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빈약했고 바람은 풍성했다.
포커스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많은 컷을 눌렀다.

"어르신 이게 밀입니까 보립니까?"
"어허…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그건 밀도 아니고 보리도 아녀.
맥주 거시기여."
"아! 이게 호프라는 것이군요. 옙 감사합니다."
"근데 자네는 밀이건 보리건 찍어서 워따 써남?"
"아하… 저는 밀도 보리도 찍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찍었습니다."

언뜻 영감의 왼손이 칼집으로 이동할 것 같은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바람은 밀도 보리도 아닌 것을 쉼 없이 흔들었고
나는 영감이 칼을 뽑는 순간 접사로 영감의 콧구멍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흘러 나왔던
휘파람 소리가 BGM으로 깔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 출처 : www.jirisan.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