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풍경]인터넷서점 판매지수의 비밀

며칠 전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검색해 봤다.

예스24의 1위 ‘파페포포 안단테’(판매지수 48,957), 2위 ‘남한산성’(17,144), 3위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27,744), 4위 ‘코믹 메이플스토리’(8,376), 5위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19,671)….

알라딘의 1위 ‘행복의 건축’(판매지수 55,650), 2위 ‘코믹 메이플스토리’(39,620), 3위 ‘남한산성’(70,460), 4위 ‘파페포포 안단테’(86,780), 5위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91,335)….

리브로의 1위 ‘파페포포 안단테’(판매지수 84,408), 2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264,237), 3위 ‘남한산성’(15,753), 4위 ‘배려’(470,045), 5위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281,921)….

여기서 관심을 끈 것은 베스트셀러 순위가 아니라 판매지수였다. 판매지수라고 하면 분명 ‘잘 팔리고 덜 팔리고’와 관련된 수치일 텐데 베스트셀러와 판매지수의 순위가 일치하지 않으니 궁금증이 생겼다.

알아보니 이러했다. 판매지수는 우선 인터넷서점들이 판매량에 맞게 점수를 부여(예를 들어 권당 10점 등)해 작성한다. 여기에다 최근 많이 팔린 책에는 대개 가산점을 준다. 똑같은 판매량이라고 해도 수년 전에 팔린 책보다는 요즘 잘 팔리는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판매지수는 베스트셀러 집계처럼 일정 기간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인터넷서점에서 팔린 누적 판매량을 수치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순위와 판매지수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판매지수를 작성하는 인터넷서점들은 고민이 많다. 한꺼번에 책을 다량으로 구입할 경우 이를 지수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어떤 책을 100권 구입했을 때 이를 1권으로 칠 것인지, 100권으로 칠 것인지의 문제다. 예스24는 이를 1권으로 계산한다. 출판사의 사재기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사재기가 아닐 경우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아예 판매지수를 작성하지 않는 인터넷서점도 있다.

이는 시장 논리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출판 시장의 공공성을 강조할 것인지 사이에 낀 딜레마이기도 하다. 시장주의자들은 “100권을 샀든, 1000권을 샀든 판매량 그대로 지수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반면 공공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출판계는 공익을 위해 사재기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한다.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건 분명 책에 대한 믿음의 표현일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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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48)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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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및 관련종목 기술/시장/서비스분석과 개발사례/사업전략 세미나
-------------------- IPTVㆍFTTHㆍ셋톱박스ㆍ콘텐츠 --------------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종이사전 대신 전자사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꺼운 종이사전보다 휴대하기도 편하고 모르는 내용을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종이사전이 아날로그를 대표한다면 이 전자사전은 우리가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많은 유형의 전자책 중 하나입니다.

◇전자책이란 무엇인가?=좁은 의미로는 종이에 인쇄된 책이 아니라 XML,이미지,멀티미디어 등으로 제작해 컴퓨터나 PDA, 휴대폰과 같은 단말기 화면을 통해 보는 디지털 옷을 입은 책을 말합니다.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정의한 넓은 개념의 전자책의 규정은 좀 길지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도서로 간행되었거나 도서로 간행될 수 있는 저작물의 내용을 디지털데이터로 CD-ROM, DVD 등의 전자책 기록매체 또는 저장장치에 수록하고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경유해 컴퓨터 또는 휴대단말기 등을 이용해 그 내용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협회는 “최근 컨버전스시대의 도래로 종이출판과 전자출판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과거 유선 터미널을 이용해 사용하던 시대의 온라인 출판물시대와 모바일이 발달한 무선터미널시대의 온에어(on-air) 출판물시대 구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전자책의 정의와 범위를 확대해 가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이전까지의 전자책은 오프라인 출판사가 펴내던 종이책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웹2.0과 ucc시대의 변화에 맞게 일반인이 인터넷에 자유롭게 올린 창작물들 전자책으로 유통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종이책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동영상, 음성 등을 구현하는 새로운 유형의 전자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전자책은 종이책의 진화를 넘어 새로운 뉴미디어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책의 특징과 유형=전자책은 종이책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MP3, 동영상, 플레시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문자와 함께 제공합니다. 특히 디지털방식으로 제작되다 보니 출판비용과 유통·재고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않아 종이책에 비해 40∼50% 정도 저렴합니다. 그리고 종이라면 많은 부피를 차지했을 방대한 내용을 한권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는 미래형 책이라고 말할 수 있죠.

