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가]출판계 새 바람 몰고 온 ‘히트제조기’

2006 11/07   뉴스메이커 699호

과학저술가·나홀로 출판사·출판기획자로 명성 날리는 3인방

과학저술가 이인식씨

선구자적인 길을 간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고독하다. 국내에서 ‘과학저술가’의 영역을 확고하게 굳힌 이인식씨(61)는 ‘과학계의 호메이니’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별명에서 보듯이 그는 때로는 과학자로부터 ‘사기꾼’이라는 악평을 듣기도 했다.

그건 순전히 학벌 중심의 학계 풍토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사학위가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은근히 무시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또 때로는 황우석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곳이 과학계이다.

학사학위가 전부인 이씨가 과학저술가로 명성을 날리자 오히려 과학계로부터 갖은 오해와 ‘구박’을 당했다. 그러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20여 년 동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지금은 과학적 지식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류 과학자들도 이씨에게 과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며 ‘칭찬 릴레이’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 열린 ‘미래교양사전’ 출판기념회에는 정부와 과학계, 재계의 고위인사들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20여 년 동안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쌓아온 그의 명성과 영향력을 제도권에서도 인정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뒤늦게 과학기술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씨의 힘은 무엇보다 과학을 쉽게 풀이하는 것. 과학과 섹스를 결부하거나 인문학의 위기를 과학적 사유에서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학이라 하면 으레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씨의 손을 거치면 과학자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과학이 일상으로 내려와 친밀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이씨가 처음부터 과학저술가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에 금성사에 입사한 그는 1991년까지 20여 년 동안 직장인의 길을 걸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1985년부터 틈틈이 컴퓨터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어서 그의 칼럼은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석사와 박사학위가 없는 이씨가 컴퓨터 전문가가 될 수 있던 것은 다름아닌 ‘학습의 힘’이다. 배우고 공부하면서 그는 박사보다 더 컴퓨터를 잘 아는 전문가가 되어갔다. 2년 남짓 칼럼을 쓴 덕분에 1987년에 ‘하이테크 혁명’이라는 책을 냈다. 과학저술가로서의 데뷔작이었다.

1992년부터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과학저술가로 나섰다. 그가 과학 분야의 칼럼니스트로 나서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극구 말렸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이사까지 지낸 그는 더 이상 대기업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시대를 몇 발 앞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가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1992년에는 ‘사람과 컴퓨터’를 내면서 마침내 과학저술가로서 명성을 굳혔다. 그의 출세작이기도 한 이 책은 지금도 이 분야 전문가들이 인용할 정도로 고전으로 통한다. 이씨는 이미 14년 전에 요즘 기술적 개가를 올리고 있는 나노기술이나 인공생명 등 첨단기술을 소개했다.

이 책이 나오자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박사학위도 없는 일개 회사원이 교수들도 내기 힘든 전문서적을 냈느냐”면서 유명 대학 교수들이 그를 “과학자의 탈을 쓴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그런데 교수들도 그가 꼼꼼하게 밝힌 참고문헌 등에는 두손을 들었다. 그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씨가 지금까지 쓴 책은 모두 20여 권.

이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발 앞서 컴퓨터전문가로 입지를 굳히고 이를 발판으로 과학칼럼니스트이자 과학저술가에 도전했고, 결국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1인출판 서사봉씨

‘백만불짜리 습관’ ‘창가의 토토’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등 베스트셀러는 다름아닌 1인이 운영하는 ‘나홀로 출판사’가 터뜨린 대박 작품이다. ‘1인 출판’은 말 그대로 혼자서 편집·기획·제작·홍보·마케팅 등 출판 전 과정을 도맡는 출판 시스템이다. 1인출판은 자본을 앞세운 ‘규모의 경제’에 걸맞은 출판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바에는 고정비용 지출 부담이 없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출판계에서는 등록된 출판사 2만여 개 가운데 15%가 1인출판사라는 추정이다.

1인출판사 ‘용오름’을 운영하고 있는 서사봉씨(43)는 일간지 기자출신이다. 서씨는 출판 등 문화관련 기사를 주로 쓰다 아예 신문사를 박차고 나와 2004년 나홀로 출판사를 차렸다. 퇴직금 2500만 원 등 자본금 7500만 원을 투자했다. 출판사를 설립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10개월 만에 ‘10년 불황, Hit는 있다’라는 책을 냈다. 이어 두 번째 책으로 자신이 직접 번역한 ‘백만불짜리 습관’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불황기에 읽힐 책이라는 컨셉트로 냈는데 그게 통했던 것이다.

