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책과 사람의 닮은꼴 운명
  • 권태현 칼럼
    흥행 보증수표로 알려진 유명작가도 엉성한 책 펴냈다 독자들에 외면당해
    사람처럼 다양한 팔자 타고나는 책 좋은 책을 닮은 사람들과 만났으면…
  • 권태현 소설가·출판평론가
    입력 : 2007.06.29 23:30




    • ▲ 권태현 소설가·출판평론가


    • 십수 년 동안 책 소개를 해오면서 출판계 사정을 훤히 알게 되었다. 알고 지내는 출판 관계자들도 많아졌고, 수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져가는 과정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책과 더불어 생활을 하다 보니 책의 운명과 사람의 운명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선 탄생부터가 그렇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의 큰 틀이 정해지기 때문에 흔히 ‘부모 팔자가 반 팔자’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책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쓰고 어떤 사람이 만들었느냐에 따라 책의 운명이 반 이상 결정된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쓰고 경험 많은 사람들이 공들여 잘 만들면 그 책은 당연히 많이 팔리고 널리 읽힌다. 반대로 이름 없는 저자가 쓰고 솜씨 없는 사람들이 엉성하게 만들면 그 책은 출간되자마자 천덕꾸러기가 된다.

      그런데 인생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듯이 책의 운명도 처음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온갖 경우의 수가 개입해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때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명한 저자의 책이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거나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 저자의 책이 각광을 받는 일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저자의 책이 참패를 당하는 경우는 오만과 방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에 펴낸 저작물들의 반응이 좋아서 고정독자가 어느 정도 생기고 나면, 저자가 자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부족한 원고를 그냥 냈다가 그 동안 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는 것이다.

      흥행 보증수표로 알려진 한 저자의 책을 잔뜩 기대하며 기다린 적이 있었다. 너무나 멋진 책 제목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을 펼쳐든 순간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책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수록된 원고의 성격도 일관성이 없는 거의 짜깁기 수준이었다. 책을 내기 위해 얼렁뚱땅 묶어낸 글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형편없는 원고에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서 펴낸 무성의한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나서 악평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독자들이 그 책을 외면하는 바람에 판매지수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후 그 저자는 옛날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져가고 있다.

      앞의 경우와는 달리 무명의 저자가 펴낸 책이 큰 성공을 거뒀을 때는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신문기자 출신의 한 소설가가 몇 편 되지 않는 작품으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도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그 소설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을 펴냈을 때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자로는 필명을 날렸지만, 그의 기사를 찾아 읽던 독자들이 그의 소설에까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던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소설을 처음 발표해서 별 반응이 없으면 작가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좋은 작품을 쓸 거라고 굳게 믿으며 원고를 써달라고 종용하는 기획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소설가는 기획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작품을 써냈고, 그 후부터 그가 쓰는 작품들은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운명을 보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낄 때는 기막힌 반전과 역전이 나타나는 경우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광화문 거리를 지나가다가 시인이자 번역가인 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자신이 번역한 책이 나왔다고 하면서 같이 그 출판사에 잠깐 들렀다 가자고 했다. 마침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보게 된 그의 번역서는 표지도 엉성했고, 저자 이름에 다른 단어를 갖다 붙인 제목도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가 솔직한 평을 부탁했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자 이름을 나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우면 일반 독자들이 어떻게 알고 책을 선택하겠어? 그리고 표지가 이게 뭐냐? 이대로는 절대로 안 나갈 테니 두고 봐.”

