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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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을 책으로 묶는 것이다.

2009KBS 스페셜 세계탐구기획 유태인’ 2부작(‘유태인의 공부로 출간)을 만든 정현모 PD의 작품이다.

동서양 공부법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그 장단점을 가장 잘 절충한 것이 유태인의 공부라는 관점이 읽힌다.

그리고 유태인 교육의 핵심은 그들의 경전인 토라를 토론으로 공부하는, 안식일을 가족과 함께 지내는 전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못다한 얘기를 책에서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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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가 교육열이 높고 고등교육을 독점하는 이런 현상은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즉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는 식의 사고습관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능력 있는 부모가 명문 사립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진 것 없는 부모가 자녀에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업을 이으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일본이다. 결과적으로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이으며 갈고닦은 기술이 해당 분야에서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을 발휘해서 일본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근간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 탓에 제대로 자녀교육을 시키지 못한 일본 부모의 비애가 숨어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가업을 잇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일본인들은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또 이런 의식은 과열된 입시 경쟁을 낮추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하더라도 부모의 뒤를 이어 가업에 종사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일본에선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교육열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자녀를 적게 낳는데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성공의 지름길인 명문대 입학의 필요성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코타의 학원생들은 마치 학교를 다니듯 학원을 다녔다. 실제로 정규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거나, 코타에 있는 학교에 등록만 해두고 학원 수업에 전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떻게 정규 학교에 적을 두고 온종일 학원에 다닐 수 있을까? 학생이 학교가 제휴를 맺은 JEE 입시학원에 등록할 경우 정규 수업을 받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학교에서 손을 써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생들은 내신 성적에 상관없이 등록된 학교의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핀란드는 의무교육이지만 유급제도가 있기 때문에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강력하다. 중학교 같은 경우 성적인 나쁜 학생들을 특별 학급에 배정하는가 하면 보충 수업을 실시한다. 또한 핀란드에는 대학별 본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입시학원이 성업 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처럼 온 나라가 교육 문제로 떠들썩하지 않은 이유는 직업이나 학력에 따른 소득 차이가 적기 때문에 특정 직업군이나 특정 대학에 맹목적으로 기대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교육열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심도도 양극화되어 있어 교육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를테면 미국에도 프리스턴리뷰나 카플란처럼 전국에 지점을 둔 대형 학원이 있고,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 부모들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자녀교육에 힘쓰는 학부모들도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우리나라처럼 대입시험이 치열하지 않은 이유는 명문대학이 많은데다 학과별로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개인의 성취를 순전히 개인의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공부가 하기 싫거나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는 공부의 목적이 자기 자신에게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해도 특별히 신경 쓰거나 걸릴 게 없는 것이다.

그에 반해 동양인들은 자신만의 명예나 부를 위해 공부하기 보다는 가족/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공부하기 때문에 나태해지거나 좌절에 빠졌을 때에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차마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것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공부를 한다는 그 목적이 강력한 동기로 작용해서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고, 그 노력은 그들이 흘린 땀만큼 높은 학업성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려면 SAT를 봐야 합니다. SAT는 기본적으로 독립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성향이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지요. 곧 정해진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기본적으로 SAT는 공부한다고 점수가 오르는 시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 타고난 능력을 파악하는 시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동아시아에서는,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는 대입시험이 정보에 입각한 시험입니다. 이런 시험은 본인이 똑똑해야 하기도 하지만 이를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어야 하죠. 잘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벼농사는 밀농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또 그만큼 보상이 따릅니다. 그래서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초기 동아시아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보다 농사일에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 이는 자신들이 노력한 만큼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동양인들은 벼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더 노력하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죠.

 

자녀교육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서로 상반된 도구를 사용하는 동서양의 교육법은 각자의 문화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바꿔 말하면 서양인은 어떤 성취를 이루는데 칭찬/성과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에 동기부여를 받고, 동양인은 비판/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동기부여를 받는 다는 것이다.

 

리처드 니스벳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공부를 출세의 도구로 보는 동양 문화의 근원을 과거제도에서 찾았다. 과거제도는 중국에서 수나라 때 처음 실시했다. 589, 위진남북조의 혼란한 중국을 통일한 수 문제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혁명적인 관료 선발제도를 도입했으니, 이것이 과거제도다.