서 대표는 준비된 1인출판가이다. 그는 서울대를 나와 1991년에 ‘한국일보’에 들어가 경제부와 문화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0년 5월 신문사를 나온 그는 누나가 운영하는 벤처회사에서 펀딩을 담당하다 사회평론에서 출판실무경험을 2년 동안 익혔다. 기자로 안주하기보다 전문성을 살려 자신의 일을 하고 싶던 그였기에 경력을 살려 1인출판에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그가 한 일은 출판사를 어떤 분야로 포지셔닝 하는가였다. 그는 자신이 경제경영 분야의 ‘표준독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독자가 요구하는 눈높이에 맞춘다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깊이있는 전문 경제경영서보다 30~40대 직장인에게 필요한 책으로 범위를 한정했다. 특히 그는 불황기에 오히려 직장인들이 책을 더 찾을 것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여기에 맞게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심리와 관련된 실용인문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조만간 ‘화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창의적인 기획능력이 있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좋은 책을 낼 수 있는 것을 1인출판의 가장 큰 이점으로 꼽았다. 반면에 자신이 모두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의 범위가 좁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신만의 네트워크나 시스템을 갖추고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대표는 지난 2년여 동안 모두 8권의 책을 냈다. 그는 2년간의 성적표를 굳이 매긴다면 ‘만족’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나홀로 기획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분간 1인출판을 견지할 생각이라고 한다.

1인출판사는 어떻게 설립하나?
1. 회사 이름을 정해 구청에 개인사업자로 등록한다
2. 세무서에 사업자 신고를 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받는다

책 1권(번역서)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번역료 300만 원
편집, 디자인비 300만 원
종이, 인쇄, 제본비 300만 원
창고비, 배분비 등 300만 원
총 1200만 원





출판기획자 연준혁씨

출판가에서 연준혁씨(H2기획연대)는 베스트셀러 기획자로 통한다. 출판사 근무가 전혀 없던 그가 출판계에 얼굴을 내민 지는 이제 3년 정도. 짧은 기간에 그가 이룬 기획력은 괄목할 만하다. 먼저 50만 권 이상 팔린 ‘평생성적 초등학교 4학년에 결정된다’를 비롯해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과학만화’가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최근에는 영어만화도 출간됐다.

우리 출판가에서는 아직 출판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출판기획자의 입지가 좁지만 그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그는 마포의 한 대형 출판사에서 사무실을 제공받으면서 전속 기획자로 일한다. 물론 출판사에 고용되지 않은 프리랜서 기획자로 자유롭게 근무한다.

출판기획자 명함을 내밀기 전에 그는 주로 학습 사이트 등 주로 온라인 업계에 종사했다. 서울대를 나와 구로동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1990년에 웅진미디어에 입사한 이후 줄곧 학습게임을 개발했고 한솔교육으로 옮겨서도 온라인 컨텐츠 개발을 담당했다. 아이들의 온라인 배움터인 ‘재미나라’(www .jaeminara.co.kr)는 그가 개발에 참여했던 사이트다. 이어 북토피아에서는 전자책과 인터넷서점 관련 업무을 하다 2001년 여름에 온라인 교육 사이트 ‘이런교육’을 창업했다. 2년 동안 운영하다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미련을 접었다.

그는 이때 지인으로부터 출판기획 일을 제의받고 새출발을 했다. 그는 줄곧 온라인 등 뉴미디어와 전자책과 관련된 일을 했지만 책에 대한 애착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식사회에서 온라인의 역할이 크지만 그래도 책이 경험과 지식전수에 유효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의 출판기획 선택은 어쩌면 대세인 온라인에서 발을 빼고 거꾸로 오프라인인 책으로의 회귀인 셈이다.

연씨가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던 것은 다름아닌 ‘인연’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졸업 후 1년 동안 구로동에서 시민운동을 했는데, 이때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김태영 위즈덤하우스 대표를 만났다. 출판기획을 제의한 사람은 다름아닌 김 대표였다. 그는 김 대표가 첫 번째 만난 ‘귀인’이라고 했다.

