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지마치 역 앞 자살센터
미쓰모토 마사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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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꿈은 아련하게 번지는 '하얀색'에서 시작되었다. -P7

 

 왜 자살을 해야 하는가.자살은 개인의 생명을 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족과 친우들에게 씻을 수 없는 회환과 비탄을 안겨 준다.나아가 그것은 한 사회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자살은 어느 시대에서든 발생했던 개인적 비극임에 틀림없다.그런데 경제위기를 비롯하여 악화된 관계,우울과 스트레스,치욕과 절망 등으로 인한 삶의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삶에 대한 희망을 내려 놓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근자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사회의 자살율이 세계 최고일 정도이다보니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와 시스템에서 삶의 질이 부쩍 떨어지고 있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자살을 할 정도로 독한 마음과 결의가 서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라고 항간에서 자주 회자가 되곤 한다.하지만 자살을 마음 먹은 장본인은 계속 살아가야 하는가,아니면 자신과 주위를 위해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현세와 하직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를 두고 수도 없이 갈등과 번민을 할 것이다.주위에 자살을 했던 사람들의 사연을 알고 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이고 모멸적이며 아무도 자신을 알아 주지 않은 주위의 무관심과 애정의 결여가 자살을 하는 이들에게 절망의 늪으로 빠뜨렸는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인공이면서 자살을 하려고 자살센터를 찾아가 상담관과 자신의 신상과 가족사를 털어 놓으면서 자살을 결행하는 요스케.삼십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왜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쉽고 빠르게 펼쳐지는 스토리이지만 요스케의 입장과 처지로 돌아가지 않으면 밍밍하기 짝이 없는 음식맛과 같이 연민과 공감을 맛볼 수가 없다.당연 요스케도 비극적이고 결핍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어엿하게 가정을 꾸리며 핑크 빛 미래를 꿈꿔가던 사람이었는데 읽어 가다 보니 부모의 이혼과 형 밑에서 성장하던 결핍된 청소년 시절 그리고 아내가 전철을 타고 가다 어린 자식이 괴한에게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나게 되고,형은 철로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사연을 안고 있다.

 

 직장,신분,경제적 소득 모두가 탄탄한 요스케는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역 앞 자살센터에 노크를 하게 된다.구중궁궐과도 같은 담당관실은 거미줄과 같이 미로로 되어 있다.다섯 차례의 면담,종단의 삶에 대한 구원에도 불구하고 삶을 마감하겠다는 뜻이 변치 않는다.결국 국가의 법률과 규정에 의해 자살은 돌이킬 수 없이 세상과 긴 이별을 하는 것이다.담당관은 요스케에게 몇 번이고 자살을 권고하는 것이 아닌 자살 관리하는 취지하에 사무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차원에서 자살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권유를 하지만 요스케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자살을 결행하기로 한다.결국 담당관의 권유대로 붉은 봉투에 자살 취지서를 아버지,전처(前妻)인 유리(百合)에게 보내고 절친과도 연락을 하면서 마지막 우정을 나누며 진짜 자살 안내원을 따라 자살실로 향한다.흰 상의,검정 하의,회색 내의로 갈아 입고 정해진 시간에 자살 처치원의 각본에 따라 몸에 주사가 놓여지고 몽롱한 하얀 세상을 만난다.요스케는 생전의 형의 모습 그리고 아내 유리를 지키지 못한 죄,갓난 아들이 살해당할 때 자신은 외간 여자와 놀아나던 일이 죄의식으로 변하면서 죽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전처 유리의 애달픈 편지를 접하면서 요스케의 심경에 변화가 온다.유리와 다시 새 삶을 꾸려가고 죽은 아들 유키를 찾아나서겠노라고.

 

