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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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마주치고 잔소리하고 부대끼면서 한지붕 아래 살고 있는 가족으로서 설렘과 기다림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돈과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사회이다보니 가족 구성원간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도 많이 퇴색해지고 있다.속된 말로 돈이나 주면 헤헤 하고 원할 때 주지 않으면 몸부림을 치고 짜증을 낸다.돈을 주더라도 그 효력은 며칠 가지도 못하고 다시 돈돈돈 한다.그렇다고 늘 관심과 애정으로 자식들의 얘기를 들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현재 사춘기이고 반항심이 클 때이지만 어른으로서 할 얘기는 꼭 한다.물질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자양분도 채워 넣어야 인간다운 인격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가족의 소중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까.집집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평소 진심으로 대하고 아끼고 배려해 주려는 마음자세를 많이 보여주어야 어려울 때 가족의 힘이 나타난다는 것을 느낀다.타고난 개인의 성향을 바탕으로 살아온 날들이 올곧은 길이었냐에 따라 슬럼프에 빠질 때 위로와 격려를 많이 보내지 않을까 한다.지지난 달 혈관질환으로 대수술을 받고 입원하면서 가족들이 내게 찾아와 건네주는 말과 위로는 실의에 빠진 나에게 삶을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병이 나지 않았던 평상시 자식들에게 서운하게 대하고 미흡하다고 여겨졌던 점들을 차분하게 소회하는 시간이 되고,인생의 선배로서 자식들이 장차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를 경험과 지식의 범위 안에서 간략하게나마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당장 가슴에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시간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본인들도 깨달을 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또한 아내의 간병이 무엇보다 고맙기만 했다.

 

 아프면 가족 밖에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어떠한 질병이든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 수가 없다.살다 가노라면 좋은 일도 있고 궂은 일도 있을 것이다.가족의 애환을 다룬 《이별까지 7일》은 하야미 가즈마사 작가가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쓴 병상일지로서 내가 입원했던 병동의 모습이 연상된다.주인공 레이코를 중심으로 남편 가쓰아키,고스케,슌페이 두 아들과 미유키,아즈사 두 며느리,손주 겐타가 가족으로 등장한다.평범하기 그지없던 레이코 부인에게 실어증 비슷하게 찾아 오면서 알츠하이머병은 아닐까 하고 병원에 찾아가 진찰을 받은 결과가 뇌종양으로 판정을 받게 된다.뇌종양이 원발성인지 장에서 전이된 전이성 종양인지는 큰병원에 가서야 알게 된다.레이코는 남편 가쓰아키와 나이트 클럽에서 만나 30여 년을 살아 오던 중 마이홈에 대한 욕망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된다.남편이 하는 일이 하향세를 타게 된다.엎친데 덮친격으로 대부업계에 진 빚과 고정지출금과 생활비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 딱하고 안스럽기만 하다.레이코가 찾아간 병원은 3류급 병원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하여 진단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다.그래서 둘째 아들 슌페이는 어머니를 위해 치쿠지 암센터를 찾아가 MRI를 찍고 결과가 나오는데 악성 림프종으로 확진을 받는다.그런데 (병원마다 다르겠지만)입원.치료비를 퇴원할 때 받는 것이 아닌 정해진(1주,10일 간격으로) 기일마다 내야 하기에 레이코의 병원비를 감당하기에 남편 가쓰아키는 신음을 토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다행히도 레이코는 만일을 위해 암보험을 가입해 놓았던 터라 병원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긴 병에 효자없다고 병원비 걱정으로 큰 아들 고스케는 엄마가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병원측에서 1주일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레이코 가족들의 관심과 애정에 힘입어 삶의 의지를 더욱 불사르게 되면서 퇴원을 하게 된다.과연 레이코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조마조마했는데 참 다행이다.종양은 퇴원을 해도 계속 전이여부를 체크해야 하기에 통원치료를 해야 한다.그리고 레이코가 퇴원하고 세월이 흘러 손주 겐타가 네 살이 되는 시점에서,레이코가 진 빚 1,200만엔(1억1천만원 정도)은 고스케가 벌어 갚게 되면서 빚없는 몸이 된다.노름,낭비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던 가쓰아키 집안에 청천벽력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온식구가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지만 가족이 똘똘 뭉쳐 부인이고 어머니인 레이코에게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심어 주었던 것이다.환자에게 관심과 사랑만큼 더 좋은 약은 없는 것 같다.입원한 환자에게는 위로와 따뜻한 말이 가장 소중한 생명수이다.이에 힘입어 보다 더 강하게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가 내면에서 싹트게 되는 것이다.레이코는 자신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앞날을 위해 현명하게 생보에 가입한 것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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