두 번째 만난 귀인은 다름아닌 ‘평생성적 초등학교 4학년에 결정된다’의 저자인 김강일 부부이다. 그가 기획일을 하고 두 번째 낸 이 책이 그만 대박을 터뜨렸다. 두 딸의 성장기에 비춰 초등학교 4학년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한 연씨는 이와 관련된 책을 기획했다. 마땅한 저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안산에서 과외방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김씨부부가 생각났다고 한다. 김씨부부는 그가 벤처기업인 ‘이런교육’을 운영할 때 안산지사를 맡았던 인연이 있다. 책을 출간하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그는 3년의 짧은 기간에 20여 권의 책을 기획하면서 현재 출판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기획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씨가 말하는 출판기획자의 조건

1.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2. 지식인 수준이 아니라 독자 수준의 코드를 맞출 수 있는가
3. 자기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4. 저자섭외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가
5. 업무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가


최효찬<객원기자> roma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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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구치는 멀티 '책쟁이'… 1인 출판시대
[커버 · 1인 출판] 전체 출판사 중 약 15%가 1인 출판사, 튼튼한 네트워크·철저한 기획 아이디어로 승부수

   e시대 e사람
이병완, 언론 비판
Good 55명 Bad 61명
 
총투표자수 : 116명 

‘창가의 토토’(프로메테우스),‘백만불짜리 습관’(용오름),‘테이레시아스의 역사’(산처럼),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서적),‘헌법의 풍경’(교양인).

2000년 이후 ‘대박’을 터트리거나 1만 권 넘게 팔린 화제의 책들로 ‘1인 출판사’가 터뜨린 작품들이다. 1인 출판은 말 그대로 혼자서 편집ㆍ기획ㆍ제작ㆍ홍보(마케팅) 등 일체의 과정을 도맡아 하는 출판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출판의 양극화 등 출판 환경이 변하면서 ‘1인 출판’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 출판사에서 독립하는 수많은 출판인과 새롭게 출판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1인 출판사도 증가하고 있다. .

2002년 1,896개사이던 출판사는 2003년 1,647개 사, 2004년 1,716개사, 2005년에는 9월 말까지 2,091개사로 3년9개월 동안 무려 7,350개사가 신규 등록을 해 총 출판사 수는 2만4,589개사나 된다. 4년 동안 하루 평균 5.4개가 늘어난 셈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부장은 “2000년 조사에서 1인 출판사는 전체의 약 7%였는데 현재는 15%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백 부장에 따르면 국내 2만5,000개 가량의 출판사 중 3,700여 개 정도가 1인 출판사인 셈이다.

국내 출판사는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그해 10월 출판등록이 자유화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 출판사들은 90년대 전반기 호황기를 거쳐 97년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갈림길에 서게 됐다.

휴머니스트 출판사 김학원 대표는 “80년대 억압에서 벗어나 90년대 출판이 대중화되면서 출판을 경험한 기획ㆍ편집자가 90년대 말 2,000~3,000 명 가량 등장했지만 출판사 구조는 여전히 전 근대적이어서 기존 조직에 머물 수 없는 출판인들이 독립해서 1인 출판사를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디지털화로 책제작 쉬워지며 급증세

이후 2000년대의 출판 제작환경 변화는 1인 출판의 증가를 더욱 부채질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디지털화로 책 만드는 게 쉬워져 제작비가 예전보다 3분의 1 수준이 됐다”며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으로 유통이 집중되고 제작ㆍ마케팅 등 외부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1인 출판을 양산한 배경이다”고 말했다.

1인 출판은 종래 출판업에 종사해온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개인이 연구 성과를 책으로 내기 위해, 또는 출판 분야의 기자 출신이나 출판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1인 출판을 하는 출판인은 크게 편집자 출신과 영업 출신으로 나뉜다. 90년대 중반까지 출판사 창업을 하는 이는 주로 영업부장들이었다. 전국 서점의 복잡한 유통망과 인맥을 쌓은 영업자가 뛰어난 출판인이었다.

‘사랑의 학교’의 이상복(50) 씨는 범우사에서 9년간 영업을 하다 95년 영업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출판사를 차렸다. 지명도가 있는 이원복 교수의 ‘세계기행 1ㆍ2권’을 비롯해 ‘펜 끝으로 여는 세상’ 등 11종의 책을 냈다.

