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늦은 2시나 되었을까.
옷에 붙은 풀과 흙을 쓸어내고 사진을 집어넣는데
대평댁이 창 밖에서 뭐라 소리를 한다.
문을 열고,

"왜요 엄니."
"이리 와. 언능 조용히 와."

음식인가보다. 각오를 다지며 대평댁 뒤를 쫄래쫄래 따라간다.

"퍼지기 전에 먹어 봐."

잡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시골 잔칫집 뷔페에서 잡채와 김밥에 집중하는 할머니들을
이해하지 못하곤 했었다. 역시 접시에 한 가득 담는다.

"엄니 좀만 주쇼. 밥 먹은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

먹는다. 불어터진 잡채를 맛있는 표정으로 먹는다.

"돼야지고기가 밑으로 싹 다 빠져버렸네."

돼지고기를 빌미로 2차 당면 공수가 감행되었다.
다시 한 그릇이다. -,.-
모두 비웠다.

"쪼까 마셔."

큰 병 환타다. 본 지도 간만이다.
무지 달짝지근한 환타. 좋아하지 않는다. 마셨다.

"여그 파적도 지져 놨응께 한 장 먹어 봐."

파전이다. 밀가루 7, 파 3 레시피의 대평댁 파전이다.
지난번에 맛있게 먹어 드린 것이 역시 화근이었다.
대평댁 파전의 지름은 기본적으로 30센티미터는 된다.
이번에는 물리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았고
아주 천천히 그 달짝지근한 환타까지 한 잔 더 부어서
천천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모두 먹었다.
배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이고 엄니 잘 먹었쏘. 다음에는 저 땜에 이런 거 준비하지 마쇼."
"여그 떡 먹고 가."
"예?"
"찰시리떡 쪼까 쪘응께 한 장만 먹고 가.
지난번에 그 잡지 사진 크게 뽑아줘서 고마워서 내가 준비한 거잉께."

굴렁쇠… -,.- 편집팀…
내가 할머니들 사진 A4로 뽑아달라고 했지 언제 A3로 인화해 달라고 했나?
A4였다면 당면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언능 먹어."

대평댁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찜통을 막 연다.
지난번 아침 삼겹살 공세보다 더 검은 먹구름이 몰려온다.
다시 환타를 한 잔 부었다.

"하이고 잘 마시네. 그 쎤한 거 다 마시고 가이."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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