 죽음의 문턱에 바짝 서 버렸던 요스케에게 다행히도 심경의 변화가 온 것이 천만다행이다.전처 유리도 남편 요스케에게 마음적으로 죄책감을 느껴 죽음을 시도하려든 것을 알면서 유리를 구원해 달라고 아들의 영혼에 기도하는 모습에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요스케만의 절망과 회한이 자살을 결심하게 하지만 다시 유리와 결합하여 다시 가정을 꾸려가려는 요스케의 태도에서 가족의 힘은 잔잔한 파동과 같이 느껴지지만 그 위대함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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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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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문학은 많이 읽어 보지를 못했다.또한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를 못했기에 글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및 시대,이데올로기와 같은 문화범주에 대한 예비지식을 통해 당시의 상황 및 등장인물의 입장과 처지에서 스스로 반응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재미교포가 쓴 《순교자》를 통해 한국전쟁 속에서 나타나는 종교인과 공산체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상과 심리묘사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전쟁문학의 연장선상에서 써내려 간 《개선문》은 수미일관 불안과 절망의 늪에서 처연한 인간 심리묘사 절망적인 사랑의 속삭임이 교차하면서 내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연합국과 동맹국 간의 피비린내나는 혈전이었고 그 결과는 천문학적 희생을 낳았으며 미.소 양대국 간에 정치,군사적 이념적 경계선을 긋고 말았던 것이다.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수많은 유대인을 대량학살하게 되는데,주인공 라비크는 게슈타포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이하의 고문과 학대를 감내하지만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강제수용소를 탈출하여 프랑스 파리로 불법입국하는 망명자 신세가 된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한 흐릿한 공기와 무기력하고 활력을 잃은 망명자들이 파리 몽마르트 주변으로 몰리고 베를린에서 외과부장이었던 라비크는 야전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도와주고 그 댓가로 수당을 받는 임시직에 있는 몸이다.춤과 노래를 좋아하면서 집시족과 같이 정처없는 생활을 하는 조앙 마두라는 여인과 접촉하면서 라비크는 외롭고 고단하며 휘청거리는 몸을 그녀와 함께하면서 달래고 스스로 위로한다.한편 수술을 맡으면서 알게 된 이탈리아 여자 케이트도 만나는 횟수가 늘면서 라비크와 깊은 사연까지 주고 받게 된다.라비크는 언제 어디에서 프랑스 경관에게 불심검문을 받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눈치 빠르도록 기민하게 행동한다.거처,이름도 수시로 바꾸는 것을 보니 라비크의 입장과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게다가 심리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두 여인 모두에게 자신을 맡길 수가 없는 어중간한 처지가 언행을 통해 일관된다.

 

 엥테르나시오날(인터네셔널) 호텔에서 빌라와 같은 곳으로 옮겨 다니다 프랑스 경관에게 결국 불심검문을 당한 라비크는 스위스로 강제추방 당하게 된다.또한 케이트 여인은 프랑스를 떠나게 되면서 여인 조앙만 남게 된다.라비크는 신출귀몰하듯 또 파리로 들어와 수술과 치료를 하면서 수당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데,뇌리에는 늘 자신의 목숨을 경각에 놓고 저울질하고 아내마저 살해한 게슈타포 수용소의 고문관 헤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다.꿈속에서도 나타나고 몽환과도 같은 실루엣으로도 보이게 된다.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말이 딱 맞는가 보다.헤케가 파리에 나타날 줄이야.라비크는 헤케를 단박에 알아보지만 헤케는 그를 알아 보지를 못한다.헤케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랬을까.헤케를 죽이려 기회만 엿보던 라비크는 몽키 연장으로 소리없이 죽이고 한적한 곳에 시신을 처리한다.

 

 라비크와 조앙 사이가 표면적으로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지만 라비크는 조앙의 마음을 수용하지를 못한다.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라비크는 비합법적 불법체류자이면서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지 모르는 신세이고 조앙이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마음은 물과 기름과 같기만 하다.어찌된 일인지 조앙은 총상을 당하면서 라비크가 수술을 맡게 되지만 조앙은 그만 세상을 등지고 라비크마저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파리를 뒤로 하고 사라지고 만다.라비크가 체포되어 파리에서 사라지고 곧이어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당시의 유럽은 국가 간 팽팽한 임계상태에 놓여 있던 꼴이었으리라.당시 파리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지에서 몰려온 불법 체류자들로 득실거렸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전쟁의 상흔은 정치,군사를 리드하는 권력에서 나온다.전쟁에서는 양쪽 모두 상처를 안게 되고 후유증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라비크는 죽어가는 사람을 관리하는 한 편 두 여인과의 아슬아슬하고 절망적인 사랑을 속삭인다.잿빛 파리의 하늘은 늘 우중충하고 개인 날이 없을 정도이다.마치 휘청거리는 파리의 뒷골목을 응시하는 듯 했다.라비크가 파리를 빠져 나오던 날 어둠은 짙게 깔리고 개선문은 보이지 않더라 라는 말이 이 글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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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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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과 비통에 빠질 때가 많다.나와 피와 살을 나눈 친족부터 가까운 친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이 한 줌의 재로 변할 때 허무할 뿐이다.철이 없던 시절에는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이해를 못해 마음의 방황까지도 했던 적이 있다.그런데 시간과 세월이 흐르고 삶과 죽음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도 스스로 준비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줄여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우주의 미세한 원자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보면 생물일 뿐이다.주어진 삶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소중할 뿐이고,자연의 섭리에 맞춰 다가오는 죽음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어본다.