영업통답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방 서점들을 돌며 출판흐름을 파악하고, 영업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획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아동과 청소년 부문에 주력해 ‘지식보다 감동을 전달하는’ 책들을 펴내는 게 그의 목표다.

이 씨는 “출판을 늦게 시작한 데다 인적 네트워크가 엷어 한계를 느끼곤 한다”면서 “1인 출판을 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하고 튼튼한 네트워크를 형성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메테우스’의 신충일 대표(41)는 2개 출판사에서 5년여 동안 편집과 영업을 한 뒤 2000년 출판사를 세워 처녀작으로 펴낸 ‘창가의 토토’가 35만 부나 팔려나가 1인 출판계의 신화로 남아 있다.

이후 편집과 마케팅 분야에 2명을 충원한 신 대표는 “글과 삶이 일치하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히로사 다카하시(‘체르노빌의 아이들’저자)를 존경한다”면서 “앞으로 그를 포함한 2명의 전작 작가 시리즈를 책으로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1인 출판을 하다보면 큰 운이 따를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며 “소규모 출판에 맞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인 출판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윤양미(산처럼)ㆍ김혜숙(참솔)ㆍ강규순(숲)ㆍ조영희(에코의 서재)ㆍ한예원(교양인)ㆍ권선희(사이)ㆍ황영심(지오북) 대표 등은 편집인 출신이다.

윤양미 대표는 한길사ㆍ역사비평에서 8년여 동안 편집ㆍ기획 파트에서 일하다 2002년 ‘산처럼’을 세웠다.

김혜숙 대표는 문예출판사에서 12년간 편집일을 하다 95년 결혼과 함께 떠나 있다가 98년 출판계로 돌아왔다. 기획안을 들고 문예출판사 전병석 사장을 찾았으나 “혼자 해보라”는 말과 함께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아 1인 출판사 ‘참솔’을 세웠다. 첫 작품 ‘퇴직시대, 120% 권리찾기’는 출간 한 달 만에 초판을 다 소화했고, 번역서인 ‘초라한 밥상’은 5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조만간 현대인에 와닿을 수 있는 ‘아부의 예술’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1인 출판을 하려면 최소한 기획 아이디어를 10개 이상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밋빛 환상만 갖고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충고했다.

강규순 대표 역시 한길사ㆍ문예출판사에서 10년 넘게 편집자로 일하다 2002년 ‘숲’을 설립했다. 첫 작품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를 낸 데 이어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그리스ㆍ로마 원전 번역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아이네이스’,‘명상록’은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그리스ㆍ로마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왔지만 국내 전문가가 부족해 ‘원전’은 드물다”며 “고정 독자가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희 대표는 대형출판사인 푸른숲ㆍ위즈덤하우스에서 10여 년간 편집일을 하면서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전여옥),‘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한비야),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등을 기획, 탄탄대로를 걷다가 2005년 독립해 ‘에코의 서재’출판사를 차렸다.

6개월을 걸려 완성한 첫 작품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가 9만 부 이상 팔렸고 이어 나온 성인 심리동화 ‘루비레드’, 경제경영 인문서인 ‘성공한 사람들의 정치력101’이 각각 1만 부 팔리면서 1인 출판의 뿌리를 내렸다.

황영심 대표는 문예출판사ㆍ현암사 등에서 16년 동안 편집자 생활을 하다 2003년 ‘지오북’을 창업한 후 첫 책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2004년)으로 집무정지됐을 때 보았다고 해 화제가 됐던 ‘헌법의 풍경’은 1인 출판 ‘교양인’에서 펴냈다. 한예원 대표는 9년간 푸른숲 편집장을 하다 독립 ‘교양인’을 차리고 ‘헌법의 풍경’과 ‘미국을 파국으로 이끄는 세력에 대한 보고서’로 호평받았다.

전문성으로 틈새 공략

편집의 베테랑으로 잘 나가던 이들이 1인 출판으로 독립한 데는 ‘나이’ 및 오너와의 마찰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개는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일을 하려는 의지가 결정으로 작용했다.

