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원리 - 승진할수록 사람들이 무능해지는 이유
로렌스 피터.레이먼드 헐 지음, 나은영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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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교사생활 1년 만에 교사와 교장은 물론 대다수의 장학사와 교육감들조차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했다. 예를 들면, 내가 재직하던 학교의 교장은 교실 창문의 블라인드가 모든 똑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있는지, 교실은 조용한지, 그리고 장미 화단에 누가 들어가거나 근처에서 놀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옆자리 직원(사립학교에서 교사란 교사라기 보단 직원에 가깝다)이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했다. 길게 얘기 나누지는 못했지만 퇴사 이유가 여기에 있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나도 입사 3년만에 퇴사를 꿈꿨지만 이직할 곳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아 이제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저자는 교실 창문 블라인드에만 신경을 썼던 교장을 예로 들었는데, 우리 학교 관리자도 담임에게 늘 하는 얘기가 블라인드와 쓰레기통이다. 다만 이 책은 1969년 미국 학교의 현실을 다룬 것인데 50년이 넘은 2020년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유럽에 서식하는 어느 나비의 애벌레는 기어가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애벌레의 뒤꽁무니에 머리를 갖다 댄 채로 줄 지어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숲길에 떨어져 있는 떡갈나무 잎을 갉아먹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광경을 본 곤충학자들이 애벌레의 행렬을 동그란 반지 모양으로 만들어 화분가에 올려놓고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자 애벌레들은 여전히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애벌레의 뒤꽁무니에 머리를 박은 채로 계속해서 화분가를 빙글빙글 돌더니 결국 모두 굶어죽고 말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화분 주변에 애벌레가 좋아하는 떡갈나무 잎이 널려 있었다는 점이다.”

 

학교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축제 같은 학교 행사가 있으면 평교사들을 학교 곳곳에 안전지도를 명목으로 배치한다. 그러면 부장들은 그 평교사들이 잘 하고 있는지 감독을 하고, 그 위의 부장들은 그 아래 부장들이 평교사들을 잘 감독하고 있는지 감독을 하고, 교감은 또 그걸 하고, 교장은 또 그걸 한다. 이건 마치 애벌레의 행렬과 똑같은 것이다.

 

관료제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이 이 책 피터의 원리의 핵심이다. 그럼 대책은 무엇일까? 실은 이 부분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좀 실망스럽다. 승진을 거부하라는 것인데, 다 거부하면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갈 것이냐는 물음이 생긴다. 그렇다면 다들 창업을 해야 하나? 그럼 또 창업한 회사들끼리 무한 경쟁을 하라는 것일까? 조직사회의 문제가 있으면 조직을 고쳐야 할 생각을 해야지 조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연대와 협력이란 인간의 가장 큰 힘을 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난 좀 다른 생각을 했다. 내가 비록 이직할 회사를 못 구해서 차선을 택한 방법이긴 한데, 이제와 생각하면 차선이 아니라 최선이었다. 바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승진만 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상급자의 말에만 복종하려고 하지 말고, 노사간 서로 함께 해법을 찾아가려 단체협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피터의 원리에 대한 나의 처방이다.

 

<밑줄>

나는 교사생활 1년 만에 교사와 교장은 물론 대다수의 장학사와 교육감들조차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했다.

예를 들면, 내가 재직하던 학교의 교장은 교실 창문의 블라인드가 모든 똑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있는지, 교실은 조용한지, 그리고 장미 화단에 누가 들어가거나 근처에서 놀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나는 수집한 모든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모든 사례의 주인공들이 처음에는 유능했다가 무능력이 드러나는 지위로 승진했다는 사실이다.

수백가지의 직업사례를 분석한 끝에 도출한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은 다음과 같다.

위계조직 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능력 있는 상관은 성과(부하직원을) 평가한다. 하지만 무능의 단계에 이른 상관들은 조직 내 부수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부하들의 등급을 매긴다. 그는 부하들이 회사 규칙이나 관례를 잘 따르는지 별 말썽 없이 현재의 체제를 잘 유지하는지를 두고 능력을 평가할 것이다.

 

무능력은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정도이지 해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능하면 해고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유능한 사람은 위계질서를 어지럽히고 위계조직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계층구조의 첫 번째 규율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유능함을 평가하는 사람은 당신이나 나처럼 제삼자가 아니라 고용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계 조직의 상위 계층에 있는 임원이다. 그들의 눈에 잠재적인 리더십은 곧 반항이고, 반항은 무능력을 뜻한다. 훌륭한 부하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

리더십을 발휘해서 부하들을 하나하나 지도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들은 마치 뱃머리를 장식하는 상()이 배를 이끄는 식대로, 그저 선례를 따르고 규정에 복종하면 된다.

 

무능한 경영자를 지탱하는 것은 유능한 직원들이다. 일은 유능한 직원들이 다 하고 그는 유능한 직원들을 거늘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볼 때 그는 여전히 능력 있어 보이고 자연히 또 승진을 하게 된다. 이사가 된 그가 해야 할 일은 회사의 목표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무능의 단계에 도달해 있다.

 

처음에는 무능했던 직원이 승진을 하면서 점점 유능해지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조사한 바로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무능한데도 과장으로 승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경우, 상사들은 무능한 과장의 실수를 덮어준다. 무능한 사람을 승진시켰다는 비난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유능한 평사원들이 무능한 과장의 일을 도맡아 하고, 정말 중요한 업무는 다른 과장들이나 다른 부서로 넘어간다.

