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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평점 :

2010년대를 달리고 있는 시기에 정치적 민주화를 생각해 본다.한국의 정치적 민주화 점수는 과연 몇 점을 주어야 할까.작금 한국 정치의 동향과 사회 폐부에 끼치는 영향,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정치에 대한 의식과 감정을 비롯하여 3권 분립이 지켜지고 있는가.또한 국정을 총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행정수반과 여당의 정치 권력이 과연 본연의 몫대로 행사(行使)하고 있는가를 두고 점수를 매긴다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주관적 견해이지만) C- 정도이다.지나간 정권은 차치하고 현 정권에 대한 흔적을 평가하자면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격이다.현 정부 들어서 사회 안전망 면에서 구멍 뚫린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정권을 쥔 권력층은 이에 관여하여 해결을 하는 척 하다 정작 (직접)풀어내야 할 계제에 이르러서는 쏙 빠져 뒷짐지고 관망하는 꼴이다.게다가 어떤 형식으로정권을 쥐었든 솔직.담백하게 공약(公約)으로 내걸었던 사항 내지 사회 구성원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사항들에게 대한 대화와 소통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현대 정치는 비단 국내용이 아니다.글로벌 시대이기에 국내 정치를 어떻게 진행해 나가는가는 먼 나라일수록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그래서 푸른 기와집 지붕을 보면 답답하다.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도 천민 의식에서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갈 수 있도록 국가 권력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하면서 연대하는 슬기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작가이면서 대학 교수(도쿄 경제대학)로 재직 중인 서경식(徐京植) 저자는 재일교포 2세이다.초등학교 시절 재일 조선인으로 일본인들에게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자라났던 저자는 중2 때 단편소설을 썼던 것이 계기가 되어 글쓰기로 세상을 비판하고 소통한다고 한다.게다가 저자의 형 둘이 서울대로 유학을 와서 공부하던 중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암울한 옥고를 치뤘다고 한다.형기를 마치고 사상 전향을 하지 않아 10여 년 이상 더 수감 생활을 했다고 한다.저자는 오늘날과 같은 정치 권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독선과 비인간화로 치닫게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시와 문학의 힘을 빌려 강렬한 비판과 저항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문명과 사회는 반드시 진화,진보되어 가기에,의식 있는 사람들이 절대 권력이 휘두르는 비인간적인 독선과 횡포를 무력하게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경식 저자는 1930년대 중국 해방 운동에 헌신했던 루쉰의 말,1950년대 일본의 나카노 시게하루의 문장,그리고 한국이 겪었던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시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써 내려갔던 수많은 시(詩)들은 당대 지식층과 깨친 사람들에게 큰 위안과 용기,격려를 안겨 주었다.그런데 SNS가 대세인 현 시대에서 시와 문학의 힘은 과연 제대로 된 파워를 용트림할 수가 있을까.내 생각엔 안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다만 편안함,안일함이 우선인 사회 구성원들이 예전과 같이 절대 다수가 비인간적인 삶에서 벗어나고자 응집하려고 했던 모티브가 오늘날엔 희박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가 없다.사실 한국은 양대 정당이 입법부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양대 정당의 색깔도 모호하기만 하다.어느 쪽이 보수 정당이고 어느 쪽이 진보 정당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게다가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 받던 소수 정당이 어느 날 자고 나니 '공중 분해'된 초헌법적인 사건이 2010년대 한국에서 일어났다.비록 소수 정당과 절대 권력을 갖은 현 정권 간의 불화와 어긋남에 의해 발생했던 감정 싸움으로 비쳐지지만 정치 민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평소 시(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높지는 않다.대중에게 영합하는 베스트셀러,인문 교양서적과 같이 저변층에 깊이 파고 드는 반면 시의 힘은 무력해 보인다.시대 상황,사회 구성원의 의식 변화,개인적 취향과 성향의 다양성,생존법의 절실 유무 등으로 인해 어쩌면 시는 일부 계층에 국한되어 창작되고 읊조리고 다시 창작해 나가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한다.저자는 '재일동포 학생 모국 방문단'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조국,민족,고향이 무엇인가를 상기하고,고3 때 『8월』이라는 시집을 자비 출판하면서 글쓰기를 굳히는 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작가가 모국 방문단으로 방문했던 1968년 당시는 박정희 군사 정권 시절로 애국,반공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도배되었던 시기였다.애국,반공,유신체제를 이어가기 위해 민주화,인권 운동을 부르짖던 인사들에게 들이댔던 구타,고문,비인간적 처사는 말로 형언하기 힘들다.나아가 저자는 대학에 입학하여 한문연(한국문화연구회)에 가입하여 이승만 정권을 타도했던 4.19 민주혁명 정신 계승을 표방하는 진보적 학생단체에 소속되면서 한국의 민주화를 촉구하고,재일동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이러한 써클에 가입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1970년대 어수선한 한국 사회 속에서 시(詩)로써 한국 사회 지배층의 부정부패,비민주화 등을 부르짖었던 시인들의 시를 조우하게 된다.김수영,고은,신경림,김지하 시인 등이다.일제 강점기엔 이상화,윤동주를 소개하고 있고,1980년대 시인 가운데엔 박노해,최영미,정희성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시의 힘이 무엇인가는 개인에 따라 생각과 견해가 달라질 것이다.시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시가 좋아서 시작(詩作)에 흥취해 있는 사람,시(詩)라는 단단한 무기로 혼탁하고 비현실적인 사회 세태를 비판하고 개조해 나가려는 계몽 의식의 시인들,그리고 무관심층이 다수 존재할 것이다.시(詩)는 짧게 응축한 언어이다.때로는 고복격양을 노래하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사회를 개악(改惡)해 나가는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시대 상황이 어떻든 시인으로서 승산과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이렇게 살겠다','이것이 진짜 삶이다'라는 무언가를 드러내야만 하는게 시인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설파한다.또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소외,상처를 받고 있는 다수 계층과 인권 사각지대 및 소수층(마이너리티)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어야 할 때이다.시인의 힘이 다시 한 번 부각하여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