국내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위즈덤하우스 편집장 자리를 던지고 나온 ‘에코의 서재’ 조영희 대표는 “내가 만들고 싶은 책과 회사가 요구하는 책이 다를 때는 갈등이 심했다”면서 “편집자로서 경력을 쌓다 보면 좀 더 인문적이고 깊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데 대형 출판사에서는 그런 욕구를 실현시킬 수가 없어서 내고 싶은 책을 즐기면서 만들기 위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지오북’ 황영심 대표는 “자연과학서는 사진이나 편집 등 신경 쓸 일이 많기에 회사에서는 쫓기듯 책을 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학서를 내고 싶어 독립했다”고 설명했다.

언어(특히 한자) 전문가인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출판사 대표와 IT 분야 전문 출판사로 자리잡은 ‘디지털미디어리서치’의 조광현 대표는 각각 독자 출판사를 세우고 관련 분야의 책을 잇따라 출간하고 있다.

박대종 대표는 “출간 당시 한자를 인쇄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내 정성과 혼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표는 “콘텐츠 기획을 잘 하면 출판 과정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 있어 직접 출판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박정화 씨는 책을 내고 싶어 별도로 1인 출판사(삼애사)를 차리고 20년 간 연구한 고대사 자료를 모아 ‘일본의 원뿌리를 찾아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백만불짜리 습관’ 등 경제경영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용오름 출판사 서사봉 대표는 10여 년간 일간지 경제ㆍ문화부 기자로 있다 2004년 창업했다. 6년간 출판사 편집자와 주간신문, 잡지 기자로 편력한 황기직 씨는 92년 ‘새벽소리’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등록한 후 ‘윤복이의 일기’,‘장다리 1학년 땅꼬마 2학년’, ‘머리 둘 달린 봉황새’ 등 아동서 4권을 포함해 9권을 냈다.

출판 경험이 전혀 없거나 출판과 무관한 사람들이 1인 출판에 도전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서울 마포구 서교동)가 출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sbi(서울북인스티튜트) 창업자 과정을 올 초 수료한 김동석(36) 씨는 ‘기억상자’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리고 11월 경 인문ㆍ역사서 출간을 준비 중이다.

sbi ‘편집자 입문 과정’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승은(36) 씨는 ‘개암나무’를 창업하고 내년 초 번역 동화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판계에 ‘1인 출판’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 현상이나 장래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긍정론자들은 출판의 다양성 차원에서 바람직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틈새를 공략할 경우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1인 출판은 재미있고 혁명적인 것”이라며 “산업적인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자”고 말한다. 정 대표는 중간 크기의 회사는 사라지고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출판사로 출판계가 양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부장은 “1인 출판이 영세하고 존립이 불안정함에 따라 소자본으로 번역 위주의 출판을 할 경우 외국 출판물의 ‘보따리 장사’가 성행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백 부장은 “출판의 핵심은 콘텐츠”라며 “1인 출판의 자산과 경쟁력도 콘텐츠인데 과연 국내 1인 출판사 중 어느 정도가 독자의 취향을 읽어내고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1인 출판의 경우 출판 고유의 ‘저수지 역할’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장래 엇갈린 전망… 영세성 극복이 관건

1인 출판의 장래에 대해서도 평가가 나뉜다. 비관론자들은 1인 출판의 영세성으로 인해 장기적인 존립이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단 한 권이라도 신간을 펴낸 출판사가 전체의 7.6%인 1,715개사에 불과하다. 1년에 등록하는 출판사 숫자보다도 적다.

실제 출판저널 기자를 지낸 이현주 씨가 2003년 창업한 1인 출판사‘뜰’은 여성ㆍ가족ㆍ가정 분야를 특화해 ‘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가족이 있는 풍경’등을 출간해 한동안 주목을 받았지만 자금난으로 결국 지난 7월에 폐업했다.

다른 측면에서 휴머니스트 출판사 김학원 대표는 “출판은 근본적으로 ‘1인 출판’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출판의 전 과정에 전문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용오름의 서사봉 대표는 “출간할 때마다 ‘창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정성이 상존한다”며 “1인 출판의 고유 생존방식을 어떻게 유지하는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1인 출판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프로메테우스’의 신충일 대표는 “혼자 만든 ‘창가의 토토’ 이후 직원을 2명만 더 채용했다”며 “결국 (소규모) ‘대장간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규모를 키우지 않고 1인 출판의 장점을 살려가면 존립은 물론 나름대로 사회문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미국 출판인 제이슨 엡스타인이 ‘북 비즈니스’란 책에서 디지털 기술 발달 덕에 장인 정신의 출판 황금시대가 온다고 내다본 것을 주목, 한국 사회에도 1인 출판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출판인 양성소 sbi(서울북 인스티튜트)
전문성 길러 대박의 꿈 키운다

"출판 창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버려라."

