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억짜리 대작만 내는 출판사 사장님
  •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뚝심출판’화제
  • 글=신용관기자 qq@chosun.com
    사진=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입력 : 2007.01.22 23:57 / 수정 : 2007.01.23 06:35
    • ‘수십억원 제작비’는 영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책 동네에서도 제작비 수십억원을 ‘겁 없이’ 쏟아 부으며 시리즈를 내는 출판사 대표가 화제다. ‘자음과모음’ 출판사 강병철(43) 대표다. 이 출판사의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전 100권)란 시리즈는 2004년 첫 권이 나오기 시작해 지난해 가을 완간했다. 권당 제작비 3000만원, 총 30억원이 투자된 초대형 기획이다. 강 대표는 40여명의 국내 교수진이 투입된 이 시리즈를 기획해 지금까지 300만부를 팔았다. 그는 이어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내기 시작했고, 이번 주에 50권을 채운다. 역시 100권 목표로 금년 말 완간 예정이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 내외입니다. 돈이 있어서 내는 시리즈가 아닙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밀어붙이는 거죠.”

      “추진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 출판사 사장님은 뜻밖에도 젊은 날 공부보다는 싸움질에 매달리다가 고등학교를 퇴학 맞은 ‘문제아’였다 (그는 지금도 농반 진반으로 ‘회사’란 용어 대신 ‘조직’이란 말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다). 그의 저돌성과 뚝심은 ‘남에게 지고는 못살던’ 청소년기부터 길러졌다.

      전북 김제에서 2남4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중1 때 이미 키가 165㎝였다. 학교 ‘어깨’들과의 싸움에서 상대편의 앞니 2개를 부러뜨렸다. 고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주먹질에 매달렸다. “단지 지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 그 대상이 공부였어야 했는데….” 고2 때 키 180㎝에 몸무게 75㎏. 합기도 2단, 태권도 3단, 실전 격투기는 9단(?)쯤 됐다. 교내엔 상대가 없어 타교 애들과 학교 대표로 싸우기도 했다. 아들은 경찰서를, 모친은 뻔질나게 학교를 드나들다 2학년 때 퇴학을 맞고 검정고시로 우석대 일문과에 들어갔다. “공부와는 담 쌓은 생활이었지만 형님(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의 영향으로 책을 많이 읽었어요. 다쳐서 누워 있으면 책 보는 거밖에 딱히 할 일도 없어요.”

      대학 4년 때 달랑 10만원 갖고 상경한 그는 “출세할 때까지는 절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그는 “15년간 고향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고 했다.

      형님이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영업 일을 배웠다. 1997년 봄 ‘자음과 모음’을 세웠고 첫 6개월간 매달 1억 원씩 수금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IMF 땐 도매상 부도로 2억8000만원을 떼이기도 했지만 친척들 카드까지 빌려가며 책을 계속 냈다. 이때 만든 정길연의 소설 ‘변명’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판타지 소설 ‘용의 신전’(전7권)도 ‘터져’ 주었다. 당시 강 대표는 일간지 전면 광고를 내기 시작한다. “아마 제가 국내에서 처음이었을 겁니다. 동료 출판사 사장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어요.”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건 청소년 시절 이후 강 대표의 인생 좌우명이다. 그는 곧 ‘교양 시리즈’ 100권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시리즈 3개를 다 합치면 100억원대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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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철 자음과모음 대표. /조선일보 정경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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