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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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진진함과 학습효과를 안겨 주는 만화는 주로 청소년들이 탐독하는 편이다.만화의 살아 있는 생생한 그림과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순정에 넘치는 풋풋하고 감성이 묻어나는 순애보를 묘사하다 보니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그런데 나는 만화를 즐겨 읽지를 않았다.어쩌다 친구집에 놀러가 만화책이 있으면 빌려다 읽었을 뿐 기억에 남는 만화는 없다.DJ정부 시절 일본문화가 개방 이후로 일본만화는 한국사회에 세찬 홍수와 같이 밀려 오고 있으며,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면서 더욱 일본만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만화와 인문학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만화를 만든 만화작가의 살아 숨쉬는 그림과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빠른 전개력에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시대가 탈산업화를 맞이하면서 돈과 물질을 숭배하고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은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할 것인가를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궁리하고 있는 정지우 저자는 주체적인 자신을 견고히 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다 공동체적인 삶을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개인의 입신출세,영달만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소중하면서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상호간의 입장을 존중히 하고 이해하며 상생하려는 의지부족이 아닐까 한다.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시대의 규율과 시스템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고 생각한다.부족장,왕과 무신,교황과 황제 등에 의한 단일체제,독재체제가 몇 천년 지속되어 오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시민의식이 싹트게 된다.독과점과도 같았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봉건 그늘사회가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개인의 권리,개인의 사회진출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게다가 20세기 초 여성의 참정권이 획득되면서 암울했던 봉건사회는 남.녀 평등,여성의 사회적 진출도 날로 증가해 갔던 것이다.이를 매개로 하여 정지우 저자는 주요 만화를 소개하고 사회적,시대적 흐름에 맞게 각색을 해 놓았다.

 

 고대에는 왕,봉건귀족,성주에게 오로지 충성하는 것이 개인의 삶의 전부였다.개인에 대한 관념이 중세 말기에 이르러 '나는 개인이다'라는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만화가 <동키호테,2007>이고,근대에 이르러서는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을 그려 나간다.근대의 개념을 한국사회에 치환하면 군부독재시절까지 이르게 되는데,비록 개인의 삶의 목표 및 정체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맞춘 '국가를 위한 인재'로서 국가 속의 국민으로서,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게끔 했던 게 근대시기의 특징이고 근대 교육의 목표였던 것이다.또한 근대에는 민족정신이 어느때보다 국가,사회 전체에 깊게 그늘을 드리웠던 시기였다.근대를 벗어나 현대사회에 이르게 되면 개인의 대의명분보다는 실리적인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그도 그럴 것이 돈과 물질이 받쳐 주지 않으면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게끔 체제와 의식작용이 깊게 깔려 있기에,오로지 '나'자신을 위한 각개전투에 온몸을 바치고 있는 꼴이다.신자유주의 및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이 있는 반면 양극화,소득불균형 등의 부조리도 만만치 않다.

 

 근대적 인간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 <그렌라간>,새롭게 변신한 현대인의 모습을 반형한 <원피스>,과거 가족적 세계관의 집단을 보여주는 <흰수염 해적단>,거창한 대의명분도,최고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는 것을 보여 주는 <강철의 연금술사>,벌레세계와 인간세계가 곂쳐 서로 각자 살아갈 길을 그리고 있는 <충사>현실세계와 별세계와 경계선을 넘나드는 <깅코>,인류의 위기라는 한계상황을 잘 묘사한 <진격의 거인>,상상과 공감의 시대를 그린 <벽랑 위의 포뇨>,소인족과 인간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마루밑 아리에타>,신화의 세계로 건너가 부모를 되찾는 여정을 하게 되는 <치히로> 등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구성원은 돈과 물질을 우선으로 무한경쟁을 살아가고 있다.또한 물질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소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개인차가 있겠지만 소비는 바로 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크고 화려한 것을 찾아 다니며 돈과 물질로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그런데 마음은 늘 허전하고 불안하기만 하다.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늘 돈과 물질로 평가하고 개인주의에 팽배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혼자가 되어 버린다.외로움,고독,내면의 결핍이 정신질환을 낳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또한 사회의 중추역할을 해주는 정신적 지도자의 부재도 안타깝기만 하다.

 

 현대인은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좀처럼 상상하고 그려내지 못한다.왜냐하면 인생이 언제나 현실의 요청,현실의 커리큘럼,현실의 규칙을 따라가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187

 

 시대,사회의 흐름이 어찌되었든 사람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법인데,자신의 삶의 방향을 모른 채 시류에 끌려 가는 것이 과연 삶다운 삶일까.신뢰와 관계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시스템,제도가 어떻하든 이제부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생각하며,추구하기 위해 의지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잊혀진 인간관계의 회복과 공동체적인 삶을 실천적으로 모색해 가야 한다.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상실된 자존감,자긍심이 발현될 것이고,삶의 질도 더욱 윤택해져 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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