 

우리는 계속 위로 올라가라고 가르치는 조직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를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남보다 나아야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숙제를 잘 해가고 시험을 잘 보고 우등상을 받고 친구보다 공부와 운동을 잘 하고 친구보다 말을 잘 하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면 꼭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사다리를 타고 조직의 상층으로 올라가는 일이 너무 당연한 것이 된다. 처음에는 인정을 받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하나둘 내면화되면 나중에는 어떤 환경에도 자동으로 순응하게 된다.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서도 가정과 학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구하고 승진을 하고 돈을 벌고 능력을 키우는 모든 행위와 노력에 대한 보상은 만족감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와 비슷하다. 조직의 계획에 따라서 동료와 의미 없는 경쟁을 하며 아무 생각도 없이 쳇바퀴만 열심히 돌리는

상승에 대한 욕구는 그 자체로만 본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그것이 생존과 안전, 아름답고 인간적인 목적에 기여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승의 목적이 이웃에게 허세를 부리고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들이며 환경을 파괴하고 부와 권력을 손에 넣는 데 있다면, 그것은 고혈압과 위궤양을 남기고 삶을 파괴할 뿐이다. 가정, 학교, 나아가서 우리 사회 전체가 우리를 말 잘 듣는 애완동물로 길들여놓았다. 어떤 다른 힘이 우리 삶에 개입하지 않으면, 우리는 은퇴, 질병, 죽음이 우리를 이 치열한 삶에서 떼어놓을 때까지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며 살 것이다.

 

유럽에 서식하는 어느 나비의 애벌레는 기어가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애벌레의 뒤꽁무니에 머리를 갖다 댄 채로 줄 지어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숲길에 떨어져 있는 떡갈나무 잎을 갉아먹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광경을 본 곤충학자들이 애벌레의 행렬을 동그란 반지 모양으로 만들어 화분가에 올려놓고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자 애벌레들은 여전히 각자 자기 앞에 있는 애벌레의 뒤꽁무니에 머리를 박은 채로 계속해서 화분가를 빙글빙글 돌더니 결국 모두 굶어죽고 말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화분 주변에 애벌레가 좋아하는 떡갈나무 잎이 널려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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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알면 자동차가 보인다 살림지식총서 447
김흥식 지음 / 살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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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를 잘 정리해 놓은 작은 책이다. 마치 기말고사를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하기에 좋은 책 같은 느낌. 1935년 첫 국산차를 시판하기 시작한 토요타가 그보다 오십년이나 앞선 유럽, 미국차를 추월하여 세계 1위로 우뚝선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해고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회사가 답이다.

 

<밑줄>

토요타 기이치로는 사람을 해고 하지 않는 것이 경영자의 도리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회사는 경영자의 소유가 아닌 임직원 모두의 소유다라는 도요타 경영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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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지음 / 세미콜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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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본 자동차 관련 책들의 특징을 정리하자면 역사, 디자인, 브랜드 등 주로 객관적인 게 많았는데, 이 책은 그에 비해 주관적이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은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 해설서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매우 주관적인 잣대로 써 내려간 에세이라고 밝혔다.

 

사실 저자를 처음 만난 것은 인터넷 세계였다. 그것도 자동차가 아닌 기타, 패션 등에 관한 영상에서였다. 스스로를 까남(까진 남자)라고 부르면서 걍 이거 사라고 유혹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실제로 모 기타 앰프를 구입했었다. (근데 바로 일년 뒤 또 다른 앰프를 들고와서 걍 이거 사하는 바람에ㅠ.ㅠ)

 

가볍게 소비하는 걸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더카북을 번역하고, 이 책을 쓴 이력으로 보아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좀 불편한 구석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여자 또는 섹스에 비유하는 대목이 너무 잦아서ㅠ.

 

그런 불편한 부분을 감안하고 읽으면 꽤 읽을 만한 글이다. 단, BMW 3나 폭스바겐 골프를 사게 될 유혹만 자제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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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대의 풍경이 되다 - 디자인으로 본 우리 자동차 100년의 역사
이문석 지음 / 책세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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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대한 책을 수십권 읽고 있는데 외서로는 ‘the car book’, 그리고 우리나라 책으로는 이 책이 단연 최고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에 대해 이토록 집요하게 글을 쓴 분이 대체 누굴까? 이름만 봐서는 남자인 것 같았는데 이화여대에서 공부를 했다니 여성 같기도 하고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다. 여성이었다. 왜 궁금했냐면 자동차는 당연히 남자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https://webzine.kookmin.ac.kr/career.php?syear=2016&svolume=2

 

이 책은 책 자체도 훌륭하지만 부록도 대단했다. 자동차 디자인 연표는 시기별로 자동차의 사진까지 포함해서 일목요연하게 역사를 살필 수 있었다. 특히 각주는 진짜진짜 대단하다. 이 각주 덕분에 자동차에 관한 많은 좋은 책들을 알게 되었다. 숨은 보물 같은 책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께 필독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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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Design Book 자동차 디자인 북 - 세계 명차로 보는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
조경실 지음 / 길벗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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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영국왕실예술학교(RCA) 자동차디자인학과에 여성으로는 세계최초로 입학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쏘, 이스타나, 뉴코란도, 체어맨, 테라칸 등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차들을 디자인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다만 이 책은 자동차를 순전히 취미로 하는 사람에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울러 전공자만을 위한 책은 아닌 듯하다. 한마디로 취미와 전공의 중간 정도를 목표로 한 책인 듯하다.

 

사실 난 엉뚱한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포드의 노사관계이다. 노동자의 복지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우리 현대차는 유럽 포드의 코티나를 조립판매하던 회사인데 포드의 노사관계도 조립판매했으면 좋겠다.

 

 

<밑줄>

노사관계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1914년 당시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9시간 노동에 일당 2달러 34센트를 받았지만, 포드는 8시간 노동에 5달러를 지급하며서 노동자의 복지 향상에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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