 

과거시험이 이렇게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자 중국인들은 학문과 지식을 향상시키는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부정행위가 만연했으며, 시험으로 평가되지 않은 의학/공학 같은 영역은 무시되고 발달하지 못했다. 또한 응시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개별적인 관찰과 면담이 어려워지면서 덕망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시험이 아니라, 유교 철학에 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을 선발하는 시험으로 변질되었고, 합격자를 수월하게 가리기 위해 시험 답안의 형식을 지나치게 제한하면서 유교철학에 관한 지원자들의 지식을 평가하는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유럽에 기독교 문명이 뿌리를 내리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대인은 예수를 살해한 사악한 민족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게 되었고, 그 죄목 아래 유대인들은 수많은 비난과 박해에 시달렸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신 벌어진 유대인 학살의 원인을 히틀러와 몇몇 나치주의자의 선동으로만 보지 않는다. 유럽에 팽배했던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반유대주의가 의식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서양 문명은 오랫동안 유대인들에게 그 어떤 자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지정된 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곳을 함부로 벗어날 수도 없었다. 또한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도 소유하지 못하게 했고, 직업 선택에도 제한을 두어서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이 금기하는 천한 직업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직업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금업이었다. 그러나 돈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갖고 있는 유대인들에게는 대금업이 결코 나쁜 직업이 아니었다. 유대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돈을 금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직업 선택의 제한이 있었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허락된 직업 안에서 슬기롭고 성실하게 일해서 경제적인 부를 쌓아나갔다. 나라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이 기댈 것은 오직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성곡하는 일뿐이었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결과였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삶을 고수하며 많은 부를 축적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은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이들은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부를 앗아가고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약자들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생각했다.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 정문 입구에 있는 일하는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문구는, 노동 없이 부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대인들에게 유럽인들이 던지는 따끔한 충고인 동시에, 그들을 핍박하는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말이었다.

 

유대인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갔고, 가족을 뿌리에 두고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이런 성향은 유대인들이 설립한 기업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솔로몬브러더스 같은 유대인 기업들은 모두 가족 단위로 사업을 시작했고 가문끼리의 결혼을 통해 기업을 키워나갔다.

 

가족 간의 결속력이 큰 만큼 유대인들에게 개인의 성취는 곧 가족 모두의 성취이고, 가족의 기대감은 공부에 매진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높은 교육열과 학습욕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개인의 성취를 순전히 개인의 것으로 간주하는 다른 서양인들보다 유대인들이 공부를 쉽게 포기하지도 않고 더욱 열심히 매진하며 그만큼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이다.

 

동양인과 유대인의 공부는 서로 유사한 듯해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 집단 모두 자녀교육에는 헌신적이지만 동양인들은 강력한 통제 속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미리 정하고 이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지시하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의 교육을 한다. 반면 유대인들은 아이들의 주체적인 인격을 중시하면서 상호적 가르침을 지향하는 권위 있는 방식의 교육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의 공부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적 성취 뒤에는 가족주의 문화가 있고, 그들은 특별한 전통을 통해 이 문화를 지키고 강화해나갔다. 그 전통은 바로 안식일이다. 유대인은 안식일을 만들었고, 안식일은 유대인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식일은 유대인들에게 종교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안식일이 시작되면 유대인들은 문 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에는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데, 보통 금요일 저녁에는 모든 가족들이 둘러 앉아 안식일 만찬을 즐긴다. 이 만찬은 꽤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데, 이때 유대인들은 시끄럽게 수다를 떨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신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가족들 각자의 소소한 일상부터 종교/문화/정치/경제 등 분야가 광범위하고, 그들은 상대가 어른이거 아이건 상관없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시작된 안식일은 토요일 해질 무렵까지 가족들을 하나로 묶어 가족주의 문화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스라엘의 교육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한 토론과 논쟁이 유대인 공부방식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유도하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타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 것을 매우 기피한다.

댁의 아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얌전하고 착해요?”

한국이라면 칭찬으로 여길 말이지만 토론과 논쟁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에게 얌전하다, 착하다는 말은 남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해서 공부를 잘 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 유대인들은 자녀가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한국의 부모님들처럼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라고 당부하지 않고 궁금한 게 있으면 선생님께 주저하지 말고 물어봐야 돼!”라고 이른다.

