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점심 1조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후딱 먹고 식자재마트에 당근을 사러 간다. 당근은 월화에는 100g에 190원인데, 수요일이 되고 주말이 가까워지면 380원, 두 배가 된다. 당근과 함께 레몬도 샀다. 보통은 치토스 바비큐 맛도 한 봉 사는데 오늘은 점심을 두둑히 먹어서 군것질 생각이 안 났다. 아침에 해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차를 세워둔 탓에 차 안은 맙소사, 여름이다.


집에 잠깐 들렀다. 고양이는 오전 내 낮잠을 잔 모양이다. 어두컴컴한 작은 방 서랍장 위에서 잠이 덜 깬 멍한 얼굴로 나를 맞는다. 내가 점심 시간에 잠깐 집에 들르는 것을 삼월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긴 자기 생활 리듬이라는 게 있는데 불쑥 내가 나타나면 스케줄이 좀 흐트러지기는 하겠다. 그래도 고양이에게 다가가 고양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다정하게 코에 뽀뽀를 해준다. 잘 잤어? 오늘 해가 좋은데 일광욕이라도 해. 고양이의 귀여움은 광합성으로 생성되는 것. 무릇 귀여운 고양이라면 일광욕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햇볕에 배를 드러내고 발라당 누워서는 머리를 옆으로 꺾고 앞발을 오므려 귀여운 주먹을 만들며 '앙!' 하는 삼월이는 그래서인지 정말 귀엽다. 확신의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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