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T가 ‘대박 열쇠’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上> …‘반기문 총장 일대기’ 통해본 3T
    Timing… 반 총장 당선때 출간, Title… 반 총장처럼하면 성공
    Target… 청소년 부모를 타깃
  • 이한수 기자 hslee@chosun.com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 : 2007.06.10 23:26 등 주 단위 3회 연재






    • 장르 불문하고 문화계는 늘 베스트셀러를 꿈꾼다. 특히 출판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베스트셀러의 꿈을 꾼다.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메커니즘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우연히 탄생하기도 하지만 기획부터 베스트셀러의 씨를 심기도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공식을 연재한다.


      ■‘입소문’에서 ‘마케팅’으로 


      몇 년 전만 해도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독자들의 ‘입소문’이었다. 2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는 출간 석 달이 지나 입소문이 나면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120만 부가 팔린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은 출간 몇 년이 지난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사 한상준 주간은 “요즘은 출간 후 1주일 만에 책의 운명이 결판나는 단기전의 시대”라고 말했다. 대신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다. 더난출판 박정하 주간은 “마케팅만으로 책을 띄울 수는 없지만 마케팅 없이 책이 뜨기란 매우 어렵다”며 “어떤 마케팅 지원을 받느냐에 따라 1만 부 나갈 책이 3만 부, 5만 부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밍, 타이틀, 타깃 

      출간 1년 만에 100만 부가 팔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는 기획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출간하기 전부터 온라인 서점·블로그·미니홈피 등 인터넷을 통해 책 내용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일부 공개하면서 네티즌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선물용으로 적합하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정하고 생명보험회사 담당자 앞으로 증정본을 보냈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중국의 무명 저자가 쓴 책이지만 기획마케팅 전략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다”며 “효도 이벤트, 감사 이벤트 등 ‘인터넷 이벤트’에 주력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베스트셀러를 내는 공식으로 ‘3T’를 말한다. 타이밍(timing), 타이틀(title), 타깃(target)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일대기를 담은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명진출판)는 ‘3T’ 전략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주인공이 UN총장이 되자마자 출간해 ‘타이밍’을 맞췄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 5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린 힘은 ‘타이틀(제목)’과 ‘타깃’ 설정에서 나왔다. 자녀를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키우려는 청소년 부모를 타깃으로 정했고, 제목도 ‘반기문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나온 ‘조용한 열정, 반기문’(기파랑)은 독자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제목과 타깃 설정이 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80만 부가 팔린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더난출판)는 심리학자가 쓴 책이지만 자기계발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이른바 ‘포지셔닝(positioning)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감성을 파고 든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한 ‘인생수업’(이레)도 원서는 ‘인문서’로 분류된 책이지만 ‘마음서’로 성격을 바꿔 출간해 성공했다.


      ■영화·드라마 만나면 ‘시너지 효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 ‘향수’(열린책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향수’는 1991년 처음 출간됐을 당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3월 영화가 국내 개봉되면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지난해 영화 개봉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소설로는 4년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며 90만 부가 팔렸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홍보팀장은 “영화제작자들이 빠르고 손쉬운 대안으로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머리 써야 대박 쏜다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中]
  •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은 지금 새 작품을 구상 중이다. 아직 제목도 줄거리도 정해지지 않은 이 작품을 잡기 위해 한 국내 출판사는 계약금 30만 달러 선에서 협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300만부가 팔린 책을 쓴 저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빈치 코드’는 계약금이 1만 달러였다. 물론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출판사만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트렌드를 읽는 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은 출판사도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사재기’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 ▲무더위를 쫓기 위해 냉방이 잘 된 서울시내 대형서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조선일보 DB


    • ◆무엇보다 유명 저자가 쓴 ‘빅 타이틀’

      팩션(faction), 2535 싱글여성, 스토리텔링…. 출판사가 말하는 베스트셀러 공식들이다. ‘다빈치 코드’(베텔스만) ‘뿌리깊은 나무’(밀리언하우스) ‘능소화’(예담) 등은 팩션 열풍에 바람을 탔다. ‘여자생활백서’(해냄)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중앙)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 등은 우리 문화 전 분야의 소비 주체로 떠오른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2535 싱글여성이라는 공식에 들어맞은 예다. ‘청소부 밥’(위즈덤하우스) ‘핑’(웅진)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 같은 책은 스토리텔링을 유독 좋아하는 우리 독자들을 겨냥했다.

      가장 확실한 베스트셀러 사냥법은 역시 유명 저자가 쓴 빅 타이틀이다.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남한산성’(학고재)은 저자의 유명세가 큰 힘이 됐다. 빅 타이틀 외서(外書)의 경우 계약금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원고를 쓰기 전 입도선매 방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문제는 빅 타이틀이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뿐더러, 계약금이 커질수록 손익 분기점 도달이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출간된 ‘에너지 버스’(쌤앤파커스)는 계약금이 20만 달러였다. 이 책은 지금까지 16만부나 팔렸다. 그래도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4만부 이상 더 팔려야 한다.