 

유대교는 학문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종교인만큼 기도하는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다른 종교처럼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성경인 토라의 내용을 놓고 짝이나 그룹을 이루어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이고 기도한다.

유대인드른 이런 토라에 대한 학습법을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 여러 방면의 교육으로 확장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유대인 교육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논쟁하는 유대인의 학습자세는 토라를 학습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양의 암기를 통한 공부는 지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지만, 비판적인 사고 없이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상상력 등이 결여되지 쉽다. 반면 서양의 질문을 통한 공부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창의성, 상상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암기의 공부만큼 빠른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원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수업방식은 교사가 학생 앞에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931년 에드워드 하크니스가 이 학교에 찾아와 새로운 방식의 교육방법을 고안하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학교 관계자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냈고, 그 가운데 뽑힌 것이 큰 원형 탁자에서 교사와 12명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수업을 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식이 채택된 이유는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질문과 의견, 아이디어가 동등하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하크니스는 약속대로 거액의 돈을 기부했다.

드라마틱하게 수업방식을 바꾼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덕분에 평범한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이 될 수 있었다.

이 학교의 한 한국인 유학생의 말이다.

한국에서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경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가 있거든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한국에서는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시간에 무엇을 물어보면 질문해줘서 고마워,하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질문이 전체 학생들에게 유익한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하면 굉장히 고마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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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권보드래 외 12인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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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신소설에서 2017‘82년생 김지영까지 여성작가, 여성주의작품, 또는 그렇지 않은 작품에 대한 비판 등이 실렸다. 60년대 광장’, 70년대 난쏘공’, 80년대 태백산맥은 각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작품들에는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그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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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설은 여성적인장르이다. ‘혈의누’(1907)귀의성’(1906), ‘빈상설’(1907)홍도화’(1908), ‘추월색’(1912)금강문’(1914) 등 대중적인 인기에서나 문학사에서의 영향에서나 주목할 만한 신소설이 모두 여성주인공을 내세웠고 여성의 생애를 서사의 초점으로 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창조력은 남성적 특권으로 간주되었다. 그 때문에 저자의 권위는 대개 부권적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이미지화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던진 펜은 음경인가?(Pen is penis?)’라는 도발적인 질문은 그동안 창조적인 능력을 남성적 영역으로 배타적으로 특징지어온 오랜 문학사적 관행을 고발한다. 그것은 동시에,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문학성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pen is = penis’로 순환되는 자기 동일적이며 폐쇄적인 자위(masturbation)에 불과한 것이라는 폭로에 다름 아니다.

 

천독근은 자살 소동을 벌이는 한편 박화성에게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고 싶다’, ‘원대한 포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자기의 반려자가 되어야만 한다라고 말하며 결혼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천독근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박화성은 재혼 이후 이전처럼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남편이 된 천독근은 여편네가 건방지게 소설이 다 뭐야라고 호통을 치고, ‘원고지를 뺏어서 동댕이치는 한편, 박화성의 미발표 소설들을 불에 모조리 태웠.

 

조세희의 좌파 민족주의 소설은 가문, 국가, 남성의 대의를 위해 마음을 바쳐 기꺼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희생하는 과거의 전형적인 여성주인공들을 재창조한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매춘은 정의로운 대의에 대한 여성 특유의 헌신으로서 용서될 뿐만 아니라 조장되기도 한다. 남성 중심적 좌파 민족주의의 본질은 노동계급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그녀들의 자기희생적인 매춘의 형식으로 요구하고 동원하고 승인하는 바로 그 의지와 능력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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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믿음의 인물들 -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신앙의 위인 이야기
마가렛 로우웬 라이머 지음, 김복기 옮김 / 대장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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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공동체 메노나이트, 후터라이트, 퀘이커의 창시자들을 포함한 인물의 삶을 간략히 엮어냈습니다.

 

신앙인이라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 발렌타인이 초코렛이나 위스키 이름인 줄 아는 일반인에게도 좋은 교양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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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노 사이먼스(Menno Simons 1496~1561)

그와 함께 일하고 함께 저술했던 사람들은 오늘날 메노나이트로 알려졌습니다.