      내가 말한 대로 그 책은 전혀 나가지 않았다. 초판 4000부를 찍었는데, 나중에 모두 회수해 보니 400부 정도가 팔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이 상태로 끝난 게 아니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표지를 다시 만들었고 제목도 본문 안에 있는 소제목 중에서 괜찮은 것을 골라 다시 붙였다. 그렇게 표지갈이를 해서 서점에 내놓았는데 그 후 이 책은 120만 부까지 나갔다. ‘인생 대역전’에 비견될 만한 ‘책의 운명 대역전’이었다.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언젠가 건강서 기획자와 경제·경영서 기획자를 차례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만나고 나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서 기획자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건강서는 이제 나올 만한 책은 다 나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경제·경영서 쪽으로 진출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경제·경영서 기획자에게 그 말을 들려줬더니 그는 오히려 “경제·경영서야말로 웬만한 책은 다 나왔습니다. 저희는 건강서 쪽으로 진출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나올 책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두 기획자의 말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는 어떤 분야를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도전할 곳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과 그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지 않은가.

      책의 운명만 사람의 운명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책을 소개하면서 책과 가까이 지내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내 시각으로 보면, 책과 사람은 분명히 닮아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어떤 책을 보면서 특별한 사람을 떠올릴 때가 있다.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내가 알고 있는 특정한 책과 비교해보기도 한다. 내가 책 소개를 계속하는 한 책과 사람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것도 계속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개성 있고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기분으로 신간 서적을 뒤적인다. 그리고 내가 골라낸 좋은 책들과 닮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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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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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시절에 동화책을 읽던 아이들이 그다음 단계에서 성인문학의 세계로 곧장 비약하게 됨에 따라 놓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청소년 고유의 감수성이라든지 청소년기에 직면하는 문제 등 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면,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점점 자기 삶과 무관한 요식행위처럼 되기 쉽습니다.' - '창비청소년문학을 펴내면서' - 창비청소년문학 기획편집위원회

    책 말미에 담겨진 시리즈 출간의도를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한 지나온 내 '중딩' 또는 '고딩' 시절의 독서이력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독서경시대회를 위해 삼중당문고의 세로체의 깨알 같은 글씨에 파묻히다가도(당시 경시대회 문제들은 그 형식이 단답식 위주였던 것 같다), '얄개'시리즈(작가가 조풍연선생이었나?)를 돌려읽으며 공감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출판물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기대나 기존의 '편식현상'을 해소해보겠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들이 커가는 교육을 비롯한 제반 환경이 예전보다 과연 나아진 것인지에 대한 아쉬움이나 책임감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이 책의 장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주인공 아이들의 부모세대가 될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의 아이들이 '어떠한' 상식과 또한 '어떠한' 고민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실감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담임이 뭐야? 담임이면 뭐든 멋대로 해도 되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무조건 끌고 가서 두들겨 패는 거야? 하지도 않은 일을 왜 했다고 하라고 강요하는 거야? 알지도 못하는 걸 어떻게 말하라는 거야?..(중략) 왜 날 손가락질하는 거야? 뒤에서 나더러 뭐라고 하는지 내가 모르는 것 같아? 왜 나에 대해 멋대로 말하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뭘 잘못했어? 너희들이 나에 대해 뭘 알아?'(125~126쪽)

    그저 듣자면 한 불량한 아이의 상투적인 언행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러한 절규가 가능했던 전말을 되짚어보면 외려 아이들이 처한 교육환경 전반에 대한 비판의 측면이 외려 크다고 볼 수 있다.

    비혼모인 교생의 1인 시위,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규칙을 적용한 비공개 카페에서의 활동, 적극적인 활동을 통한 의지의 개진,  그리고 잔잔한 친구와의 우정과 이성에 대한 관심.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지금 여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독서였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못지않게 어른들의 관심도 커질 만한 작품인 것 같다.

