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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파퐁에 대한 재판 현장에서 한 '어릿광대'의 발언) 숱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인류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명제가 아닌가.
예전에 자주 듣던 말로 '괴뢰'라는 말이 있었다. 사전에는 '꼭두각시'와 동의어로 나와있는데, 우리는 두 단어의 어감에서 상당한 차이를 감성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마치 바로 우리 앞에 와 있는 위협적인 존재를 연상시킨 '괴뢰'와 인형극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꼭두각시'를 왜 그리 엄청난 차이를 지난 단어로 구별했을까. 양측이 모두 서로를 '괴뢰정권'으로 규정하던 시기가 우리에게 있었다. 과연 지금 얼마나 달라졌고,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타의에 의해서 인간과 공동체, 국가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전쟁. 전 세계적으로 광풍이 몰아치던 20세기 초의 '제국주의' 경험을 옳게 청산하는 지혜 하나가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응축되어 있다.
나치 독일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프랑스 비시 정권 하에서 보르도 지역의 치안 책임자였던 모리스 파퐁은 1997년 보르도 항소법원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었고, 6개월 후에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그 결과가 나오기 직전 외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스위스의 휴양지 그스타트에서 체포되어 프랑스로 압송되었다. 이렇게 하여 1999년 당시 89세인 모리스 파퐁은 감옥에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역사 청산에 시효는 없다) 그 폭압에 대해 저항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감동 어린 한 편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고 다시 확인하는 것이 있다.
아버지의 삐에로 공연(그것도 무보수로)에 못마땅해 하는 소년의 여린 마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민족과 그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그 감동의 힘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추동하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도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강국 주도의 패권주의는 아직도 우리의 냉엄한 환경조건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