 

제이콥 후터(Jacob Hutter ?~1356)

제이콥 후터는 모라비아 지역의 아나뱁티스트들 중에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브루더호프라는 이름으로 그룹을 재조직했습니다. 제이콥 후터를 따랐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라 후터라이트라고 불렀습니다.

 

조지 폭스(George Fox 1624~1691)

조지 폭스를 따르는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자 모일 때, 그들은 설교를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서 기다릴 뿐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권유를 받으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무엇인가를 말합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사람이 무엇인가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일어나 말을 합니다.

종종 그들이 하나님의 성령을 느끼면 몸을 떨거나 진동을 느낍니다. 그래서 조지를 따르던 사람들을 퀘이커들Quakers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떨거나 흔드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퀘이커들은 자신들을 프렌즈’Friends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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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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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의 지구 정복자’, 요차이 벤클러의 펭귄과 리바이어던’,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의 평등이 답이다등을 언급하면서 왜 공동체인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어 갈 것인가를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삶을 나누고, 사회에 대해 비판하며, 함께 해야 할 일을 논의하는 것이죠. , 혁명은 거실에서(living room revolution)라는 원래 제목이 암시하듯,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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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토론은 효과가 없다. 매번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큰 소리로 설교할 뿐이다.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행사가 아니라면 어떤 행사도 계획하지 마라. 일대일로 대화한다면 아무도 모임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차와 와인을 한 잔씩 들고 거실에 모여 세가지 질문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첫번째 질문은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경험, 즉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그들이 속한 문화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세번째 질문은 토론을 유도하여 집단적 행동은 물론 개인적인 실행방안까지 만들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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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조연현 엮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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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매헌세스/슈마허 대학/우드브룩/핀드혼/브루더호프’, 프랑스의 플럼빌리지/떼제’, 독일의 제그’, 캐나다의 아젠타’, 미국의 트윈오스크’,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인도의 오로빌을 한국의 정토회/예수원/쉴터/정농회회원들이 찾아간 탐방기를 대표저자 조현님이 엮은 책입니다조현님의 최근작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와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님이 쓴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한평짜리 콘크리트 방에 앉아서 늘 공동체를 꿈꾸어 왔다. 그러나 한번도 공동체를 보거나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일은 없었다. 그저 책을 읽고 머릿속에 그렸다가 지우고 그렸다가는 지우고. 어설프게마나 그 안에서 공동체를 시도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압과 이기심으로 인하여 너무도 쉽게 허물어져 갔다. 드디어 1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몰라보게 커진 도시는 거대한 소비기계였고,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일 뿐이었다.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다. 산속에 들어가 농사를 지었다. 자연이 있어서 좋았으나 생계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오랜 세월의 독수공방이 모자라서 또 입산수도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랬다. 여전히 해답은 공동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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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30, 저년 15, 일요일에는 한시간의 워십이라 부르는 종교 모임을 갖는데 그 내용이 매우 독특하다. 참석자들이 침묵한 채 둥그렇게 그냥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옆 사람과 악수하며 인사 나누는 게 전부다. 예배라고 굳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여느 교회들처럼 지도하고 설교하는 목사가 없고 자원봉사직인 인턴들이 돌아가며 문 앞에서 안내만 한다. 참가자들의 태도도 눈을 뜨고 멀뚱멀뚱 앉아 있는 사람, 눈 감고 있는 사람 제각각이다. 가끔, 정말 어쩌다 워십 중에 일어나 몇 마디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자기의 영적 체험을 나누는 증언을 위해서다. 가끔 퀘이커 교단 전체에 중요한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제안은 모임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영국 우드브룩)

 

핀드혼 공동체에서 신은 사랑이다라고 할 때 그 신은 기독교의 신도, 이슬람의 신도, 힌두의 신도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신도 아니지만, 모든 신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신은 종교라는 조직을 통하여 겉으로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실상은 조직의 논리에 얽매여 세상을 분열과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들은 신을 세속의 잣대로 조직화하는 것을 거부한다. (스코틀랜드 핀드혼)

 

이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 직접 솔직히 얘기하는 것을 사랑으로 여긴다.

그들은 예배의식보다 삶 그대로가 주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브루더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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