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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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없는 남자들》이란 소설집을 읽었다.미처 결혼을 하지 못한 결혼을 했지만 사별을 한 남자들의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공감을 사게 했다.내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세파(世波)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응하고 더 나은 삶을 꿈꿔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작가 초년병 시절 쓴 소설집을 접하게 되었다.《중국행 슬로보트》라는표제를 시작으로 총 7편의 소설들이 소개가 되고 있다.이립(而立)인 15세를 좀 지난 나이에 쓴 글들인지라 세련되고 융숭 깊은 맛은 좀 떨어진다.인생의 경험과 연륜의 폭에 따라 글도 오묘한 맛이 날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떠올리면 남.녀간의 본능적인 사랑과 성애 그리고 아련한 추억을 연상케 한다.이번 글에 소개된 7편은 화자인 주인공이 10대 후반으로서 이성과의 만남과 사물에 대한 관조,이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재들도 매우 이색적이다.현실 속에서 일어날 듯한 허구적인 이야기를 예상했는데,그 예상을 뛰어 넘어 눈에 아르거리는 환상(幻想)적 요소,사춘기에 있는 청소년이 아름다운 여성을 보았을 때 느끼는 성충동,미지의 그늘진 골목을 탐방하기도 하고 사립탐정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흥미를 돋구려는 작가의 처녀 소설내음이 짙게 전해지고 있다.

 

 십대 초반에 만났던 중국인들의 기억을 반추하고 있다.도서관,모의고사 시험장,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미지의 세계로만 알고 있던 중국,중국인을 만나게 된다.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된 중국 여학생과는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가까워지는데 그만 연락이 끊기고 만다.풋풋한 감성과 짜릿한 설레임은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한다.<중국행 슬로보트>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행위를 글로 검증해 보려 시도했다는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는 주인공의 등에 무명의 삶에 찌든 가난한 아주머니를 엎고 삶을 지탱해 나간다.이름도 형태도 없는 아주머니,겨울이 되면 사라져 버리는 몽환적인 요소가 짙다.계속 이어지는 <뉴욕 탄광의 비극>도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고 있다.자해,유전사고,심장발작,교통사고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카세트 테이프 소설로 썼다는 <캥거루 통신>은 백화점 불만 접수처 담당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다.작가는 백화점에 대한 불만,클레임을 제히하는 작업에 몰두한 경험이 있었기에 글의 서술이 수월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넘어가게 된다.<오후의 마지막 잔디>는 정원의 잔디를 깎는 주인공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정원의 주인은 죽은 남편이 끔찍하게 잔디를 관리했다는데 잔디 깎는 청년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좁혀져 온다.금방이라도 베드신이라도 연출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결혼 전에는 세상이 핑크빛만 같을 것이다.비가 내리는 리조트호텔의 정경 그리고 개의 시체를 정원에 매장하는 정경,한밤중에 점 비슷한 것을 치는 정경은 작가와 관계가 있었고 신경을 집중해서 타자의 기척을 더듬어 끌어당기기라도 하면 몸의 진이 다 빠져 나간다고 한다<땅속 그녀의 작은 개>. 이 에너지를 소설 쪽으로 돌리기로 했던 것이다.끝으로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그린의 시드니의 음산한 뒷골목 풍경과 사립탐정을 내세워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초기 소설작품으로서 시험무대였던 것으로 보인다."상실과 붕괴 뒤에 무엇이 오든 나는 이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고 말했던 작가의 말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시사를 안겨 주고 있다.새겨 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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