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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올피퍼 푀치 작가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세 번째를 접하면서 1,2권에서 없었던 색다른 맛을 느끼게 되었다.17세기 중세 독일사회의 제도와 체제 그리고 의식부터 역사와 문화까지를 대략적이나마 맛을 보게 되어 다행이었다.작가는 지역 역사가의 실화를 비롯하여 다수의 조언과 안내,정보 협력에 의해 《거지왕》이 탄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작가의 조상 중에 중세시대 사형집행인과 관련한 인물이 있었다는 구전에 힘입어 사행집행인의 집필은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글의 완성도,밀도는 더욱 집약되어 갔던 것이다.독자의 한사람인 나는 딱딱하고 건조한 편년체적인 역사,문화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이야기가 보다 가슴에 와닿고 장기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형집행인의 딸 1,2권이 숀가우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3권인 《거지왕 》은 레겐스부르크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두 지역 공통적으로 사형집행인이 존재했으며 법과 제도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되기보다는 유력자,즉 법원 서기,시의원,회계국장,세무서장 등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였다.비합리적인 권위체제가 세상을 뒤엎고 있던 시대였다.신.구교 간의 30년 전쟁과 흑사병이 성행하던 17세기 중.후반 무렵이 이야기의 배경였기에 마치 전운이 감도는 을씨년스러운 사회였던 것이다.
숀가우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의 누이가 레겐스부르크 지역에서 목욕탕 주인으로 살고 있는데 위독하다는 전갈(편지)을 받고 숀가우에서 누이가 있는 레겐스부르크로 향하게 된다.야콥 퀴슬은 누이가 사는 곳에 당도하자마자 누이와 매제는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아연실색하게 된다.그런데 누이를 죽인 살인범을 야콥 퀴슬로 단정하면서 야콥 퀴슬은 자신의 범행을 짜맞추어서라도 불어야 하지만 그는 회유와 협박,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누이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논조로 일관한다.한편 야콥 퀴슬의 딸 막달레나는 숀가우에서 제빵업자이자 시의원인 베르히톨트에 의해 겁탈을 당한다.막달레나는 연인 지몬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레겐스부르크로 향하게 되는데 지몬,막달레나 역시 하천 방화범으로 혐의를 뒤짚어 쓰고 만다.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왜 이들에게 벌어졌을까.저자는 17세기 중.후반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과 치밀한 통찰력을 무기로 당시를 재현해 나간다.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레겐스부르크 사형집행인을 맞이하여 온갖 회유,협박,고문의 연속이다.죽음의 문턱에 이를 정도의 처참한 몰골로 만신창이가 된 야콥 퀴슬은 그래도 자신은 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필립 토이버 사형집행인은 동일직업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읽었는지 야콥 퀴슬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다.또한 아버지를 찾아 레겐스부르크에 온 막달레나와 지몬은 아버지의 행방을 모르는 체 어두운 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막달레나는 호색한인 베네치아 대사를 만나 그의 비위를 맞추기도 한다.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야콥 퀴슬과 막달레나가 받은 살인죄,방화죄이다.과연 누가 꾸몄을까.이야기는 점입가경이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독자인 나는 과연 누가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음모를 꾸몄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모두에서도 말했듯 당시 독일 사회의 제도와 질서는 유력자들에 의해 결정된 만큼 이 허무맹랑한 사건도 그들의 짓이 아니었을까 한다.또한 도나우강을 두고 숀가우와 레겐스부르크를 이어주는 뗏목 마스터의 말과 행동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지하는데...
"세상은 정의롭지 못해.세상이 원래 그런 곳이야." 마침내 뗏목 마스터가 말을 이었다."그래서 엉뚱한 사람이 고생할 때가 많지.하지만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옳은지 결정하는 건 자네 몫이 아닐세." -P186
야콥 퀴슬의 죽음의 문턱도 무죄방면하게 되고 막달레나,지몬도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야콥 퀴슬은 진심으로 자신을 알아 주는 레겐스부르크 사형집행인이 있어 삶으로 되돌아 오게 되고,막달레나,지몬도 지하의 거지왕에 의해 극적 구출된다.비록 허구이지만 '사필귀정'이라는 성어가 딱 맞아 떨어졌다.그리고 사형집행인과 사형집행인의 딸 그리고 예비 사위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다.자유인으로 살던 사형집행인이 레겐스부르크 유력자들이 꾸민 음모는 새빨간 거짓으로 백일천하에 드러나게 된다.올리퍼 푀치 작가는 폐허가 되고 흔적이 사라진 레겐스부르크 지역의 요소 요소를 탐방하면서 중세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밀도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흑사병이 종반을 치닫던1662년 8월 하순 레겐스부르크 지역을 세밀하고 현장감 있게 기록하고 있다.당시 독일의 소리와 풍경,냄새까지 전해 오는 멋진 작품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