 

 재일교포 2세이면서 일본 세이가쿠인학원 총장 맡고 있는 강상중 작가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논조로 사회적 이슈를 풀어 나가는 일본 속의 지식인이다.2011년 일본 동북지방 해일과 원전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물질적 손실도 막대함을 알고 있다.게다가 원전의 냉각수 유출로 인해 해양오염 문제는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이웃 한국에도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누군가의 죽음은 소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고 이를 어떻게 수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강상중 작가는 사회적 신분을 떠나 젊은이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와 소통을 세세하게 들려 주고 있어 세대간 갈등,위화감은 사라지고 세대간 격차를 줄이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상생관계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가 한 청년과의 우연한 조우는 e메일을 통해 청년의 사연을 알게 된다.주인공은 니시야마 나오히로라는 대학생으로서 절친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죽음에 관한 대화가 이어진다.또한 작가가 단카이세대로서 육십을 넘긴 초로이고 그의 절친이 오십대에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작가와 청년은 e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게 사유해 나간다.또한 독일에서 살다 일본 대학에 다니는 나오히로의 여친 모에코의 등장도 신선한 소재가 되고 이야기에 활력을 더해 간다.특이한 것은 괴테의 《친화력》이라는 작품을 모에코가 각색하여 연극을 펼쳐갈 예정인데 친화력의 주제에 걸맞게 사랑과 정체성 문제를 모티브로 삼아 간다.

 

 강상중 작가는 친아들을 대진재(大震災)로 잃으면서 상실이 컸던 만큼 젊은이와의 소통은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삶이란 무엇인가를 인생의 선배로서 담대하게 들려 주기도 한다.세상과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되지만,자신의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있어서도 안 되고,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고독 속에서 자기 나름의 캐릭터나 자기 자신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요체이다.일본 역시 경제위기,비정규직이 늘어가면서 점점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증이 증가하고 있어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쳐진 어깨를 활짝 펴면서 용기와 자극을 받을 것이다.

 

 

 

 

 

 이제 방향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으로 가게 된다.작가는 TV 프로그램 리포터로 탐방하게 되는데,마침 대지진으로 처참한 몰골로 변한 현장에 나오히로,다쿠미,린코,모에코가 나타난다.안타깝게도 일행중 린코의 혈육은 쓰나미가 덮쳐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데,젊은이들은 수중을 헤쳐가면서 사체 인양작업에 몰두한다.사체 인양작업은 거친 물살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심하게 부패가 되어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형해(形骸)그 자체이다.그들은 자원봉사로 라이프 세이빙에 참가하여 사체인양,행방불명된 사람들을 수색하는 임무를 자처했던 것이다.같은 인간으로서 동정심과 위로의 마음이 절로 든다.이쯤에서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연상하게 되는데 16세기 유럽 화가인 피터르 브뤼헐의 《죽음의 승리》는 동일본 지진의 참상과 흡사하기만 하다.

 

 

 

 

 주인공 나오히로는 절친 요지로의 죽음이 믿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비애가 오래 남게 되고,작가와의 e메일 교환을 통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을 공감하고 인식하게 된다.<친화력 후편> 연극을 통해 나오히로는 죽은 요지로 친구역을 맡게 되면서 비록 이미 세상에는 없는 친구이지만 행방불명된 자들 중 한 명인 젊은이를 친구로 생각하면서 심층 몰입하면서 연극을 해 나간다.나오히로가 한 대사가 인상 깊다."자네는 일부러 바다 밑바닥에서 우리를 건져 내 주었으니까,죽음이라는건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일본이 주기적으로 겪는 자연대재해인 대지진,해일,해변의 폐허를 소재로 사람은 죽음과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를  e메일,연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지만,죽음 또는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도 살아 있는 사람의 예의이고 태도라는 것이다.깊이와 공간이 있는 울림을 마음으로 품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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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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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진진함과 학습효과를 안겨 주는 만화는 주로 청소년들이 탐독하는 편이다.만화의 살아 있는 생생한 그림과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순정에 넘치는 풋풋하고 감성이 묻어나는 순애보를 묘사하다 보니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그런데 나는 만화를 즐겨 읽지를 않았다.어쩌다 친구집에 놀러가 만화책이 있으면 빌려다 읽었을 뿐 기억에 남는 만화는 없다.DJ정부 시절 일본문화가 개방 이후로 일본만화는 한국사회에 세찬 홍수와 같이 밀려 오고 있으며,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더욱 일본만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만화와 인문학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만화를 만든 만화작가의 살아 숨쉬는 그림과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빠른 전개력에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시대가 탈산업화를 맞이하면서 돈과 물질을 숭배하고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은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할 것인가를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궁리하고 있는 정지우 저자는 주체적인 자신을 견고히 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다 공동체적인 삶을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개인의 입신출세,영달만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소중하면서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상호간의 입장을 존중히 하고 이해하며 상생하려는 의지부족이 아닐까 한다.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시대의 규율과 시스템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고 생각한다.부족장,왕과 무신,교황과 황제 등에 의한 단일체제,독재체제가 몇 천년 지속되어 오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시민의식이 싹트게 된다.독과점과도 같았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봉건 그늘사회가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개인의 권리,개인의 사회진출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게다가 20세기 초 여성의 참정권이 획득되면서 암울했던 봉건사회는 남.녀 평등,여성의 사회적 진출도 날로 증가해 갔던 것이다.이를 매개로 하여 정지우 저자는 주요 만화를 소개하고 사회적,시대적 흐름에 맞게 각색을 해 놓았다.