    '가끔 교무실에 가기라도 하면 나를 바라보며 숙덕거리는 선생님들도 있다. 그뿐인가. 이모 덕분에 3학년들에게도 나는 제법 유명 인사가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나를 여간이 아닌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그런 범생이었던 이보라의 처지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그런 시선들이 따갑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의 시선에 대해서라면 당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요즘 새롭게 배워가는 중이다.'(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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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햇살 2013-01-1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희 조카가 상위 5﹪가 되는 수학만화책을 재미있게 읽더라구요. 그래서 한권 사줘야겠네~ 하고있었는데 이 책을 사주면 좋을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_^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 - 미래 시장을 읽는 8가지 트렌드
    정재윤 지음 / 마젤란 / 2006년 11월
    품절


    부동의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지난 1994~1998년까지 5년 연속 세 배 이상의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해오다 성장률 둔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즉각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이때 나이키가 소니, 닌텐도, 애플 등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규정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월드컵, 올림픽, PGA 등 세계 유수의 스포츠 행사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 우리의 상식으로는 리복, 퓨마, 아디다스 등이 '당연하면서도 영원한' 나이키의 경쟁자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나이키는 뜬금없이 이들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던 걸까?
    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나이키의 주 타깃은 바로 청소년들이다. 만약 이들이 닌텐도 게임에 정신이 팔려 게임에 몰두하게 되면 집밖에 운동을 즐기러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운동화를 신을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나이키는 매출 수익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스포츠업계와 게임업체 중 누가 한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간 주로 같은 업종 안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경쟁이, 업종 간의 장벽이 붕괴되고 있는 시장 환경 하에서는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경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25쪽
    이제부터는 시간점유율 경쟁에 승리하는 기업 및 브랜드가 생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나이키는 닌텐도와, 싸이월드는 카트라이더와, 어느 쪽이 한 고객의 시간과 신뢰를 더 많이 차지할지 이종업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18쪽

    이처럼 시간, 장소, 상황(Time, Place, Occasion;T.P.O)을 감안한 특정 정황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개인 데이터베이스 분석,활용 능력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더욱 정교한 정황 마케팅의 구사가 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특정 상황에서 브랜드 접점의 확대, 유지, 강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자금을 쏟아 무작위로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고객의 '시간 동선'을 감안한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어야 한다. 고객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데 강요할 게 아니라 갈증이 날 때 물을 권해햐 고마움을 느낀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에 등장하는 요정 지니처럼 말이다.-33쪽

    뉴욕타임스는 2005년 11월 6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의 짐 브레어 이사가 "구글이 월마트를 위협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구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월마트의 이러한 경계심은 소비자들이 구글의 쇼핑폰을 상품 바코드에 갖다대기만 하면 위치정보, 검색기능을 통해 인근에서 가장 싸게 파는 매장을 안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모호해지게 되면 경쟁사 분석 또한 모호해진다. 이 상황에서 기업의 적절한 대응방안은 "경쟁사를 잊고 고객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의 머릿속에서 경쟁하라.-42쪽

    문화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이미 팝 아트 운동의 핵심 인물로 손꼽혔던 앤디 워홀에게서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카네기 공대 출신으로 미국 사회의 비판적 관찰자였던 그는 스스로 '공장장'이 되기를 원했으며, 자신이 '팩토리'라고 부르던 작업실에서 1962년 '캠벨 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 '브릴로 비누 상자' 등의 작품들을 '생산'해냄으로써 미국의 소비주의 실태를 풍자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살아 숨쉬는 공간의 모든 것들이 놀이화되고, 매체화되고, 시장화되고, 더 나아가 브랜드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월드컵 경기장은 스포츠라는 콘텐츠와 펜스 광고가 어우러진 FIFA라는 이름의 매체이며, 포털사이트는 인터넷 관문을 장악한 채 정보 검색과 광고 노출을 중계하는 시장이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영화라기보다는 전지현 CF에 더 가깝고, 아이팟은 개인용 오디오플레이어가 아니라 열광적인 팬들이 즐비한 컬트 브랜드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보편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도 보인다. 미국의 한 사업가는 밤하늘의 달에대 레이저빔을 쏘아서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법을 특허 신청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박, 참외 등에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삽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해외토픽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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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구판절판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아침에 대청마루에서 남쪽 선영을 향해 울던 울음보다도 더 깊은 울음이 김상헌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김상헌은 뜨거운 미숫가루를 넘겨서 울음을 눌렀다. 이것이 백성이로구나. 이것이 백성일 수 있구나. 김상헌은 허리에 찬 환도 쪽으로 가려는 팔을 달래고 말렸다. 김상헌은 울음 대신 물었다.
    - 너는 어제 어가를 얼음 위로 인도하지 않았느냐?
    - 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 줌 받지 못했소이다.-43쪽

