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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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초마다 터지는 웃음은 다소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글 속의 오베라는 남자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고 까칠한 면모 일색이었다.좋게 말하면 근엄하고 다르게 표현하면 물과 기름과 같이 사람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나는 이 도서를 읽은 지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서평 기한을 훨씬 넘기고도 자신이 태평(?)할 줄이야.아무튼 오베라는 인물이 내 주위에도 있기는 있는데 꼬집어서 누구하고 하기에는 아직은 모르겠다.개인의 기질과 성향이 붕어빵과 같이 일치하는 사람은 이 세상 누구도 없으니까.

 

 북유럽 소설이 제법 재미와 흥미를 끌고 있다.범죄 관련 소설로서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이야기들이 일상에선 아웃이겠지만 이야기를 잘 배합해 놓으면 흡인력에 흡인력이 더해 가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정지시키기에 대세를 몰고 가는 것 같다.이에 비하면 《오베라는 남자》는 주인공 오베의 인생의 전체적인 윤곽,흐름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자근자근 내리친다고나 할까,그럴라치면 황태 속살이 벗겨지면서 맛없는 겉껍질은 버리고 시간과 세월 속에 숙성된 진미(珍味)를 맛볼 수 있을테니 진정 오베는 겉모습보다는 살아 온 환경과 내면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박 겉만 핥다 말고 지나쳐 버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는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이 글은 그의 데뷔(Début)작으로서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블로그가 대세인 시대에 글쓰기,편집 등에 대한 내공을 다져 놓으면 낭중지추와 같이 작품성을 알아 주는가 보다.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는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모국 스웨덴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오베라는 남자는 한국 나이 60세로서 아직은 창창한 나이이지만 아내 소냐를 앞세우면서 옆구리가 시리면서 삶의 재미를 상실한다.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까칠하게 굴면 약속이나 한듯 그를 피해 다닐까마는 그의 기질과 성격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판박이마냥 이어 받았다.할 말,자신이 해야 할 일 이외엔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는 오베,30초마다 폭소가 터진다고 하던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고 인내와 끈기로 읽어 가야 겨우 오베의 진면목이 나타나게 된다.일종의 원리 원칙주의자와 같은 삶의 가치관이라고 할까.

 

 열여섯 살 아버지를 잃고 오베는 철도 회사 근무,주민 자치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인생의 쓴맛,단맛을 겪어 나간다.열차 객실 물건의 도둑으로 몰리기도 하고 주민 자치회에선 주민들과의 의견 다툼,논쟁을 겪기도 한다.그는 선친이 몰던 중고차를 팔아 신차를 구입하면서 스스로 중산층으로 자위하면서 삶을 설계해 나간다.그리고 천생의 배필(配匹) 소냐를 만나게 되는데,소냐는 오베를 이상형 가운데 이상형으로 (마음으로)여긴다.소냐는 오베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이 든든한 남편감으로 내면에 자리잡게 된다.오베와 같은 사람을 놓친다면 소냐는 두고두고 후회의 나날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각성에 오베를 꼭 붙잡게 된다.오베는 정령 정의에 살고 정의에 죽는 화신으로 보였는지 모른다.

 

 그(오베)는 정의와,페어플레이와,근면한 노동과,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P206

 

