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이프 리스트는 언제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까.두뇌가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기 그지 없는 청소년 시절에 짜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 생각이 나면 한 번쯤 비의로 가득찬 '라이프 리스트'를 꺼내어 리스트처럼 살아 왔는가하고 점검해 보는 것도 무미건조한 삶에 자극과 충전을 안겨 줄 것이다.내 청소년 시기에는 속칭 뜬구름 잡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다.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둘도 없는 이상적인 짝을 만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다.비록 라이프 리스트도 없고 삶이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남은 삶을 후회없이 살기 위한 여생의 라이프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혼자 말을 늘어 놓는다.

 

 대형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경영 참여,부동산 상속과 같은 재산과 자본 권력로 받지 못한 브렛은 두 오빠 및 언니에게만 회사 경영권을 부여한다.브렛은 돌아가시기 직전 라이프 리스트를 유언으로 받게 된다.34살의 브렛에겐 기도 차지 않을 내용들이다.

 

아이 한 명 또는 두 명 갖기, 강아지 키우기, 캐리 뉴섬과 영원히 친구로 지내기, 가난한 사람들 돕기, 말 사기, 깜짝 놀랄 만한 아주 멋진 집 갖기, 사랑에 빠지기. 여유 시간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기, 훌륭한 교사 되기 등이다.

 

브렛이 14살에 작성한 라이프 리스트는 버린 줄로만 알고 내내 잊고 있었지만,브렛의 엄마는 이것을 고이 간직하면서 때가 되면 유언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브렛은 이것을 받고 보니 꼼꼼하게 라이프리스트를 체크한 흔적을 발견했다.개인적인 감(感)으로는 브렛에게 얼마만이라도 재산 상속과 경영권을 넘겨 주리라 예측했건만 완전 빗나가고 말았다.언어치료사,생활지도 상담자,가정방문 교사를 했던 로리 넬슨 스필먼 작가는 이 작품이 처녀작이면서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던 주인공 브렛은 비록 빗나간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몰라도 위에 나타난 라이프 리스트와 같이 꿈 많은 소녀의 모습을 잃지 않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멋진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기를 엄마는 소원했을 것이다.주인공 브렛은 처음에는 황당하고 난감했을지도 모르지만,시간이 흐르고 삶을 성찰하면서 엄마가 전해준 자신의 라이프 리스트를 음미하면서 엄마의 진심,진정성을 깨닫게 된다.그리고 삶이 성숙해지기라도 하듯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슬픔이 북받치며 눈물을 쏟게 된다.엄마의 마음,모성애를 깨달았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로리 넬슨 스필먼 작가의 자서전격인 이야기가 가미되었다.가정방문 교사와 같은 직업적 특성과 체험담을 아로새겨 넣었다.브렛이 서른 네 살이 되어 열 네살 때 꾸었던 삶의 리스트대로 과연 살아갈까.현실적으로 얼마든지 재산 상속 및 회사 경영권을 부여받아 돈과 자본의 힘으로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만 브렛은 엄마의 유언대로,일반적인 삶에서 벗어나 열 네 살의 소녀의 꿈으로 돌아가 살아간다.세상을 떠난 엄마는 브렛의 삶을 천국에서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특별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로 인해 무료해던 시간들이 상쾌한 순간으로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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