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과 비통에 빠질 때가 많다.나와 피와 살을 나눈 친족부터 가까운 친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이 한 줌의 재로 변할 때 허무할 뿐이다.철이 없던 시절에는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개념을 이해를 못해 마음의 방황까지도 했던 적이 있다.그런데 시간과 세월이 흐르고 삶과 죽음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문제도 스스로 준비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줄여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우주의 미세한 원자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보면 생물일 뿐이다.주어진 삶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소중할 뿐이고,자연의 섭리에 맞춰 다가오는 죽음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어본다.

 

 재일교포 2세이면서 일본 세이가쿠인학원 총장 맡고 있는 강상중 작가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논조로 사회적 이슈를 풀어 나가는 일본 속의 지식인이다.2011년 일본 동북지방 해일과 원전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물질적 손실도 막대함을 알고 있다.게다가 원전의 냉각수 유출로 인해 해양오염 문제는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이웃 한국에도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누군가의 죽음은 소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고 이를 어떻게 수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강상중 작가는 사회적 신분을 떠나 젊은이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와 소통을 세세하게 들려 주고 있어 세대간 갈등,위화감은 사라지고 세대간 격차를 줄이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상생관계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작가가 한 청년과의 우연한 조우는 e메일을 통해 청년의 사연을 알게 된다.주인공은 니시야마 나오히로라는 대학생으로서 절친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죽음에 관한 대화가 이어진다.또한 작가가 단카이세대로서 육십을 넘긴 초로이고 그의 절친이 오십대에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작가와 청년은 e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게 사유해 나간다.또한 독일에서 살다 일본 대학에 다니는 나오히로의 여친 모에코의 등장도 신선한 소재가 되고 이야기에 활력을 더해 간다.특이한 것은 괴테의 《친화력》이라는 작품을 모에코가 각색하여 연극을 펼쳐갈 예정인데 친화력의 주제에 걸맞게 사랑과 정체성 문제를 모티브로 삼아 간다.

 

 강상중 작가는 친아들을 대진재(大震災)로 잃으면서 상실이 컸던 만큼 젊은이와의 소통은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삶이란 무엇인가를 인생의 선배로서 담대하게 들려 주기도 한다.세상과의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되지만,자신의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있어서도 안 되고,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고독 속에서 자기 나름의 캐릭터나 자기 자신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요체이다.일본 역시 경제위기,비정규직이 늘어가면서 점점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증이 증가하고 있어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쳐진 어깨를 활짝 펴면서 용기와 자극을 받을 것이다.

 

 

 

 

 

 이제 방향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으로 가게 된다.작가는 TV 프로그램 리포터로 탐방하게 되는데,마침 대지진으로 처참한 몰골로 변한 현장에 나오히로,다쿠미,린코,모에코가 나타난다.안타깝게도 일행중 린코의 혈육은 쓰나미가 덮쳐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데,젊은이들은 수중을 헤쳐가면서 사체 인양작업에 몰두한다.사체 인양작업은 거친 물살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심하게 부패가 되어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형해(形骸)그 자체이다.그들은 자원봉사로 라이프 세이빙에 참가하여 사체인양,행방불명된 사람들을 수색하는 임무를 자처했던 것이다.같은 인간으로서 동정심과 위로의 마음이 절로 든다.이쯤에서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연상하게 되는데 16세기 유럽 화가인 피터르 브뤼헐의 《죽음의 승리》는 동일본 지진의 참상과 흡사하기만 하다.

 

 

 

 

 주인공 나오히로는 절친 요지로의 죽음이 믿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비애가 오래 남게 되고,작가와의 e메일 교환을 통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것을 공감하고 인식하게 된다.<친화력 후편> 연극을 통해 나오히로는 죽은 요지로 친구역을 맡게 되면서 비록 이미 세상에는 없는 친구이지만 행방불명된 자들 중 한 명인 젊은이를 친구로 생각하면서 심층 몰입하면서 연극을 해 나간다.나오히로가 한 대사가 인상 깊다."자네는 일부러 바다 밑바닥에서 우리를 건져 내 주었으니까,죽음이라는건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일본이 주기적으로 겪는 자연대재해인 대지진,해일,해변의 폐허를 소재로 사람은 죽음과 어떻게 만나야 할 것인가,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를  e메일,연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지만,죽음 또는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도 살아 있는 사람의 예의이고 태도라는 것이다.깊이와 공간이 있는 울림을 마음으로 품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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