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권보드래 외 12인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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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신소설에서 2017‘82년생 김지영까지 여성작가, 여성주의작품, 또는 그렇지 않은 작품에 대한 비판 등이 실렸다. 60년대 광장’, 70년대 난쏘공’, 80년대 태백산맥은 각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작품들에는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그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밑줄>

신소설은 여성적인장르이다. ‘혈의누’(1907)귀의성’(1906), ‘빈상설’(1907)홍도화’(1908), ‘추월색’(1912)금강문’(1914) 등 대중적인 인기에서나 문학사에서의 영향에서나 주목할 만한 신소설이 모두 여성주인공을 내세웠고 여성의 생애를 서사의 초점으로 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창조력은 남성적 특권으로 간주되었다. 그 때문에 저자의 권위는 대개 부권적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이미지화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던진 펜은 음경인가?(Pen is penis?)’라는 도발적인 질문은 그동안 창조적인 능력을 남성적 영역으로 배타적으로 특징지어온 오랜 문학사적 관행을 고발한다. 그것은 동시에,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문학성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pen is = penis’로 순환되는 자기 동일적이며 폐쇄적인 자위(masturbation)에 불과한 것이라는 폭로에 다름 아니다.

 

천독근은 자살 소동을 벌이는 한편 박화성에게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고 싶다’, ‘원대한 포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자기의 반려자가 되어야만 한다라고 말하며 결혼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천독근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박화성은 재혼 이후 이전처럼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남편이 된 천독근은 여편네가 건방지게 소설이 다 뭐야라고 호통을 치고, ‘원고지를 뺏어서 동댕이치는 한편, 박화성의 미발표 소설들을 불에 모조리 태웠.

 

조세희의 좌파 민족주의 소설은 가문, 국가, 남성의 대의를 위해 마음을 바쳐 기꺼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희생하는 과거의 전형적인 여성주인공들을 재창조한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매춘은 정의로운 대의에 대한 여성 특유의 헌신으로서 용서될 뿐만 아니라 조장되기도 한다. 남성 중심적 좌파 민족주의의 본질은 노동계급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그녀들의 자기희생적인 매춘의 형식으로 요구하고 동원하고 승인하는 바로 그 의지와 능력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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