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새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 중독이 된 듯하다.인상 깊게 접하고 기억나는 《악인》을 비롯하여 몇 편을 읽다 보니 읽는 재미가 가중된다.요시다 작가가 남성이지만 여성에 대한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 남.녀간의 딱딱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이번 작품이 남.녀 간 사랑과 이별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로 내가 겪었던 연애 시절의 기억과 추억이 교차되기도 했다.사랑하는 관계라면 변치 않으려는 초심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으로 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타이완 여행 도서를 접하다 보니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 타이완판 신간센이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글이 타이완판 고속철도 수주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7년 정도의 기간타이베이와 일본 사이를 수채화식으로 그리고 있다.작중 인물들은 다양한 삶의 무늬를 보이고 있는데,주로 타이완판 고속철도 소식과 함께 이야기가 흘러 간다.일본 오-이물산(大井物産)에서 파견된 일본인 직원 및 현지 직원,일본 식민지하에서 태어나 종전(終戰)과 함께 일본으로 귀환한 한 노파의 사연,한 타이완 청년이 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는 모습 등을 교차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온습기,스콜성 호우,풍부한 열대 과일의 이미지가 강렬한 타이완의 모습은 사뭇 호기심을 일으킨다.

 

 일본에 남친을 두고 온 타이완 신간센 프로젝트팀의 여 주인공 다다 하루카는 우연히 타이베이 여행지에서 알게 된 료렌하오와 극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지고,일본에 남은 남친 이케가미 시게유키는 정신적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다다 하루키의 상사이면서 부장을 모시는 안자이씨는 부인과 불화,느긋하게 흘러가는 타이베이의 생활에 피로를 느끼지만 룸살롱에서 만난 한 호스티스를 알게 되면서 타이베이의 생활이 점점 낙(樂)으로 바뀌어 간다.식민지 타이베이에서 태어나 종전이 되면서 일본으로 귀환한 하야마 가쓰이치로씨는 은퇴하고 혼자가 된 신세.아내를 잃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식민지 시절 절친 나카노(라오충 老中)을 타이베이에서 재회하면서 녹슨 우정을 되살린다.나카노의 배려로 하야마씨는 타이베이에서 눌러 살게 된다.멋진 우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끝으로 아르바이트로 삶을 전전하던 천웨이즈,그의 여친 창메이친은 미혼모가 되어 고향 가오슝으로 돌아왔다.결국 둘은 결합하면서 창메이친이 낳은 아들과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간다.

 

 수주를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일었던 고속철도는 유럽의 강세를 누르고 일본 신간센으로 낙찰되었다.(1997년 9월 26일) 그리고 천수이벤 총통의 첫 시승이 있었던 2007년 1월 5일까지 7년 정도의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타이베이와 가오슝 사이 345km를 90분만에 종단 연결할 수 있었던 일본 고속열차 프로젝트팀의 숨가쁜 일정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이 합쳐져 타이완 신간센 1호가 탄생되었다.요시다 슈이치 작가는 일본  신간센(노조미급) 열차의 탁월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다 하루키는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열을 다하지만 도쿄에 있는 남친 이케가미를 만나러 도쿄로 또는 고향 고베를 가기도 하는 등 남친과의 변치 않는 사랑과 애정을 쏟지만 남친 이케가미는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정리하여 하루카와의 관계를 무산시키게 된다.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이란 마음의 평온,모든 것을 내려 놓기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다다 하루키는 남친 이케가미의 마음,입장을 이해하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반면 일본에 유학와서 건축계의 에이스(Ace)가 된 료렌하오는 다다 하루카와 풋풋하고 낭만 섞인 사랑의 씨를 뿌려 나간다.우연히 한 번 만나 다시는 못볼 줄 알았던 둘은 전생의 인연과도 같이 다시 만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낭만을 펼쳐 나간다.우정,사랑 모두 예기치 않았던 곳에서 찾아 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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