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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ㅣ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조연현 엮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영국의 ‘매헌세스/슈마허 대학/우드브룩/핀드혼/브루더호프’, 프랑스의 ‘플럼빌리지/떼제’, 독일의 ‘제그’, 캐나다의 ‘아젠타’, 미국의 ‘트윈오스크’,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인도의 ‘오로빌’을 한국의 ‘정토회/예수원/쉴터/정농회’ 회원들이 찾아간 탐방기를 대표저자 조현님이 엮은 책입니다. 조현님의 최근작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와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님이 쓴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한평짜리 콘크리트 방에 앉아서 늘 공동체를 꿈꾸어 왔다. 그러나 한번도 공동체를 보거나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일은 없었다. 그저 책을 읽고 머릿속에 그렸다가 지우고 그렸다가는 지우고. 어설프게마나 그 안에서 공동체를 시도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외압과 이기심으로 인하여 너무도 쉽게 허물어져 갔다. 드디어 10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몰라보게 커진 도시는 거대한 소비기계였고,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일 뿐이었다.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다. 산속에 들어가 농사를 지었다. 자연이 있어서 좋았으나 생계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오랜 세월의 독수공방이 모자라서 또 입산수도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랬다. 여전히 해답은 공동체에 있었다”
<밑줄>
매일 아침 30분, 저년 15분, 일요일에는 한시간의 워십이라 부르는 종교 모임을 갖는데 그 내용이 매우 독특하다. 참석자들이 침묵한 채 둥그렇게 그냥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옆 사람과 악수하며 인사 나누는 게 전부다. 예배라고 굳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여느 교회들처럼 지도하고 설교하는 목사가 없고 자원봉사직인 인턴들이 돌아가며 문 앞에서 안내만 한다. 참가자들의 태도도 눈을 뜨고 멀뚱멀뚱 앉아 있는 사람, 눈 감고 있는 사람 제각각이다. 가끔, 정말 어쩌다 워십 중에 일어나 몇 마디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자기의 영적 체험을 나누는 증언을 위해서다. 가끔 퀘이커 교단 전체에 중요한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제안은 모임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영국 우드브룩)
핀드혼 공동체에서 ‘신은 사랑이다’라고 할 때 그 신은 기독교의 신도, 이슬람의 신도, 힌두의 신도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신도 아니지만, 모든 신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신은 종교라는 조직을 통하여 겉으로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실상은 조직의 논리에 얽매여 세상을 분열과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들은 신을 세속의 잣대로 조직화하는 것을 거부한다. (스코틀랜드 핀드혼)
이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 ‘직접 솔직히 얘기하는 것’을 사랑으로 여긴다.
그들은 예배의식보다 삶 그대로가 주님께 드리는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브루더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