    너는 명을 아비로 섬겨, 나의 화포 앞에서 너의 아비에게 보이는 춤을 추더구나. 네가 지금 거꾸로 매달린 위난을 당해도 너의 아비가 너의 춤을 어여삐 여기지 않고 너를 구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냐.
    너는 스스로 죽기를 원하느냐. 지금처럼 돌구멍 속에 처박혀 있어라.
    너는 싸우기를 원하느냐. 내가 너의 돌담을 타 넘어 들어가 하늘이 내리는 승부를 알려주마.
    너는 지키기를 원하느냐. 너의 지킴이 끝날 때까지 내가 너의 성을 가두어주겠다.
    너는 내가 군사를 돌이켜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느냐. 삶은 거저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이미 말했다.
    너는 그 돌구멍 속에 한 세상을 차려서 누리기를 원하느냐. 너의 백성은 내가 기른다 해도, 거기서 너의 세상이 차려지겠느냐.
    너는 살기를 원하느냐. 성문을 열고 조심스레 걸어서 내 앞으로 나오라. 너의 도모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하라. 내가 다 듣고 너의 뜻을 펴게 해주겠다. 너는 두려워 말고 말하라.
    - <청왕의 문서>에서-284쪽

    황제께서 끝내 노여움을 거두지 아니하시고 군사의 힘으로 다스리신다면 소방은 말길이 끊어지고 기력이 다하여 스스로 갇혀서 죽을 수밖에 없으니, 천명을 이미 받들어 운영하시는 황제께서 시체로 가득 찬 이 작은 성을 취하신들 그것을 어찌 패왕의 사업이라 하겠나이까.
    황제의 깃발 아래 만물이 소생하고 스스로 자라서 아름다워지는 것일진대, 황제의 품에 들고자 하는 소방이 황제의 깃발을 가까이 바라보면서 이 돌담 안에서 말라 죽는다면 그 또한 황제의 근심이 아니겠나이까. 하늘과 사람이 함께 귀의하는 곳에 소방 또한 의지하려 하오니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 최명길이 작성한 <인조의 문서>에서..-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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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T가 ‘대박 열쇠’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上> …‘반기문 총장 일대기’ 통해본 3T
    Timing… 반 총장 당선때 출간, Title… 반 총장처럼하면 성공
    Target… 청소년 부모를 타깃
  •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 : 2007.06.10 23:26 등 주 단위 3회 연재






    • 장르 불문하고 문화계는 늘 베스트셀러를 꿈꾼다. 특히 출판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베스트셀러의 꿈을 꾼다.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우연히 탄생하기도 하지만 기획부터 베스트셀러의 씨를 심기도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공식을 연재한다.


      ■‘입소문’에서 ‘마케팅’으로 


      몇 년 전만 해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독자들의 ‘입소문’이었다. 2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는 출간 석 달이 지나 입소문이 나면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120만 부가 팔린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은 출간 몇 년이 지난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사 한상준 주간은 “요즘은 출간 후 1주일 만에 책의 운명이 결판나는 단기전의 시대”라고 말했다. 대신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다. 더난출판 박정하 주간은 “마케팅만으로 책을 띄울 수는 없지만 마케팅 없이 책이 뜨기란 매우 어렵다”며 “어떤 마케팅 지원을 받느냐에 따라 1만 부 나갈 책이 3만 부, 5만 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밍, 타이틀, 타깃 