얼마 전부터 유무선에 관계없이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이동중이라도 언제 어디서나 책을 내려받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SKT, KTF 같은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을 통해 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유형은 전용뷰어를 사용하는 e북이라는 패턴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 유형이 다양해져 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XML(Extended Mark-up Language)과 PDF(Portable Document Format)를 활용한 책들입니다.

XML은 구조화된 문자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MS가, 한국에서는 북토피아에서 XML을 주로 이용해 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PDF는 미국의 어도비시스템즈에서 개발한 것으로 종이 인쇄상태 그대로를 컴퓨터에 보여 줍니다. 교보문고와 각 신문사에서 주로 책이나 신문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서비스하고 있죠.

이외에도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기반이나 HWP,DOC 포맷과 플래시,CSD( Compact Shared Document),DiVu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포맷으로 만들어진 경영경제 서적, 로맨스·팬터지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되어 판매사이트들을 통해 서비스 됩니다. 요즘 전자책은 PC에서 보다 휴대폰, PMP, PDA 등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읽을 수 있으며 이러한 모바일북이 요즘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전문화·특성화된 유형의 전자책으로는 저널의 특징을 가지고서 온라인에 배포되는 각종 인터넷신문과 웹진들이 있죠. 그리고 UCC를 기반으로 한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을 서비스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자책 어디서 사서 어떻게 보나요=국내 전자책 판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북토피아(공동대표 김혜경·오재혁 www.booktopia.com)와 교보문고의 전자책 전문사이트 제노마드(대표 권경현 www.genomad.co.kr), 바로북(대표 이상운 www.barobook.com), 조아라닷컴(대표 이수희 www.joara.com),지니소프트(대표 이병훈 www.genesofts.com) 등에 접속, 구매한 후 내려받으면 됩니다. 책을 보기 위해서는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 있도록 해당 사이트에서 지시하는 리더(reader)를 내려 받습니다. 그리곤 사이트에서 보고 싶은 책을 클릭하고 결제 후 이용하면 됩니다. 혹시나 전자책을 읽고 싶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서울시내 각 구청은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전자책도서관을 이용하면 무료로 대출받아 볼 수 있습니다.

◇전자책은 왜 아직 활성화 되지 못했나요=국내 텍스트 위주의 전자책 시장은 지난해 825억원 규모로 12.2% 성장을 기록,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자사전 등을 합한 전자출판 시장은 2661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계되고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전자책 이용이 부진한 이유는 뭘까요? 콘텐츠 대부분이 오프라인으로 발행된 종이 책을 다시 디지털화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디지털콘텐츠 불법유통에 대한 출판사의 기피현상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소한영기자@전자신문, youngsh@etnews.co.kr



◆인터뷰-지니소프트 이병훈사장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모바일콘텐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요즘은 에듀·인포메이션 콘텐츠쪽으로 옮겨가고 있죠. e북도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모바일북이 인기”라며 운을 뗀 지니소프트 이병훈 사장. “모바일북은 휴대성은 물론 종이책 가격보다 40∼50% 정도 싸고 결제방법이 간편해 전자책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지난 해 텍스트 위주의 모바일북 시장은 약 50억원 규모지만 만화부문을 합칠 경우 약 2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다.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모바일전자책 지니북 회원 80만명중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초중반일 정도로 젊은 사람들의 e북에 대한 선호도와 비중은 절대적이다. 젊은 사람들의 독서방식의 변화에 따라 모바일북 제작방식이나 책의 유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사장의 생각이다.

“검색 위주의 정보 취득이 많은 현대인들의 필요에 맞게끔 책 내용 중에서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부분만 팔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 되어야 합니다.”

