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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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정령 입담꾼인가 보다.장장 863쪽의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를 일사천리로 막힘없이 토설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사실 미유키 작가의 작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는 늘 깊은 사연이 담겨져 있고,이러한 사연을 누에가 실을 뽑듯 한 올 한 올 잘 풀어 내는 것이 미유키식의 이야기로 각인되고 있다.미유키 작가의 작품은 대개 추리물이었고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담담하게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이러한 문체,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잘 이해해야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포착 가능할 것이다.

 

 사보를 만드는 홍보지 『아오조라 靑空』 편집부 직원이면서 회장의 사위인 주인공 스기무라(杉村)와 편집장이면서 오쓰보네(직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은 여성)로 불리는 소노다(園田) 에이코와 함께 치매를 앓고 있는 회장 부인이 있는 '시 스타 보소 별장'으로 취재하러 가던 차에 뜻밖의 차량 탈취 터지고 말았다.이쯤이면 긴장감이 고조될텐데 인질 사건의 주역인 노파는 매우 침착하면서 냉정한 태도로 한 손에 권총을 들고 인질을 볼모로 자신이 찾고 있는 세 사람을 데려 오라고 위협한다.이 사이 경찰이 출동하면서 노파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경찰의 포위망에 갇히면서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노파는 자신이 요구하는 세 사람 데려오기를 실현하지 못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얘기를 통해 노파의 정체가 드러나고 관련 사회 문제가 백일하에 밝혀진다.

 

 차내의 인질들은 가슴을 쓰러 내리며 건강 진단을 받고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주인공 스기무라는 장인이면서 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하지만 반려된다.그러면서 회장으로부터 차량 인질극의 장본인에 대한 인적 사항을 알게 된다.구레키 가즈미쓰라는 사람으로 천애고아이며 무직이다.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생전 이런 저런 일을 전전하던 가운데 다단계 마케팅 및 가공(假工) 투자사기 등 악질 상행위에 가담했던 적이 있었다.차량 인질극을 벌이면서 그가 요구하던 세 명은 바로 다단계 생활을 하면서 씻지 못할 관계에 있었던 자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단계 마케팅 속칭 피라미드식 판매망은 개인 및 사회를 멍들게 만든다.제품을 많이 팔아야 함은 물론 다운 라인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또한 끝없는 교육과 설득 작업,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폭력성이 내재된 가공할 만한 마케팅이다.한국에도 꽤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루할 정도로 이야기는 미궁 속을 헤매는 듯 보이지만 차량 인질극 노파의 정체성과 그가 찾으려던 사람들의 행방,다단계 마케팅이 낳은 사회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헤친다.주인공 스기무라는 이마다 콘체른을 사직하려다 부지불식간에 차량 인질극과 관련한 사람들의 정체성과 비정상적으로 파생하고 있는 다단계 마케팅의 현 주소를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개인적으로) 국가는 사회가 인정하지 않은 제도,행위,체제 등은 철저하게 발본색원해야 한다.권력으로 사리를 채우려는 몰지각한 사회 지도층이 꽤 많은 걸로 안다.이들 역시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힘없고 선량한 자들을 사기치고 돈을 뜯어내는 후안무치를 일소해야 한다.보이스 피싱,파이낸스 등이 대표적인 사기 행위이고 투자사기이다.그리고 주인공은 이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와 흐름을 정리하여 장인에게 보고한다.판명된 것과 미해결된 것으로 나뉘어서.또 하나 교훈으로 삼는 것은 '꼬리가 길면 밟히고 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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