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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하퍼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파수꾼》을 접하게 되었다.첫 번째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가 1960년 출간되고 난 뒤 55년이 흐른 다음에야 세상에 탄생을 했다니 하퍼리 작가는 물론 앵무새 죽이기를 기억하는 독자들 역시 감개무량했을 것이다.앵무새 죽이기,파수꾼 두 편 모두가 하퍼리 작가의 성장 소설과 같아 작가가 청소년기,미국 사회상,인종 문제,종교 문제 등이 희미하게나마 연상할 수가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그 가운데 백인이 흑인에 대한 차별과 냉대,학대,살인 등의 문제가 지금도 완전 해결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주인공 진 루이즈는 고향 앨라배마 메이콤 군(郡)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까지 줄곧 그곳을 떠나지 않았던 그녀는 1950년대가 되면서 성숙한 숙녀로 변하고 곁에는 애인 헨리 클린턴도 있었다.법학 전공에 제분공으로 일하는 그는 그녀에게 동류의식을 갖으면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다만 소심한 헨리와 개방적인 진 루이즈는 의견과 주장,신념의 차이,엇갈림으로 길게 교제를 하지 못한다.또 한 명 진 루이즈에게 이러쿵 저러쿵하면서 인생 간섭을 하는 고모 알렉산드라가 있다.그녀는 절대 손해보는 짓을 하지 않는다.그리고 진 루이즈의 아버지이자 기둥인 애티커스 핀치가 존재한다.진 루이즈에게는 정신적인 기둥이고 존경의 대상이다.진 루이즈에게는 큰 배를 탄 기분일 것이다.
전편 《앵무새 죽이기》와는 달리 변호사인 아버지의 공개 법정,변호에 대한 얘기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흑인 청년이 강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무죄선고를 얻어내는 쾌거를 보인다.공식적으로 미국 흑인 지위 향상 협회가 있긴 해도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싸매고 사는 생물이며 동물이다.실질적 권력,주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개개인의 삶의 질이 정해질 수 밖에 없는가 보다.청렴,유머,참을성이라는 세 단어는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상징하는 단어였다.특히 불평부당하게 일처리를 하는 핀치 변호사는 흑인 문제만큼은 일관성,논리성,현실에 맞게 대처하려고 했다.아버지를 정신적 기둥으로 여기는 진 루이즈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아빠라면 어떻게 할까'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대학문제로 앨라배마 메이콤 군에서 뉴욕을 거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파수꾼에서는 주인공 진 루이즈가 성인으로 내딛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이것은 하퍼 리 작가의 삶과도 거의 일치하는 대목으로 일찍 여읜 어머니,그리고 오빠 젠이 그 즈음 세상을 떠났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메이콤 군으로 왔다 갔다 하는 진 루이즈는 그녀를 사랑했던 헨리와는 혼인을 맺지 않지만,한 청년과의 진한 성행위로 그만 임신을 하기도 한다.뿌리 있는 집안에 풍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용하게 넘어간다.누구를 닮았는지 모르지만 진 루이즈는 매사 고집이 세서 변호사인 아버지에게 고집불통이라고 한 소리를 듣는다.파수꾼은 하퍼 리 작가의 자서전격인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어 작가 및 미국사회의 인습,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