      출간 1년 만에 100만 부가 팔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는 기획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부터 온라인 서점·블로그·미니홈피 등 인터넷을 통해 책 내용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일부 공개하면서 네티즌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선물용으로 적합하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정하고 생명보험회사 담당자 앞으로 증정본을 보냈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중국의 무명 저자가 쓴 책이지만 기획마케팅 전략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다”며 “효도 이벤트, 감사 이벤트 등 ‘인터넷 이벤트’에 주력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베스트셀러를 내는 공식으로 ‘3T’를 말한다. 타이밍(timing), 타이틀(title), 타깃(target)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일대기를 담은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명진출판)는 ‘3T’ 전략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주인공이 UN총장이 되자마자 출간해 ‘타이밍’을 맞췄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 5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린 힘은 ‘타이틀(제목)’과 ‘타깃’ 설정에서 나왔다. 자녀를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키우려는 청소년 부모를 타깃으로 정했고, 제목도 ‘반기문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나온 ‘조용한 열정, 반기문’(기파랑)은 독자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제목과 타깃 설정이 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80만 부가 팔린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자기계발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이른바 ‘포지셔닝(positioning)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감성을 파고 든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한 ‘인생수업’(이레)도 원서는 ‘인문서’로 분류된 책이지만 ‘마음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영화·드라마 만나면 ‘시너지 효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 ‘향수’(열린책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향수’는 1991년 처음 출간됐을 당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3월 영화가 국내 개봉되면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난해 영화 개봉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소설로는 4년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며 90만 부가 팔렸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영화제작자들이 빠르고 손쉬운 대안으로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머리 써야 대박 쏜다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中]
  •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은 지금 새 작품을 구상 중이다. 아직 제목도 줄거리도 정해지지 않은 이 작품을 잡기 위해 한 국내 출판사는 계약금 30만 달러 선에서 협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300만부가 팔린 책을 쓴 저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계약금이 1만 달러였다. 물론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출판사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트렌드를 읽는 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은 출판사도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사재기’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 ▲무더위를 쫓기 위해 냉방이 잘 된 서울시내 대형서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조선일보 DB


    • ◆무엇보다 유명 저자가 쓴 ‘빅 타이틀’

      팩션(faction), 2535 싱글여성, 스토리텔링…. 출판사가 말하는 베스트셀러 공식들이다. ‘다빈치 코드’(베텔스만) ‘뿌리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능소화’(예담) 등은 팩션 열풍에 바람을 탔다. ‘여자생활백서’(해냄)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중앙)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 등은 우리 문화 전 분야의 소비 주체로 떠오른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2535 싱글여성이라는 공식에 들어맞은 예다. ‘청소부 밥’(위즈덤하우스) ‘핑’(웅진)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 같은 책은 스토리텔링을 유독 좋아하는 우리 독자들을 겨냥했다.

      가장 확실한 베스트셀러 사냥법은 역시 유명 저자가 쓴 빅 타이틀이다.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남한산성’(학고재)은 저자의 유명세가 큰 힘이 됐다. 빅 타이틀 외서(外書)의 경우 계약금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원고를 쓰기 전 입도선매 방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문제는 빅 타이틀이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뿐더러, 계약금이 커질수록 손익 분기점 도달이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출간된 ‘에너지 버스’(쌤앤파커스)는 계약금이 20만 달러였다. 이 책은 지금까지 16만부나 팔렸다. 그래도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4만부 이상 더 팔려야 한다.


      ◆신생 출판사도 트렌드 읽고 아이디어 있으면 뜬다

      서돌 공혜진 대표는 창업 3년째이던 지난해 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대박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력 10년 차를 넘으니까 미래가 불안하더라” “직장생활을 잘 하는 비결은 없을까?” 공 대표는 국제도서전과 아마존 등 해외 사이트를 뒤지며 ‘직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찾다가 ‘회사의 비밀(Corporate Confidential)’이란 책을 발견하고 번역 출간했다. 올해 2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은 이렇게 탄생했다. 공 대표는 “이제껏 출간된 경영서에 제시하는 전략은 CEO가 되었을 때나 실행 가능한 것이었지만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 살아남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5주 연속 인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서재)는 2년 전 1인 출판으로 시작한 조영희 대표가 처음으로 낸 책이다. 조 대표는 “가벼운 처세서와 딱딱한 교과서로 양분되어 있던 시장에서 ‘교양으로서의 심리학’이라는 틈새를 찾아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웬만한 광고보다 효과적?