컨버전스 영향으로 비즈니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와 입맛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전자책의 살 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맨스나 무협, 자기계발 부문의 책들이 많이 나가고 있지만 다양한 방면의 수요에 비해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는 강사장은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작가 발굴과 함께 모바일,오디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한영기자@전자신문, youngsh@etnews.co.kr



◆학교신문보내기 업체소개-­일진전기

  지난 67년 설립된 일진전기(대표 최진용)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가정에서 사용될 때까지 필요한 대부분의 핵심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전기분야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일진전기는 창립 초기부터 송배전용 전력기기, 초고압 전력케이블 등 전기관련 제품을 대부분 국산화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통신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일진그룹의 모회사인 일진전기는 지난 2000년 일진전선, 2003년 ㈜일진을 합병한데 이어, 최근에는 일진중공업을 흡수합병을 확정, 중전기 부문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기관련 핵심제품 제조와 함께 설계·시공 등 서비스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토털 솔루션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일진전기는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최진용 일진전기 사장

“기업을 설립하는 것도, 그 기업을 크케 성장시키는 것도 인재입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최진용 사장은 이 같은 말로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업이 할 수 있는 투자 중 ‘인재에 대한 투자’가 으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창립 이래 이 같은 인재양성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세운 일진전기는 요즘도 전임직원이 아침 일찍 회사 회의실에 모여 외국어 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수업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회사에서 부담한다.

“신문은 각종 정보를 지식으로 담아놓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지식의 창”이라는 그는 “우리 청소년들이 신문을 통해 꾸준히 지식을 쌓아 미래를 이끌 인재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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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제목·윤리적 내용이 ‘절묘한 호흡’

한겨레 고명섭 기자
» 김태경 ‘이론과 실천’ 사장
펴낸 이와 함께 / 김태경 ‘이론과 실천’ 사장

<또라이 제로 조직>은 출판사 이론과실천의 경제·경영서 브랜드인 ‘이실MBA’의 첫 책이다. 사회과학 서적을 내던 출판사에서 이런 희한한 제목의 책을 내다니. 김태경(52·사진) 이론과실천 사장은 “제목이 튀어서 원서를 잡았는데, 내용을 보니까 매우 윤리적인 것이어서 출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속어로 시작해서 윤리학으로 끝나는 책의 흐름이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론과실천이 대중적인 책을 내는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론과실천은 1980년대 ‘좌파’ 사회과학 출판사의 대표급이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 독일어판 전 3권을 완역해 펴낸 곳도 이 출판사였다. 이론과실천은 최근에도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 <경제학-철학 수고>(강유원 옮김)를 출간했다. 출판사의 이름이나 역사만 보면 ‘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출판사와 사장을 떼 놓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태경 사장은 자신이 책 팔아서 돈 버는 데 꽤 익숙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에 친구출판사란 브랜드로 대중소설가 이원호씨의 <밤의 대통령>을 펴내 150만 부나 팔아본 경험이 있고, 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같은 출판사에서 펴내 적잖은 돈을 만졌다. 그러나 행운은 불행과 함께 온다고 했던가. “보증을 잘못 선” 바람에 10년 가까이 빚쟁이로 쫓기는 고통도 겪었다.

궁지에 빠져 한동안 출판 일을 멀리하기도 했지만, ‘책’은 그에게 일종의 운명이다. 서울대 미학과 재학생이던 1976년부터 외국 좌파 서적 영인본을 파는 ‘책장사’를 했고, 70년대 말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민중문화사란 서점을 내 경영하기도 했다. “리영희·백낙청·백기완 같은 분들이 단골이었다.” 전두환 신군부가 서점을 박살낸 뒤로 ‘인동’·‘지청사’ 같은 출판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책과 맺은 인연이 30년도 더 된 셈이다.

그는 요즘 새 기운을 내고 있다. “삶의 목표가 섰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는 자그마한 인문학 전문 대학을 만드는 것이 그가 세운 목표다. “인간의 모든 인식 능력 중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역사와 철학뿐이다.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과거를 알려주고 철학은 인류가 살아갈 미래를 밝혀준다.” 대학 설립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는 예순이 될 때까지 밑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실MBA’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경영서를 펴낸 것은 그 목적을 향해 내딛은 발걸음 하나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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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대형서점, 잔잔한 문화가 숨 쉬는 곳
  • 컬쳐&산보
  • 조선일보
    입력 : 2007.05.09 17:25
    •  

    • “형, 어디 계세요?”

      “교보로 가는 중이에요. 간만에 책도 둘러보고, 수업에 쓸 DVD도 구해야 해서…”

      “저녁에 별 다른 일 없으시죠? 그럼 조금 있다가 거기서 봬요.”