출판을 아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그만큼 출판으로 성공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고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푸른숲 대표)가 출판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sbi(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 박은주ㆍ김영사 대표)'는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sbi는 한국출판인회의가 1999년 출판인 양성을 위해 개설했던 한국출판아카데미를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시킨 출판 전문교육기관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sbi는 편집자 입문, 교열 교정, 출판 제작, 편집장, 창업자, 출판 디자인, 출판 마케팅, 편집 디자인 실무를 위한 DPT 과정 등 8개 정규 과정에 실용서 편집자, 아동서 편집자, 출판경리회계, 북아트 과정 등 4개 강좌를 추가로 신설했다.

강사진은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등 현역 출판인과 편집자들이 나선다. 9∼10주 과정으로 짜여있으며 정원은 20∼50명 내외다.

sbi는 8월까지 모두 6기에 걸쳐 8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특히 올 초 노동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직업훈련컨소시엄' 제도의 일환으로 엄격하게 선발된 29명이 6개월 가량 출판교육을 받고 출판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sbi 8개 정규과정 중 대학생과 출판계에 입문하려는 일반인들이 주로 신청하는 '편집자 입문 과정'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 과정의 5기 수료생인 윤경미 씨는 "하나의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막연하게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실전에 있는 강사 분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은 게 출판인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판 창업자 과정(1기)을 수료한 이은성 씨는 올 1월 'e-비즈북스'라는 1인 출판사를 설립하고 6월까지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3권의 책을 냈다.

이 씨는 "창업 과정에서 배운 그대로 실행한 결과 3권이 동시에 인터넷 서점의 해당 분야 베스트 10에 들면서 초기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편집과 마케팅쪽에 인원을 1명씩 늘린 이 씨는 "올해 말까지 20권의 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경 회장은 "sbi에서는 대학이 할 수 없는 현장에 필요한 실무형 교육이 이뤄진다"며 "좋은 인력이 있어야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sbi가 곧 한국 출판계의 앞날을 좌우하는 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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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억짜리 대작만 내는 출판사 사장님
  •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뚝심출판’화제
  • 글=신용관기자 qq@chosun.com
    사진=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입력 : 2007.01.22 23:57 / 수정 : 2007.01.23 06:35
    • ‘수십억원 제작비’는 영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책 동네에서도 제작비 수십억원을 ‘겁 없이’ 쏟아 부으며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 대표가 화제다. ‘자음과모음’ 출판사 강병철(43) 대표다. 이 출판사의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전 100권)란 시리즈는 2004년 첫 권이 나오기 시작해 지난해 가을 완간했다. 권당 제작비 3000만원, 총 30억원이 투자된 초대형 기획이다. 강 대표는 40여명의 국내 교수진이 투입된 이 시리즈를 기획해 지금까지 300만부를 팔았다. 그는 이어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내기 시작했고, 이번 주에 50권을 채운다. 역시 100권 목표로 금년 말 완간 예정이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 내외입니다. 돈이 있어서 내는 시리즈가 아닙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밀어붙이는 거죠.”

      “추진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 출판사 사장님은 뜻밖에도 젊은 날 공부보다는 싸움질에 매달리다가 고등학교를 퇴학 맞은 ‘문제아’였다 (그는 지금도 농반 진반으로 ‘회사’란 용어 대신 ‘조직’이란 말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다). 그의 저돌성과 뚝심은 ‘남에게 지고는 못살던’ 청소년기부터 길러졌다.

      전북 김제에서 2남4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중1 때 이미 키가 165㎝였다. 학교 ‘어깨’들과의 싸움에서 상대편의 앞니 2개를 부러뜨렸다. 고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주먹질에 매달렸다. “단지 지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 그 대상이 공부였어야 했는데….” 고2 때 키 180㎝에 몸무게 75㎏. 합기도 2단, 태권도 3단, 실전 격투기는 9단(?)쯤 됐다. 교내엔 상대가 없어 타교 애들과 학교 대표로 싸우기도 했다. 아들은 경찰서를, 모친은 뻔질나게 학교를 드나들다 2학년 때 퇴학을 맞고 검정고시로 우석대 일문과에 들어갔다. “공부와는 담 쌓은 생활이었지만 형님(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의 영향으로 책을 많이 읽었어요. 다쳐서 누워 있으면 책 보는 거밖에 딱히 할 일도 없어요.”

