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지난 1994~1998년까지 5년 연속 세 배 이상의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해오다 성장률 둔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즉각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이때 나이키가 소니, 닌텐도, 애플 등을 새로운 경쟁상대로 규정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월드컵, 올림픽, PGA 등 세계 유수의 스포츠 행사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 우리의 상식으로는 리복, 퓨마, 아디다스 등이 '당연하면서도 영원한' 나이키의 경쟁자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나이키는 뜬금없이 이들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던 걸까? 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나이키의 주 타깃은 바로 청소년들이다. 만약 이들이 닌텐도 게임에 정신이 팔려 게임에 몰두하게 되면 집밖에 운동을 즐기러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운동화를 신을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나이키는 매출 수익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스포츠업계와 게임업체 중 누가 한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는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간 주로 같은 업종 안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경쟁이, 업종 간의 장벽이 붕괴되고 있는 시장 환경 하에서는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경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25쪽 이제부터는 시간점유율 경쟁에 승리하는 기업 및 브랜드가 생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나이키는 닌텐도와, 싸이월드는 카트라이더와, 어느 쪽이 한 고객의 시간과 신뢰를 더 많이 차지할지 이종업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18쪽
이처럼 시간, 장소, 상황(Time, Place, Occasion;T.P.O)을 감안한 특정 정황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개인 데이터베이스 분석,활용 능력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더욱 정교한 정황 마케팅의 구사가 가능해질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특정 상황에서 브랜드 접점의 확대, 유지, 강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자금을 쏟아 무작위로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고객의 '시간 동선'을 감안한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수반되어야 한다. 고객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데 강요할 게 아니라 갈증이 날 때 물을 권해햐 고마움을 느낀다. 마치 알라딘의 램프에 등장하는 요정 지니처럼 말이다.-33쪽
뉴욕타임스는 2005년 11월 6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의 짐 브레어 이사가 "구글이 월마트를 위협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구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월마트의 이러한 경계심은 소비자들이 구글의 쇼핑폰을 상품 바코드에 갖다대기만 하면 위치정보, 검색기능을 통해 인근에서 가장 싸게 파는 매장을 안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모호해지게 되면 경쟁사 분석 또한 모호해진다. 이 상황에서 기업의 적절한 대응방안은 "경쟁사를 잊고 고객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의 머릿속에서 경쟁하라.-42쪽
문화의 산업화는 1960년대부터 이미 팝 아트 운동의 핵심 인물로 손꼽혔던 앤디 워홀에게서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카네기 공대 출신으로 미국 사회의 비판적 관찰자였던 그는 스스로 '공장장'이 되기를 원했으며, 자신이 '팩토리'라고 부르던 작업실에서 1962년 '캠벨 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 '브릴로 비누 상자' 등의 작품들을 '생산'해냄으로써 미국의 소비주의 실태를 풍자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살아 숨쉬는 공간의 모든 것들이 놀이화되고, 매체화되고, 시장화되고, 더 나아가 브랜드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월드컵 경기장은 스포츠라는 콘텐츠와 펜스 광고가 어우러진 FIFA라는 이름의 매체이며, 포털사이트는 인터넷 관문을 장악한 채 정보 검색과 광고 노출을 중계하는 시장이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영화라기보다는 전지현 CF에 더 가깝고, 아이팟은 개인용 오디오플레이어가 아니라 열광적인 팬들이 즐비한 컬트 브랜드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보편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도 보인다. 미국의 한 사업가는 밤하늘의 달에대 레이저빔을 쏘아서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법을 특허 신청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박, 참외 등에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삽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해외토픽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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