 오베와 소냐의 백년해로가 너무도 일찍 종지부를 찍을 줄이야.소냐가 암으로 운며을 달리하면서 오베는 순망치한을 몸과 마음으로 겪는다.겉정보다 속정이 깊었던 오베가 아내 소냐를 앞세우면서 목매달기,배기 가스 질식사,권총 등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무위로 돌아간다.결국 오베는 멀리서 이사온 주위 사람들과 대화와 소통을 나누면서 오베의 진면목이 소리 소문없이 퍼져 나가게 된다.기차역에서 한 남자의 생명을 구한 의로운 사람이기도 한 오베...그리고 오베는 힘없는 아녀자,아이들을 위해 싸우기도 했던 사람이다.오베는 호불호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면서 누구에게 신세지고 의타심을 갖으려는 사람이 아니다.한국 사람들이 흔히 갖는 감정 가운데 '까칠하게 따지고 덤벼들지 않고 은근하게 묻어 가는 성격'을 좋아하는데,오베라면 '절대 안될 말'이죠!라고 딱 잘라 말할 것 같다.고지식하고 융통성은 없을지라도 그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과 질시,오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그리고 오베는 그의 죽음을 대비하여 장례 절차,묫자리까지 유언으로 남길 정도로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이다.나아가 오베와 같은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사회 질서,규율이 정착되고 정의와 상식만이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오베라는 남자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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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이탈리아 세계를 읽다
레이먼드 플라워, 알레산드로 팔라시 지음, 임영신 옮김 / 가지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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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화의 발상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해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이탈리아에 가서 살면서 이탈리아의 모든 속살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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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 사랑으로 죽다
방민호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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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는,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은 우리들 현대인의 어리석음에 관한 것이다.(중략) 상상적인 것,환상적인 것,마음속에서만 작용하는 것,이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작가의 말에서

 

 오늘날은 돈과 물질이 백행지본이 아닐까 할 정도로 부모에 대한 보은과 효성심이 많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부모들 역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선물보다는 실속 있는 돈을 더 원하는 것이 현실이고 세태이다.그분들 역시 당장 돈이 있어야 공과금도 대고 생활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병원에도 가야 하기에 돈이 더 절실할 것이다.다행히 경제적 소득이 좋은 자녀를 둔 부모는 낳고 기른 정에 대한 보답을 톡톡이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면서,심한 경우에는 자식이 부모를 구박하고 학대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인의 내면 속의 유전자에는 아직도 부모 및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유교적인 세습이 남아 있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전쟁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는 부모에 대한 보은과 제사 지내기를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하는 것 같다.그런데 시류인지 풍습인지 현대 사회는 유교적인 체제에서 벗어난 간소한 가정의례를 선호하게 되는데 부모가 돌아가시면 대개 화장하는 것이 통례이고 제사도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르신의 기일을 기준으로 한 날 모든 제사를 치르기도 한다.예전 같았다면 1년에 제사를 치르는 회수도 셀 수 업을 정도였고,종가집 큰며느리의 경우에는 시집 제사 치르느라 허리가 휘었을 것이다.그에 비하면 현대 사회의 주부들은 제사 치르는 일 만큼은 신경이 부담이 덜 쓰이게 되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이것은 시대의 흐름,사조,습속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조선시대 판소리에서나 들을 법한 고전 소설 심청전에 대한 첫 기억은 국민학교 2학년 봄 날 누나와 함께 극장에서 상영하던 심청전을 보면서 심청이와 심봉사,효심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철없던 어린 나이인 나는 시종일관 애잔한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심청이와 심봉사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를 뚫어지게 감상했다.심봉사가 노름판에 갔다 오다 실개천에서 넘어지는 것을 스님이 발견하여 부축하던 모습,인당수(印塘水)에 빠지고 대가로 공양미 삼백석을 절에 시주하게 되면 아버지 심봉사의 눈이 뜨이게 된다는 말을 듣고 심청은 결연하게 실행하게 되는 모습,그리고 중국 선박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망망대해에 던지던 모습,뺑덕 어미가 돈을 바라고 심봉사에게 알랑거리던 모습 등 몇 장면은 40여 년이 흘렀어도 장기 기억으로 남아 있다.스크린의 화질은 그다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전달하려는 취지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게 되는데,나는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에게 이실직고하면서 중국 배가 있는 몽금포로 달려 가고,앞을 못보는 심봉사는 구슬프게 청이를 가지 못하게 절규한다."청아,네가 이렇게 나를 두고 떠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가지 말아라,돌아와라!고 울부짖던 장면에서 나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이슬과 같은 뜨거운 눈물이 절로 볼을 타고 내렸다.옆에 있던 누나도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니겠는가.청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여의고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젖 동냥을 통해 양육되고,생계를 위해 이웃 대감집 등에서 받아 온 삯바느질과 같은 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하던 심청,그녀는 효(孝)가 백행지본이라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마음 속의 연인이다.