      대학 4년 때 달랑 10만원 갖고 상경한 그는 “출세할 때까지는 절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그는 “15년간 고향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고 했다.

      형님이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영업 일을 배웠다. 1997년 봄 ‘자음과 모음’을 세웠고 첫 6개월간 매달 1억 원씩 수금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IMF 땐 도매상 부도로 2억8000만원을 떼이기도 했지만 친척들 카드까지 빌려가며 책을 계속 냈다. 이때 만든 정길연의 소설 ‘변명’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판타지 소설 ‘용의 신전’(전7권)도 ‘터져’ 주었다. 당시 강 대표는 일간지 전면 광고를 내기 시작한다. “아마 제가 국내에서 처음이었을 겁니다. 동료 출판사 사장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어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건 청소년 시절 이후 강 대표의 인생 좌우명이다. 그는 곧 ‘교양 시리즈’ 100권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시리즈 3개를 다 합치면 100억원대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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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 /조선일보 정경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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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의 이색 도서관을 가다
    2007.02.12, 채지회
     
    » (왼쪽)주롱 지역도서관 1층에 있는 어린이도서관. 곳곳에 ‘ASK’라는 팻말이 있다. ‘왜’를 달고 사는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려는 의도다. (오른쪽)도심의 다카시마야 대형 백화점 5층에 있는 오차드도서관. 15만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색이 샘솟는 청소년 ‘해방구’

     

    첨단 디지털시대를 맞아 아날로그의 상징인 듯하던 도서관의 변신이 눈부시다. 나라마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앞다퉈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오아시스’라는 해방공간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등에 도서관을 설립하는 등 이색적인 도서관 운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들 또래사서가 책 권하고

    편하게 누워서도 읽는 주롱도서관

    백화점·공연장 곳곳에 도서관

     

    사람들 발길 끄는 시도 실험중

     

    청소년의 해방공간 오아시스=싱가포르 서쪽에 있는 주롱도서관은 세 곳의 지역 도서관 중 가장 큰 곳으로, 장서량이 45만권에 이른다. 이 도서관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청소년 서비스이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어린이 때와는 달리 컴퓨터 게임, 스포츠, 음악 등에 빠져 책과는 슬슬 거리가 멀어지는 연령층이기에 궤도에서 멀리 이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벤트를 모색한다.

     

    도서관의 한 층이 온전히 청소년만을 위한 서가인데, 이름이 ‘버징-올-틴스’(verging-all-teens)이다. 벽 한편에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커다란 보드가 걸려 있다. 짧은 독후감이나 심경을 담은 메모지가 나부낀다.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마당이다. 독서모임이나 동아리들의 공동작업을 위한 별도 회의실까지 있다.

     

    사서가 아무리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법. 그래서 사서도 학생들이 맡고 있다. 물로 정식사서의 지도를 받는다. 또래끼리 유행하는 트렌드를 잘 알기에 어떤 책을 요구하는지 한번에 ‘딱’ 알아챈다. 또 사서친구가 권하는 책에 신뢰도 더 높은 편이다.

     

    ‘오아시스’라는 코너도 눈길을 끈다. 학교 수업이 있는 평일 오전이라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코너에는 남자 아이 두 명이 서로 비스듬하게 누워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오아시스에서는 누구의 간섭 없이 가장 편한 자세로 바닥에서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사회적으로 억눌린 청소년들에게는 한마디로 ‘해방구’이다. 이 오아시스의 또 다른 샘은 자판기이다. 음료수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 한평 정도의 샘을 통해 청소년들이 더 큰 호흡을 할 수 있어서인지 인기만점의 공간이 됐다.