      휴먼앤북스 하응백 대표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출판사들이 교묘한 방식으로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재기 유혹에 쉽게 빠진다. 일단 순위에 진입하면 네티즌들이 검색을 통해 온라인 공간 여기 저기에 퍼 나르며 진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가 1만원의 책을 60% 가격으로 대형서점에 공급하고, 이 책을 다시 100%의 가격으로 사면 한 권 당 4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1주일에 2000만원이면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 5000권을 한꺼번에 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정도면 베스트셀러 10위 권에 진입할 수 있는 양이다. 하 대표는 “사재기가 웬만한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게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 100만부 1종보다 1000부씩 1000종이 좋아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下]





    • 지난주 위즈덤하우스 김태영 대표는 내부회의에서 “5000개의 키워드를 뽑아 책을 출간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연간 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위즈덤하우스는 출판인회의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 20위 내에 유일하게 3권의 책을 올려놓고 있는 잘나가는 출판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분발하지 않으면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들을 질책했다. 엄살만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라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스트셀러 때문에 출판사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를 내면 망한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교보문고 집계)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낸 명진출판은 요즘 비용을 절감하는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5년 전 밀리언셀러 ‘화’를 출간하고 부도 직전에 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명진출판 한상만 대표는 “정신 없이 돈이 들어오는 것만 보이고 비용이 나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광고비와 인세 등을 지불하려는데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출판계 속설 중에는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여러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밀리언셀러 ‘세상을 보는 지혜’를 낸 둥지, ‘배꼽’의 장원, ‘손자병법’과 ‘영웅문’을 낸 고려원, ‘홀로서기’의 청하, ‘인간시장’의 행림, ‘연탄길’의 삼진기획 등이다.

      대형 베스트셀러가 터지면 직원을 충원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1~2년 조정기를 거쳐 판매부수가 거의 사라지는데 일단 늘어난 비용은 갑자기 줄이기 어렵다. 일부 출판사는 사장이 도박에 빠져들거나 교과서 시장 등 다른 사업에 뛰어들다가 도산을 맞기도 했다.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는 “베스트셀러의 ‘맛’을 보고 나면 언제든 다시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며 “착실하게 생명력 있는 책을 내지 않고 일과성으로 화제의 책을 기획하다 그 책이 뜨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 리스트’가 더 중요하다


      100만부가 팔리는 1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1년에 1000부씩 팔리는 책 1000종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른바 ‘백 리스트(back list)’의 위력이다. 매출액 규모 5위권 내의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대형 베스트셀러를 내지 않고도 안정된 매출을 거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음사는 1년에 1000부 이상 팔리는 책 1300종을 가지고 있다. 정가를 1만원이라고 할 때 연간 최소 130억 원의 고정 매출 위에서 새로운 책을 계속 내고 있다는 계산이다.

      민음사 장은수 대표는 “한 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꾸준히 팔릴 책 위주로 출판기획을 한다”며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는 출판은 경영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때 ‘베스트셀러 제조기’라고 불렸던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지금은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익과 비용을 계산할 수 있어야 기업이라 할 수 있다”며 “손익분기점을 생각하지 않고 ‘대박’만을 바라는 것은 도박이지 출판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 리스트’가 튼튼해야 베스트셀러의 효과도 커진다. 꾸준히 팔리는 책들이 뒤를 받쳐주는 상태에서 터진 ‘대박’은 고스란히 알짜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는 “백 리스트가 있는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가 터지면 판이 커지게 되지만, 백 리스트 없이 베스트셀러가 될 경우 그 출판사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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