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앙코르와트 기행 6 - 똔레삽 호수


벌써 앙코르에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나는 앙코르에 점점 더 빠지고 있다. 어젯밤엔 밤을 새워 앙코르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다.
꿈엔 앙코르에 있거나 앙코르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
드라이브를 하는 중에도, 아카시아 향기는 맡는 동안에도 나는 앙코르만 생각한다.
어떡해 ㅠㅠ



반띠아스레이 사원. (여성의 궁전)
앙코르에 대해 막연히 꿈을 꿀 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여성을 위한 궁전이라니. 여성을 위한 무엇, 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내가 귀여웠다고나 할까.
므흣~



붉은 사암으로 만든 사원.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을 '여성' 이라 생각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공통인듯.



오르골처럼 문이 열리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은 앙증맞은 사원.







한옥의 담장처럼 야트막한 담에 둘러쌓인 사원.
당시 여성들은 아주 작은 체구였던 것 같다.
문도, 소품도 자그마하다.
개구리가 폴짝 뛰어다니고 도마뱀은 부조에 붙어 꼼짝을 않는동안 어김없이 스콜이 내리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룰루오스 초기 유적지)



뚝뚝이 (인력거 혹은 택시) 를 타고 유럽인들이 모인다는 펍스트릿에 갔다.
비닐 장막을 거두고 달리는 순간, 무지 추웠다는.



펍스트릿의 책방.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들렀다는 '레드 피아노'




다음날, 똔레삽 호수 가는 길.
운전하는 사람과 배를 정비하는 소년은 부자지간이 아니라 형제지간이라고 한다.
큰 형과 여덟번째 동생쯤 된다고...
두 사람의 검은 의상이 멋스러웠다.
나도 이날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지 ^___^



소년은 우리가 배를 타고 내릴 때 이렇게 말한다.
"머리, 조씸, 하쎄요"

소년은 배를 정비하는 일이 끝나면 맨 뒷자리에 앉아있거나 형 옆에 걸터 앉아 무연한 시선으로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소년은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브이를 하라는 주문에 겸손한 브이를 들어보였다.
새우깡처럼 살짝 휜 소년의 손가락.

똔레삽 호수의 수상민족들.
똔레삽 호수의 종착역에 도착하자 밀짚모자를 눌러쓴 베트남 소녀들이
입을 스카프로 가리고 (이를 닦지 않아 냄새가 나므로...) 원숭이 바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배 주위를 둘러싸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웨스턴 바레이 - 거대한 인공 저수지.



와트마이 사원.
와트마이 사원 뜰에는 해골탑이 있다.
1975년 크메르 루즈 대학살 당시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시신들의 유골들이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처형당했다.
잔인하고 잔혹하다. 잔혹하고 잔인하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생각한 것보다 더 잔인했다.
그것은 누구나 '관광'하고 놀라워해야 하는 기념품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위안과 평온속에 잠들어야 하는 영혼이 아닐까.

<진정으로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화장을 하고 진혼제를 올린 후 똘슬렝의 마당에 진혼탑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캄보디아. 그것이 오늘의 캄보디아이다 - 유재현,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중에서>

돌아오는 마지막날, 압살라춤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너무나 예쁜 크메르 미녀들. 섬세하고 귀여운 압살라춤.

전날, 친구들과 함께 평양랭면관에 들렀었다.
두번째 만남이라고 우리를 단박에 알아본 ㄱ양과 ㅅ양이 버선발로 튀어나왔다.
막 공연을 마친 ㅅ양 이마에는 오돌도돌 땀방울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있었다.

그냥 막,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고 하면 오바일까.
서늘한 장조의 음성과 억양이 매력적인 북한 처녀들.
함께 찍은 사진을 랭면관 홈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어이하여 나는, 명함 한 장 갖고 오지 않은 것일까.

여행은 끝났다.
말이야 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일.
유적지에 반한 것인지,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반한 것인지,
친구들과 함께 였다는 첫 흥분에서 못 깨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찾으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조만간 나는 앙코르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 
내 문장으로 탄생한 앙코르가 보고싶다.
천년의 시간이 고여있는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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