 

 판소리의 전형으로 삼고 있는 춘향전,흥부전,심청전,토끼전,적벽가는 근래 매체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이유는 모르겠지만 빠른 템포와 현란한 현대 음악이 판소리와 같은 고전 소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이렇게 고전 소설에 대한 무감각과 무관심이 심화되어 간다면 한국 고유의 색깔의 정체성은 어느 세대에서는 완전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특히나 판소리와 같은 소리 음악은 조상들의 고단한 삶을 치유해 주던 힐링 역할의 대명사였던 것으로 전통 소리,음악을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정부는 아낌없는 지원과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국민학교 2학년 봄날 누나와 함께 심청전 영화를 보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면서도 몇 장면은 뚜렷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이번 《연인 심청》은 방민호 저자의 꼼꼼한 각색과 이해하기 쉬운 어조로 효(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효는 아들이 늙으신 부모님을 업고 가는 모습을 본뜻 회의문자로 여유없고 각박하게 사는 현대 가족관에 대해서도 재고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게다가 사자소학에 나오는 비유선조 아신갈생(非有先祖 我身曷生)이라는 문구도 연상케 한다.즉 '조상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내 몸이 어찌 태어났으리오'인데 자식에게 소홀히 하려는 부모는 없다.단지 경제적 여유,교육 방법 등이 자식에게 제대로 미치지 못할 뿐이지 자신이 뿌리고 낳은 자식은 인생에 있어 한없는 선물이고 자산인  것이다.그런데 가깝고 다정해야 할 부모와 자식 관계가 오로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풍조와 의식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돈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다가서야 할 부분은 돈과 물질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귀덕과 귀덕 엄마,장 상서 댁 큰아들 윤상,주막집의 뺑덕 어미,화주승,개경에서 온 애랑이,뱃사람,교꾼,용왕 등이 출연한다.뱃전에 서서 긴 숨을 들이 쉬고 인당수의 제숙이 되었던 심청은 뭍에서 아버지께 보여 준 효심이 연꽃으로 화하면서 뱃사람들에게 의해 이것을 용궁에 전달한다.이것으로 상서로운 조짐이 이어진다.전국에 사는 봉사들을 위한 용궁 잔치에 초청하게 된다.심봉사 역시 어렵사리 용궁에 도착하면서 죽은 줄만 알았던 딸 심청과의 극적인 해후를 한다.국민학교 2학년 때 심청전을 보던 때의 느낌은 진짜 용궁이 있고 심청이는 신비에 쌓인 신적인 존재라는 것만 모호하게 알았는데,사리와 이치를 알게 되면서 심청전과 같은 얘기는 비록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은 비현실적이고 상상력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효성심의 전형을 보여 주는 한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과 신화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었다.뭍에서 심청과의 혼인을 이루지 못한 윤상은 용궁에까지 와서 청이와의 간절한 만남을 고대했지만 만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으로 막을 내린다.앞을 못보던 심봉사는 청이의 효심이 전해졌는지 광명천하를 되찾았고 심청은 고려국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간청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려 했던 윤상과 심청은 죽어 영혼의 세계에서 재회했을 게 틀림없다.효를 귀찮고 신경 쓰이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현대인의 의식 구조는 분명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제도에서 기인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려는 이기적인 사고 방식과 배금(拜金)사상에서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그라들고 있지는 않는지 모두 인륜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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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후유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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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 시리즈 가운데 겨울과 관련 있는 후유코 편을 접하게 되었다.흔히 하는 말로 자식이 많으면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는데,고미네가(家)의 딸 넷은 모두 기질과 성향,하는 일이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이것은 부모 가운데 누구의 유전자를 더 많이 받았는가,성장 과정,사회 생활이라는 환경 속에서 성격은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도 한 몫하리라.후유코,그녀는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제는 완치과 되었다.후유코는 입원했던 같은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입주 근무하면서 식재료 구입,면회 가족 거들기,거동이 불편한 환자 산책 및 드라이브 하기가 그녀의 임무이다.