      ◆신생 출판사도 트렌드 읽고 아이디어 있으면 뜬다

      서돌 공혜진 대표는 창업 3년째이던 지난해 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대박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력 10년 차를 넘으니까 미래가 불안하더라” “직장생활을 잘 하는 비결은 없을까?” 공 대표는 국제도서전과 아마존 등 해외 사이트를 뒤지며 ‘직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찾다가 ‘회사의 비밀(Corporate Confidential)’이란 책을 발견하고 번역 출간했다. 올해 2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은 이렇게 탄생했다. 공 대표는 “이제껏 출간된 경영서에 제시하는 전략은 CEO가 되었을 때나 실행 가능한 것이었지만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 살아남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5주 연속 인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코의서재)는 2년 전 1인 출판으로 시작한 조영희 대표가 처음으로 낸 책이다. 조 대표는 “가벼운 처세서와 딱딱한 교과서로 양분되어 있던 시장에서 ‘교양으로서의 심리학’이라는 틈새를 찾아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재기가 웬만한 광고보다 효과적?

      휴먼앤북스 하응백 대표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출판사들이 교묘한 방식으로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사재기 유혹에 쉽게 빠진다. 일단 순위에 진입하면 네티즌들이 검색을 통해 온라인 공간 여기 저기에 퍼 나르며 진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가 1만원의 책을 60% 가격으로 대형서점에 공급하고, 이 책을 다시 100%의 가격으로 사면 한 권 당 4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1주일에 2000만원이면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 5000권을 한꺼번에 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정도면 베스트셀러 10위 권에 진입할 수 있는 양이다. 하 대표는 “사재기가 웬만한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게 출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 100만부 1종보다 1000부씩 1000종이 좋아
    • 베스트셀러의 공식 [下]





    • 지난주 위즈덤하우스 김태영 대표는 내부회의에서 “5000개의 키워드를 뽑아 책을 출간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연간 매출 200억원을 올리는 위즈덤하우스는 출판인회의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 20위 내에 유일하게 3권의 책을 올려놓고 있는 잘나가는 출판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 분발하지 않으면 회사가 어렵다”고 직원들을 질책했다. 엄살만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라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스트셀러 때문에 출판사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를 내면 망한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교보문고 집계)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낸 명진출판은 요즘 비용을 절감하는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5년 전 밀리언셀러 ‘화’를 출간하고 부도 직전에 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명진출판 한상만 대표는 “정신 없이 돈이 들어오는 것만 보이고 비용이 나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광고비와 인세 등을 지불하려는데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출판계 속설 중에는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여러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밀리언셀러 ‘세상을 보는 지혜’를 낸 둥지, ‘배꼽’의 장원, ‘손자병법’과 ‘영웅문’을 낸 고려원, ‘홀로서기’의 청하, ‘인간시장’의 행림, ‘연탄길’의 삼진기획 등이다.

      대형 베스트셀러가 터지면 직원을 충원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1~2년 조정기를 거쳐 판매부수가 거의 사라지는데 일단 늘어난 비용은 갑자기 줄이기 어렵다. 일부 출판사는 사장이 도박에 빠져들거나 교과서 시장 등 다른 사업에 뛰어들다가 도산을 맞기도 했다.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는 “베스트셀러의 ‘맛’을 보고 나면 언제든 다시 베스트셀러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며 “착실하게 생명력 있는 책을 내지 않고 일과성으로 화제의 책을 기획하다 그 책이 뜨지 않으면 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 리스트’가 더 중요하다


      100만부가 팔리는 1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1년에 1000부씩 팔리는 책 1000종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른바 ‘백 리스트(back list)’의 위력이다. 매출액 규모 5위권 내의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대형 베스트셀러를 내지 않고도 안정된 매출을 거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음사는 1년에 1000부 이상 팔리는 책 1300종을 가지고 있다. 정가를 1만원이라고 할 때 연간 최소 130억 원의 고정 매출 위에서 새로운 책을 계속 내고 있다는 계산이다.

      민음사 장은수 대표는 “한 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꾸준히 팔릴 책 위주로 출판기획을 한다”며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는 출판은 경영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때 ‘베스트셀러 제조기’라고 불렸던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지금은 베스트셀러를 일부러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익과 비용을 계산할 수 있어야 기업이라 할 수 있다”며 “손익분기점을 생각하지 않고 ‘대박’만을 바라는 것은 도박이지 출판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 리스트’가 튼튼해야 베스트셀러의 효과도 커진다. 꾸준히 팔리는 책들이 뒤를 받쳐주는 상태에서 터진 ‘대박’은 고스란히 알짜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는 “백 리스트가 있는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가 터지면 판이 커지게 되지만, 백 리스트 없이 베스트셀러가 될 경우 그 출판사는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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