      출판평론가 표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거기’로 간다. 강의에 필요한 ‘축제’(임권택 감독) DVD를 사고 인문사회 코너에서 책 구경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 기다리는 일처럼 지루한 일도 없는데, 서점에서는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울의 중심가에는 3개의 대형서점이 모여 있다. 이들은 모두 지하철역과 연계되어 있는데, 교보문고는 광화문역과 직접 통하고, 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는 종각역과 이어져 있다. 교보문고의 특징은 책도 많고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책을 살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풍문고는 언제나 시원하고 쾌적하다. 서가들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책을 고르는 여유와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다. 2005년 밀레니엄 센터 지하에 자리를 잡은 반디앤루니스는 의자가 많이 배치되어 있고 책과 관련된 이벤트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서점의 분위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쏠쏠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서울의 중심가에 서점들이 있었던 것일까. 조선시대 이후로 종로가 상업의 중심지였으니 아마도 그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1880년부터 1년 9개월간 한국에 프랑스 대사관의 서기관으로 머물렀던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은 그의 저서 ‘한국서지’에서 종로 부근에 책 전문상점들이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상품 가치가 있는 책들은 망건이나 담배와 함께 파는 법이 없었으며 “책점들은 모두 도심지 쪽으로 종각에서 출발하여 남대문에 이르기까지 꾸부정하게 뻗어 있는 큰 길에 모여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월탄 박종화의 회고에 의하면 어렸을 때 그의 집에는 지송욱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구식 책사(冊肆)가 있었다고 한다. 책사는 출판사·인쇄소·도소매서점의 기능이 분화되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전면을 유리창으로 바꾸고 신구서림이라는 간판을 달았다고 한다. 이후에 신구서림에서 나온 책에 주소지가 봉래동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장사가 잘 돼서 독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1907년에 문을 열어 2002년에 폐업을 한 종로서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서적 중심가로서 종로의 역사성을 증언하는 상징이었을 것이고, 지상 5층의 건물에 분산 배치된 대형서점의 또다른 공간성을 맛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대형서점이 있는 종로의 역사성과 공간성을 생각하면 서재(書齋)와 카타콤(catacomb)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른다. 먼저, 서점이 있는 종로와 광화문거리는 ‘서울의 서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랑이 많은 삼청동, 전통공예품이 있는 인사동,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벌어지는 세종문화회관을 함께 떠올려 보면 보다 분명해지지 않을까. 그림이 있고 실내장식이 있고 텔레비전 또는 축음기가 놓여있는 거실이 저절로 연상되지 않는가. 대형서점이 그 자체로 복합적인 문화공간을 지향하지만, 서점이 있는 주변공간들 역시 문화적인 다양성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순교자들의 지하묘지이면서 비밀스런 예배장소였던 카타콤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대형서점들이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종교나 믿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지만 지하의 대형서점을 들어설 때마다 그 어떤 종교성을 느낀다. 지성, 교양, 취향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신(神)을 찾아서 예배를 올리고 지식의 순례를 떠나는 곳.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 지식의 민주적인 소통을 통해서 보다 인간적이며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마음껏 책을 사지는 못하지만 서가에 등을 기대고 눈을 반짝이며 마치 해면처럼 지식을 흡수했던 사람들 등등. 서점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오늘도 대형서점에는 처음으로 글자를 익힌 어린이부터 돋보기 너머로 책을 보는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전 세대가 모여서 문화를 만들어 간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수험서를 고르며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잠시 교과서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책읽기를 기대하는 학생들, 경영과 처세의 비전을 얻기 위해 책을 고르는 사람들 등등. 서가 뒤편에서는 상품으로서의 책을 다루기 위해서 쉴새없이 주판알이 튕겨지고 있겠지만, 그 문화적 향기에는 결코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는 것 같다. 책은 상품이고, 서점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운영된다. 하지만 책과 서점에는 상품과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aura·특유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나’를 만나는 곳, 그리고 타인(저자)의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는 곳. 시장이면서 밀실이고 또한 광장이기도 한 복합공간이 그곳에 있다.