 

 그런데 후유코는 심야 방송을 들으면서 방송 진행자인 나카가와씨에게 호감을 보이게 되는데,그 뜻을 편지로 보내곤 한다.편지 소인과 발신인은 일정치가 않고 익명성으로 보내게 되니 나카가와씨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어 간다.'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듯 나카가와씨는 결국 '불타오르는 토끼'라는 필명의 장본인을 방송국으로 초청하게 된다.후유코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심야 방송 녹화장에서 진행자,PD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후유코의 엔터테인먼트적 기질의 유무를 탐색해 나간다.후유코는 일단 나카가와의 마음에 드는데...나아가 광고 대행업을 하는 후지사와가 후유코의 잠재력을 인정 받으면서 후유코는 잠깐의 외유가 긴 시간 도쿄에 주저 앉을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사고무친인 후유코,그러나 그녀는 20대 초반으로 뭇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데 그게 바로 나카가와의 어스트턴트 가와모토였다.농담으로 들렸던 가와모토의 데이트 신청이 진담이 되면서 후유코는 가와모토와 진한 스킨십,섹스 경험을 맛보게 된다.얼떨떨한 기분이었지만 남자를 알아가는 소중한 기회였으리라.

 

 내향적이어 남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할 줄 알았던 후유코는 방송 관계자,광고업계인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말도 편안하게 하는 등 후유코느 인생에서 꽃이 피는 시기였으리라.특히 가와모토는 후유코와의 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은데,개인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후유코는 카메라맨인 나카가와씨를  후쿠오카 탄광촌에서 만난 것을 기억하면서 언니 나쓰코와 잠시나마 함께 했던 것까지 기억을 되살려 간다.언니 나쓰코는 아마추어 누드 모델을 했던 경험을 살려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살리려 현재는 미국 LA에서 거부(巨富)인 노옹과 거주하는데...이야기는 물살을 타면서 급진전하게 된다.후유코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광고 모델로 출연 제의를 받고 이탈리아로 가게 된다.그 직전 큰언니 하루코와 형부될 사람 사외키 의사도 도쿄에서 해후하게 된다.이야기가 홈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후유코가 밀라노에 나카가와와 동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LA에 사는 나쓰코는 밀라노를에 먼저 와서 나카가와와의 극적인 만남과 농밀한 섹스를 치러낸다.

 

 그리고 밀라노에서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도쿄로 온 후유코는 가와모토가 사직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거주지를 알아 내어 차를 빌려 미쿠니(三國)라는 곳으로 출향한다.단지 일전에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섹스를 통해 성의 다양성을 알아 갔던 인연으로 후유코는 가와모토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지만 가와모토의 마음은 후유코와 미래를 설계하려는 심산이 컸던 바,둘의 짧은 만남은 아니 만난 것만도 못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후유코는 아직 혼인을 염두에 두고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닌,다양한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가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순수하다 못해 순진하기까지 한 가와모토는 후유코와의 관계가 나무 막대기가 부러지듯 부러짐을 느끼면서 내 결혼 전의 쓰린 연애시절이 오버랩되었다.인생은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해 가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다음 셋째 딸 아키코 얘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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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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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참상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인류 역사상 두 차례의 커다란 전쟁을 치른 가운데 인적.물적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이다.세상의 현실은 결과가 중요하듯 전쟁에 패배한 나라들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함은 물론 국가의 위상,정치 역학 관계도 뒤바뀌게 된다.처참한 이미지의 전쟁 속에 푸근하고 따스한 화롯불과 같은 인간미가 넘치는 글은 무척 대조적이기에 오래 기억에 남게 마련이다.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한떨기 국화꽃과 같이 향기를 내뿜는 글을 오래간만에 접하게 되어 공허한 가슴이 벅찬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과 프랑스는 밀고 당기는 접전이 지속되었다.양국 국경이 맞닿은 알자스,로렌,프랑스콩테 지역의 주민들은 총격전,양민 학살 등으로 하루 하루가 쥐죽은 듯 지내야만 했을 것이다.이념과 사상에 대치되면 연행,학살은 기본이었을 것인데,이것은 한국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이야기가 다른데로 흘러 버렸는데,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생마르텡 마을에서 벌어지는 전운이 감도는 전쟁의 와중에 한떨기 국화꽃이 피어나듯 그 향기는 멀리 멀리 퍼져가는 것 같았다.

