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6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완결
이우혁 지음 / 들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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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네 개 정도가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별은 퇴마록의 대장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으신 이우혁 작가에게 헌정합니다.^^ 참 성실한 작가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시리즈를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끝내다니 말입니다. 국내편, 세계편을 거쳐 혼세편을 찍고(?) 드디어 말세편의 마지막권을 덮은 감회는, 퇴마록의 팬이라면 누구나가 느끼는 것일겁니다.

사실 혼세편과 말세편에 접어들어서는 잠깐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이우혁은 대단한 이야기꾼이지만 능숙한 작가는 아니라고나 할까요. 배경의 범위가 넓어지고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넘쳐나면서 언제부터인가 작가가 숨차게 설명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1, 2년정도 시간을 더 가지고 두 세권을 더 보탰으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일을 크게 벌려 놓고 어찌 수습을 하려고 그러지...' 내심 불안했었는데, 원만하게 수습(?)을 하신 것을 보니 재미보다 안도의 한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끝을 보고 실망을 하게 될까봐 걱정스러울만큼 퇴마록의 열성팬이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끝나고 '현암은 나중에 승희와 결혼해서 아들을 하나 두고 행복하게 살다가 한날한시에 죽었다.' '준후는 준호와 팀을 이뤄 퇴마사로서 이름을 날렸다' '박신부는 북한으로 건너가 아이들을 구호하는 일에 전념했다' 뭐 그런 식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미국식 결말을 좋아합니다만은, 퇴마록의 품격을 위해서 얼토당토 않은 욕심은 접어야겠지요.

한국형 환타지의 장을 연 퇴마록이, 얼른 외전까지 나와서 훌륭하게 번역이 되어 수출도 되고, 만화, 게임, 캐릭터도 나오고, 가능하다면 제대로 된(?) 영화도 다시 찍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을 떨치는 모습을 지켜보면 참 흐뭇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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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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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매우 존경스럽지만 쉽게 좋아할 수는 없는 작가이다. 쉽게 읽은 후에 따르는 어려운 고민이 언제나 머리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농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영빈과 그의 아내, 정부. 그의 여동생과 가족(그렇게 비열한 집단도 가족이라 칭할 수 있다면)을 둘러싼 어찌보면 간결한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 불륜, 남아 선호 사상, 황금만능주의의 폐해까지 수많은 화두를 품고 있다.

심영빈의 이야기보다는 그 여동생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안에 몸을 담은 여자이어서일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가족과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육당하고 유린되는 과정은 분노를 넘어선 비애를 맛보게 해주었다.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받았기에 감정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친구 하나가 박완서의 소설을 '처녀는 읽지 말아야할 책'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 시집가기가 싫어진다나. 여성 문제 자체보다 그 근본 이유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박완서야말로 진정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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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 쿡 지음, 박민 옮김 / 열림원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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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이든, 작가가 어느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혜안이 생기는 것일까. 최근에 이 책을 읽고 '시류를 탄 작품이군'하고 생각했었는데, 95년에 발매된 책이면 도대체 몇 년 전에 씌었다는 것인지. 하긴, 로빈 쿡은 언제나 한 발 앞섰던 것 같다. 안락사나 인공지능 개발 등의 문제에서도 언제나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소설이 나왔으니말이다.

세상에는 자본주의 논리로 설명되서는 안 될 것이 많이 있다. 특히 의학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생명을 이용하여 생명을 구한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기업의 이해가 얽히다니...

최근 부시 대통령이 줄기세포의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을 보면서 과연 나는 이것에 찬성인가 반대인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찬반을 떠나서, 그러한 연구는 결코 기업과 연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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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지음 / 푸른숲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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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서도 갈증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미 나의 것인데도 더욱 더 소유하고 싶어지는 때,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데도 완전히 밀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손 안에 꼭 쥐면 쥘수록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래, 그런 사랑.

사랑 받기를 원하기 전에 사랑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에리히 프롬의 말을 아직 못 깨우친 제게 크던 작던 사랑이란 언제나 그런 갈급함만을 주었습니다. 그 정체모를 갈증에 이름을 지어준 시집이 바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입니다. 시에는 별 흥미가 없던 저인데도 서점에서 이 제목을 보고는 단박에 사버렸지요. 설렁설렁 넘기다가 문득 들여다보는 식으로 다 읽고 나면 중요한 선문답을 마친 것 처럼 마음이 평안해지고는 했습니다.

사랑을 할 사람, 하고 있는 사람, 추억이 된 사람 모두가 이 시집의 습윤하고 익숙한 기운에 분명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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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전반전
김호식 지음 / 시와사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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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친구를 하나 둔 덕에, 저는 엽기적인 그녀를 초창기부터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컴퓨터도 없는데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 친구들, 그 애가 프린트해오던 엽기적인 그녀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귀찮게 했던 걸까요, 친구는 얼마 안가서 '이제 안 해!'하며 배달 불가를 선언했습니다. 감질나게 맛만 보여줘놓고는...TT

그래서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릅니다.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끅끅거리고 있는데, 그 표지 또한 가관이라~ '엽기적인 그녀'라니. 저를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의 눈빛 자체가 엽기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저를 따라 모두 끅끅거리며 웃게 되었죠.

김호식님은 인터넷 용어들을 참 감칠맛나게 쓰시는 분입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국어사전의 검증을 거친 표준어로 쓰였다면 이만큼 재밌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설프고 심약하지만 순수한 '견우'라는 이미지는 이 인터넷용 표현들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엽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좀 쳐지는 기분입니다. 두 권을 끌고가기에는 소재도, 표현도 좀 쉽게 물리는 편이지요.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전반전만 읽으셔도 이 책의 재미를 80%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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