 보기에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