 

 알프스산맥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는 생마르탱 마을은 깊은 산골에 있다.해뜨는 시간이 적은 겨울철에는 음산한 전쟁의 분위기 속에 생마르탱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안절부절했을 것이다.높은 고개를 넘어 생마르탱 마을로 먹을거리를 구하러 오는 독일 장교와 병사들,사냥을 업(業)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세자르 그리고 빵가게를 운영하는 앙젤리나와 주인공인 세바스찬이 등장하고 있다.세바스찬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세자르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어 사냥일에 동참하고,나이 차이가 나는 누나 앙젤리나는 빵을 구우면서 살아간다.독일 병사들은 주식을 조달하기 위해 앙젤리나네 빵을 주문한다.이러한 공간적 장면을 연상하면 과연 총격전 속에 포연이 비상하는 것과는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사건의 발단은 포악하게 야성을 띤 늑대와 같은 개인 베트가 앙베르라는 주민을 덮썩 달려 들어 할퀴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개를 처치하자고 한다.그런데 세바스찬은 베트에게 양치기 기회를 주는데 양치기인 세바스찬이 자리를 비우게 되자 베트는 수많은 양들을 상처를 안긴다.세바스찬은 평소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지 베트와 친구가 되려 지극 정성으로 음식을 주고 호흡을 함께 한다.지성이면 감천이듯 사나은 야성을 띠던 베트는 점점 세바스찬에게 다가온다.세바스찬은 베트를 미녀라는 의미의 '벨(Belle)이라고 이름 짓게 된다.

 

 한편 독일 장교인 브라운은 빵가게에 오고 가면서 앙젤리나 누나에게 호의를 표하고,의사인 기욤 역시 앙젤리나에게 마음이 가지만,앙젤리나는 현명하게 대처한다.세바스찬 개와 가까이 하는 일로 세자르 할아버지와 손자 세바스찬과 사이가 벌어졌지만 벨(개)이 사람의 말을 잘 따르면서 충성을 보이자 세자르 할아버지,앙젤리나 모두 벨을 좋아하게 된다.사냥꾼에게 먹잇감이 되지 않게 바스찬은 벨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둘은 지하 통로로 몸을 숨기며 대피하기도 했다.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독일군의 만행을 피하고자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가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면서 생마르탱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국경을 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국경의 고개를 넘어 간다.또한 독일군에 맞서기 위한 레지스탕스 조직 문제도 불거지면서 어린 세바스찬에게는 전쟁의 속뜻을 깊게 인식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트라우마는 오래 갈 것이다.자신의 생모가 그립고 보고 싶어 늘 마음 속에 엄마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었던 세바스찬은 결국 만날 수 없게 된다.할아버지 세자르는 세바스찬의 생모가 죽었다는 말을 했다가는 어린 가슴에 상처를 안겨줄까봐 알프스 산을 넘어 엄마가 사는 곳이 아메리카라고 했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세바스찬에게 더 이상 생모의 생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생사의 기로라는 전쟁의 와중에서 주인공 세바스찬이 전하는 동물과의 특별한 우정과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꽁꽁 얼어붙은 알프스 산자락을 녹여 가는 봄날의 따스함에 비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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