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간에 형님 이러이 종종 장에서 보게 오래 사씨요오잉."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지나올 때
왜 그 소리가 선명하게 바람처럼 귓전에 스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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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빈약했고 바람은 풍성했다.
포커스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많은 컷을 눌렀다.

"어르신 이게 밀입니까 보립니까?"
"어허…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그건 밀도 아니고 보리도 아녀.
맥주 거시기여."
"아! 이게 호프라는 것이군요. 옙 감사합니다."
"근데 자네는 밀이건 보리건 찍어서 워따 써남?"
"아하… 저는 밀도 보리도 찍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찍었습니다."

언뜻 영감의 왼손이 칼집으로 이동할 것 같은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바람은 밀도 보리도 아닌 것을 쉼 없이 흔들었고
나는 영감이 칼을 뽑는 순간 접사로 영감의 콧구멍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흘러 나왔던
휘파람 소리가 BGM으로 깔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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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늦은 2시나 되었을까.
옷에 붙은 풀과 흙을 쓸어내고 사진을 집어넣는데
대평댁이 창 밖에서 뭐라 소리를 한다.
문을 열고,

"왜요 엄니."
"이리 와. 언능 조용히 와."

음식인가보다. 각오를 다지며 대평댁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퍼지기 전에 먹어 봐."

잡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시골 잔칫집 뷔페에서 잡채와 김밥에 집중하는 할머니들을
이해하지 못하곤 했었다. 역시 접시에 한 가득 담는다.

"엄니 좀만 주쇼. 밥 먹은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

먹는다. 불어터진 잡채를 맛있는 표정으로 먹는다.

"돼야지고기가 밑으로 싹 다 빠져버렸네."

돼지고기를 빌미로 2차 당면 공수가 감행되었다.
다시 한 그릇이다. -,.-
모두 비웠다.

"쪼까 마셔."

큰 병 환타다. 본 지도 간만이다.
무지 달짝지근한 환타. 좋아하지 않는다. 마셨다.

"여그 파적도 지져 놨응께 한 장 먹어 봐."

파전이다. 밀가루 7, 파 3 레시피의 대평댁 파전이다.
지난번에 맛있게 먹어 드린 것이 역시 화근이었다.
대평댁 파전의 지름은 기본적으로 30센티미터는 된다.
이번에는 물리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았고
아주 천천히 그 달짝지근한 환타까지 한 잔 더 부어서
천천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모두 먹었다.
배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이고 엄니 잘 먹었쏘. 다음에는 저 땜에 이런 거 준비하지 마쇼."
"여그 떡 먹고 가."
"예?"
"찰시리떡 쪼까 쪘응께 한 장만 먹고 가.
지난번에 그 잡지 사진 크게 뽑아줘서 고마워서 내가 준비한 거잉께."

굴렁쇠… -,.- 편집팀…
내가 할머니들 사진 A4로 뽑아달라고 했지 언제 A3로 인화해 달라고 했나?
A4였다면 당면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언능 먹어."

대평댁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찜통을 막 연다.
지난번 아침 삼겹살 공세보다 더 검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다시 환타를 한 잔 부었다.

"하이고 잘 마시네. 그 쎤한 거 다 마시고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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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가는 길에 옆 마을 농협 가는 이웃들을 태웠다.
대구댁이 반색하며 차에 올라타자마자 꿈 이야기를 한다.

"꿈에 컨테이너 삼촌이 이사를 가버렸어.
지정댁 화장실 문도 잠겨 있고. 꿈에서 얼마나 써운턴지……."

차 안에는 하하 웃음소리가 번졌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사람은 참 애틋한 동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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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댁 핸드폰이 도착했다.
며칠 전에 일하시다가 물에 한참을 담가 둔 핸드폰은
완전히 사망했다. 몇몇 전화번호를 다시 저장해 달란다.

"나 동상을 7번, 자네를 8번으로 거시기해 줘."
"지금 전화번호가 네 개 들어있네요. 그러니까
삼촌 먼저 입력하면 5번이 되고 제가 6번이 됩니다."
"머시여? 안 되야! 손자 둘이 번호가 5번하고 6번 해야 혀."
"일단… 제가 이 전화기를 잘 모르겠는데…
입력 순서대론지… (궁시렁)"
"여튼지간 넣어봐."

전화기를 주물딱 거린다.

"아 씨…"
"왜?"
"아니… 모음이 다 안보이네요… 이게 한글이 그 참…"
"또 안 되야?"
"일단… 제가 이 전화기를 첨 만지니까 잘 안되네요.
아 씨… 모음이 어디 간 겨… (궁시렁)"
"지난번엔 잘 하더만… 영 시원찮쿠만."
"아니, 이게 남에 전화기 잡고 저라고 바로 해결 되는 게 아니라니깐요.
뭐 어디 설명서 같은 거 없었쏘?"
"중고 폰인디. 요거이만 달랑 왔는디…"

다시 전화기 버튼을 잡고 씨름을 한다.
"아 씨… 나 이거 돌겠네. 아니 모음이 다 어디 간 겨…"
"자네가 아주 쑈를 하는구만."
"엄니 이거 쑈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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