      차가 막히나 보다. 표정훈 씨가 오면 광교 부근의 구 조흥은행 본점으로 가봐야겠다. 그 부근에는 1897년 고유상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점 회동서관(匯東書館)이 있었던 곳을 알려주는 작은 표석이 있다. 거기를 다녀오면 적당히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지 않을까. 어떤 안주가 나오든 맥주가 맛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김동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

      사진=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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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앙코르와트 기행 6 - 똔레삽 호수


    벌써 앙코르에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앙코르에 점점 더 빠지고 있다. 어젯밤엔 밤을 새워 앙코르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다.
    꿈엔 앙코르에 있거나 앙코르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드라이브를 하는 중에도, 아카시아 향기는 맡는 동안에도 나는 앙코르만 생각한다.
    어떡해 ㅠㅠ



    반띠아스레이 사원. (여성의 궁전)
    앙코르에 대해 막연히 꿈을 꿀 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여성을 위한 궁전이라니. 여성을 위한 무엇, 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내가 귀여웠다고나 할까.
    므흣~



    붉은 사암으로 만든 사원.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여성' 이라 생각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공통인듯.



    오르골처럼 문이 열리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은 앙증맞은 사원.







    한옥의 담장처럼 야트막한 담에 둘러쌓인 사원.
    당시 여성들은 아주 작은 체구였던 것 같다.
    문도, 소품도 자그마하다.
    개구리가 폴짝 뛰어다니고 도마뱀은 부조에 붙어 꼼짝을 않는동안 어김없이 스콜이 내리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룰루오스 초기 유적지)



    뚝뚝이 (인력거 혹은 택시) 를 타고 유럽인들이 모인다는 펍스트릿에 갔다.
    비닐 장막을 거두고 달리는 순간, 무지 추웠다는.



    펍스트릿의 책방.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들렀다는 '레드 피아노'




    다음날, 똔레삽 호수 가는 길.
    운전하는 사람과 배를 정비하는 소년은 부자지간이 아니라 형제지간이라고 한다.
    큰 형과 여덟번째 동생쯤 된다고...
    두 사람의 검은 의상이 멋스러웠다.
    나도 이날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지 ^___^



    소년은 우리가 배를 타고 내릴 때 이렇게 말한다.
    "머리, 조씸, 하쎄요"

    소년은 배를 정비하는 일이 끝나면 맨 뒷자리에 앉아있거나 형 옆에 걸터 앉아 무연한 시선으로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소년은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브이를 하라는 주문에 겸손한 브이를 들어보였다.
    새우깡처럼 살짝 휜 소년의 손가락.

    똔레삽 호수의 수상민족들.
    똔레삽 호수의 종착역에 도착하자 밀짚모자를 눌러쓴 베트남 소녀들이
    입을 스카프로 가리고 (이를 닦지 않아 냄새가 나므로...) 원숭이 바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배 주위를 둘러싸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웨스턴 바레이 - 거대한 인공 저수지.



    와트마이 사원.
    와트마이 사원 뜰에는 해골탑이 있다.
    1975년 크메르 루즈 대학살 당시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시신들의 유골들이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처형당했다.
    잔인하고 잔혹하다. 잔혹하고 잔인하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생각한 것보다 더 잔인했다.
    그것은 누구나 '관광'하고 놀라워해야 하는 기념품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위안과 평온속에 잠들어야 하는 영혼이 아닐까.

    <진정으로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화장을 하고 진혼제를 올린 후 똘슬렝의 마당에 진혼탑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캄보디아. 그것이 오늘의 캄보디아이다 - 유재현,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중에서>

    돌아오는 마지막날, 압살라춤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너무나 예쁜 크메르 미녀들. 섬세하고 귀여운 압살라춤.

    전날, 친구들과 함께 평양랭면관에 들렀었다.
    두번째 만남이라고 우리를 단박에 알아본 ㄱ양과 ㅅ양이 버선발로 튀어나왔다.
    막 공연을 마친 ㅅ양 이마에는 오돌도돌 땀방울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었다.

    그냥 막,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고 하면 오바일까.
    서늘한 장조의 음성과 억양이 매력적인 북한 처녀들.
    함께 찍은 사진을 랭면관 홈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어이하여 나는, 명함 한 장 갖고 오지 않은 것일까.

    여행은 끝났다.
    말이야 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일.
    유적지에 반한 것인지,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반한 것인지,
    친구들과 함께 였다는 첫 흥분에서 못 깨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찾으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조만간 나는 앙코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내 문장으로 탄생한 앙코르가 보고싶다.
    천년의 시간이 고여있는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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