 

 고대에는 왕,봉건귀족,성주에게 오로지 충성하는 것이 개인의 삶의 전부였다.개인에 대한 관념이 중세 말기에 이르러 '나는 개인이다'라는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만화가 <동키호테,2007>이고,근대에 이르러서는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을 그려 나간다.근대의 개념을 한국사회에 치환하면 군부독재시절까지 이르게 되는데,비록 개인의 삶의 목표 및 정체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맞춘 '국가를 위한 인재'로서 국가 속의 국민으로서,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게끔 했던 게 근대시기의 특징이고 근대 교육의 목표였던 것이다.또한 근대에는 민족정신이 어느때보다 국가,사회 전체에 깊게 그늘을 드리웠던 시기였다.근대를 벗어나 현대사회에 이르게 되면 개인의 대의명분보다는 실리적인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그도 그럴 것이 돈과 물질이 받쳐 주지 않으면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게끔 체제와 의식작용이 깊게 깔려 있기에,오로지 '나'자신을 위한 각개전투에 온몸을 바치고 있는 꼴이다.신자유주의 및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이 있는 반면 양극화,소득불균형 등의 부조리도 만만치 않다.

 

 근대적 인간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 <그렌라간>,새롭게 변신한 현대인의 모습을 반형한 <원피스>,과거 가족적 세계관의 집단을 보여주는 <흰수염 해적단>,거창한 대의명분도,최고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는 것을 보여 주는 <강철의 연금술사>,벌레세계와 인간세계가 곂쳐 서로 각자 살아갈 길을 그리고 있는 <충사>현실세계와 별세계와 경계선을 넘나드는 <깅코>,인류의 위기라는 한계상황을 잘 묘사한 <진격의 거인>,상상과 공감의 시대를 그린 <벽랑 위의 포뇨>,소인족과 인간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마루밑 아리에타>,신화의 세계로 건너가 부모를 되찾는 여정을 하게 되는 <치히로> 등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구성원은 돈과 물질을 우선으로 무한경쟁을 살아가고 있다.또한 물질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소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개인차가 있겠지만 소비는 바로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크고 화려한 것을 찾아 다니며 돈과 물질로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그런데 마음은 늘 허전하고 불안하기만 하다.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늘 돈과 물질로 평가하고 개인주의에 팽배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혼자가 되어 버린다.외로움,고독,내면의 결핍이 정신질환을 낳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또한 사회의 중추역할을 해주는 정신적 지도자의 부재도 안타깝기만 하다.

 

 현대인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좀처럼 상상하고 그려내지 못한다.왜냐하면 인생이 언제나 현실의 요청,현실의 커리큘럼,현실의 규칙을 따라가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187

 

 시대,사회의 흐름이 어찌되었든 사람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법인데,자신의 삶의 방향을 모른 채 시류에 끌려 가는 것이 과연 삶다운 삶일까.신뢰와 관계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시스템,제도가 어떻하든 이제부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생각하며,추구하기 위해 의지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잊혀진 인간관계의 회복과 공동체적인 삶을 실천적으로 모색해 가야 한다.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상실된 자존감,자긍심이 발현될 것이고,삶의 질도 더욱 윤택해져 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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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 및 환율 전문가인 쑹홍빙 저자의 신자유주의의 폐부를 역사적 방대한 정보와 글로벌 금융위기 경제 추세에 대한 분석을 냉정한 시각으로 투영하고 있습니다.오바마 정부 2기를 맞이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내세운 양적완화 정책(중앙은행이 시중에 통화 공급하여 경기부양하려는 통화정책)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지 지켜볼 일입니다.부익부 빈익빈의 상징이 신자유주의이고 금력을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태이기에 누구나 날카로운 시선과 예리한 지성으로 이 도서를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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