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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ㅣ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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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나라에나 해박한 배경지식과 함께 독특하고 신랄한 비평을 쏟아내는 논객이 있다.이러한 논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도 혐오스럽고 짐(Burden)과 같은 사람도 있다.그가 어떠한 주제를 놓고 흑백의 논리를 떠나 오류와 함정과 같은 극히 미세한 부분까지도 파헤칠 수 있는 용기와 양심,정의,솔직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위협과 테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데,현재 지구촌에는 정치,군사,인종,종교 등의 첨예하고 대립되는 문제를 놓고 자신만의 원칙과 신념을 일관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크리스토퍼 히친스이다.
<논쟁>을 읽기 전에 그가 남긴 <신은 위대하지 않다>의 개괄적인 내용을 훑어 보았는데 그는 우주의 창조주에 대한 믿음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믿지 못한다고 못을 박고 있으며,사회자와의 첨예한 의견대립은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들었다.정치학자이면서 저널리스트로서 전체주의(Totalitarianism)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분쟁을 지켜 보고 한때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크리스토퍼 히친스저자는 개인적인 주장과 각국을 탐방하면서 기록한 르포의 형태까지 보여 주고 있다.
저널지에 칼럼과 에세이 형식으로 네 개의 큰 줄기를 놓고 그는 그만의 주장과 비평을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마냥 역사적 사건,인물들을 비롯하여 현대의 정치,군사,종교,인종 등에 이르기까지 잘 들려 주고 있다.그는 이 글이 그의 다섯번째 선집으로서 그의 삶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이라도 한듯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짜릿한 기분마저 든다고 했다.미국이 독립선언을 하면서 미국의 역사의 큰 줄기를 리드해 왔던 미국적인 정치,문학에 대한 입장과 견해,젠더로서 남자와 여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폭넓은 생각과 감정,아프가니스탄,이란,이라크,북아프리카,북한 등의 정치적 수준이 낮은 국가들을 돌면서 다양하게 정치적인 견해와 주장을 확실하게 내세우고 있다.특히 북한의 실상에 대한 비평은 섬뜩하기만 하다.왕조국가와 같이 북한의 주민들이 세습체제에 의해 겪는 고통은 현대판 노예제와 다름없다고 직시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말의 가치에 대해 들려 주고 있는데 <성경>구절에 관한 예수,주교들과 학자들의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이를테면 예수는 평범한 유대감으로부터 일반적인 교훈 및 원칙을 도출하기 위해 성서를 매력적으로 탐색하는 반면,주교와 학자들은 사랑을 강철처럼 단단한 법칙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말이라는 것이 이념과 입장,이해관계에 따라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주제를 놓고 그의 견해와 주장을 세밀하게 들려 주고 있다.그가 보여 주는 글들이 때로는 극히 사적인 주장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지만 저널리스트답게 현장 상황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생생함이 살아 있기에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시선을 고정하고 두뇌는 맑고 차가운 자세로 일관했다.
추상적인 개념을 배제하고 구체적인 자료와 시각,르포와 같은 형태의 생생한 소재거리를 백과사전식으로 현대의 문명과 문화,주장과 개념을 독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그가 말한 의심스러운 것을 의심하라! 이 한마디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 온다.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살아 있는 양심,실천하는 지식인의 전범(典範)으로 우리 곁에 오래 각인되고 살아 있으리라 확신한다.가까운 시일 내에 2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