     

    » 주롱도서관 청소년실의 보드.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가장 아래층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에는 보호자가 동화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곳이 따로 있었다. 곳곳엔 ‘ASK’(물어보세요)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내용이나 이어지는 ‘왜?’의 질문 보따리를 꽁꽁 묶어두지 않고 이곳에서 풀어놓게 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서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정기적인 구연동화 발표회 등을 위한 무대도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는 주민들은 보통 때는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한다. 좀더 많은 자료를 찾기 위해 지역도서관을 이용하는데 반납은 어느 도서관에서든지 가능하다. 크리스 림 슈 주 주롱도서관 매니저는 “책 반납 때문에 빌리는 것을 꺼려하지 않도록 대여시스템을 일원화했다. 전자태그(전자꼬리표)를 설치하고 우정국과 제휴를 해서 수거한 도서를 소속 도서관으로 24시간 안에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찾아간다=이른바 틈새 도서관으로, 쇼핑몰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그것도 도심 오차드거리 한복판의 가장 큰 다카시마야 백화점 5층에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금싸라기 땅에 도서관이라니. 이름만 도서관이고 백화점 따라온 남편들이나 쇼핑에 지쳐 잠시 쉬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간이 휴게실 정도라고 생각하고 찾았는데 웬걸? 소장하고 있는 책이 15만권이나 된다. 백화점에 아이들을 데려와 이 곳에 맡겨 놓고 쇼핑하러 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어린이들은 출입 금지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조용히 책 읽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대신 음악과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세렌느 로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홍보관은 백화점의 도서관 유치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백화점의 오차드도서관은 9개월 동안의 준비를 거쳐 1995년에 문을 열었다. 예산안을 재무부에서 승인해줘 가능했다. 처음에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갔으나 책 보러 온 김에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숫자가 늘어나 쇼핑몰에서도 반기게 됐다.” 지금은 쇼핑몰들의 유치전략까지 겹쳐 10개로 늘었다.

     

    또다른 틈새 도서관으로는 공연장 도서관이 있다.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공연장 3층에 있는 이 도서관은 예술 관련 도서들로만 한정되어 있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음악, 영화, 무용 관련 도서로 서가를 빼곡이 채웠다.

     


     

    파티마 술라이만 국립도서관 행정관 / “산모들 출산준비물에 독서목록 첨부”

     

    “어느날 갑자기 어른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책읽기가 몸에 배도록 훈련시키는 게 중요하다.”

     

    파티마 술라이만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선임 행정관은 성인들을 도서관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조기 독서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아이 때부터가 아니라 엄마가 임신하는 순간부터 한 생명의 책읽기 캠페인이 시작된다. 술라이만은 “산모들의 출산준비물에 도서목록도 첨부된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어 유아, 어린이, 청소년 등 나이에 맞는 적절한 책읽기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성인을 위한 독서 캠페인도 물론 있다. 택시기사, 미용사 등 직업별로 독서클럽을 조직해, 각각의 수준과 흥미도에 맞춘 책을 선정해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독서프로그램의 이름이 ‘리드! 싱가포르’인데, 지적 자산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적극 앞장서고 있다.

     

    술라이만은 도서관들의 책 구입에 대해 “선정위원회에서 싱가포르 안에 있는 모든 도서관들이 작성한 필요 목록을 검토한 뒤 국립도서관 차원에서 한꺼번에 구입한다. 언어도 인구 구성에 맞추는데 영어책 70%, 중국어책 25%, 타밀어책 5%선으로 안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인들이 추천한 도서도 검토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는 “싱가포르가 가장 우선시 하는 민족화합을 방해하는 책들은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도서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에 대해 술라이만은 “도서관은 시민 것이다. 시민들이 도서관을 지키고 관리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한겨레 200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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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나라 우리엄마 산하기획만화 6
    박수동 지음 / 산하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이걸일고느낌

    이건 엉뚱하다 엄마가 아들한테 알고인는데로 알려주고 하는만화다.

    중간중간에 웃긴다. 재일생각나는건  엄마가 바다에 수박을놓는데 아들이 배가고픈거같아서 바다에 먹을껏

    찾으러가는데 엄마가 숨겨논 수박을 찾아서 먹는다 나중에 엄마가 숨겨논 수박을찾으러가는데

    없어서 엄마가 폭팔한다. 이부분이난 재일재미있었다. ㅎㅎ 꼭읽어보세여 재미있어요. ^o^

                                                                      그래서 이걸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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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 2007-03-2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숨기고 아들은 찾아서 먹고..하하하..
    재미난 동화인가 봐요.엄마들은 가끔 아무일도 아닌것에 폭발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