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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인데, 뒤늦게 읽게 되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風輪이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고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52살의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쓴다.'(책 머리에-초판 27쇄에 개정판 14쇄이니 자전거값은 몇 백배 충당되고도 남았겠다-인용자)
여수 향일암, 광주, 만경강, 안면도, 감포와 고성, 도마령과 미천골, 섬진강 덕치마을로부터 다시 암사동과 조강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왜 '자전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년의 몸을 이끌고 험한 고개들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귀감'일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속도를 내면 네 다섯 시간이면 어디든 반도의 끝이다. 1년에 걸쳐 진행된 이 여정은 우리에게 속도 속에서 간과하고야 마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준다. 즉, 이 책은 스스로 고행을 통해 역설하는 '문명비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느린 속도' 속에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통해 그 속에서 간직해야 할 것들을 시공을 초월하여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암사동에서 조강에 이르는 그 느린 강물의 흐름 속에는 이미 서기 5천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유장한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출퇴근을 위해 한강을 건너며 슬쩍 눈을 들어 바라보는 강물이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 같다. 하물며 '맹인 친구를 데리고 마을 어귀까지 바람을 쏘여주고 술도 먹여주는' 미천골의 아름다운 사람의 삶을 생각하는 것이란...
의상, 원효, 이순신, 다산, 정도전 등에 대한 저자의 식견을 새겨볼 일이다.
(책에서 아쉬운 점) 99쪽, 147쪽, 174쪽, 280쪽, 284쪽, 그리고 명기하고 싶지 않은 두 쪽에 이르기까지 교정을 다시 봐야할 것이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미 개정판 27쇄에 이르기까지 고치지 못했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