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는 매우 존경스럽지만 쉽게 좋아할 수는 없는 작가이다. 쉽게 읽은 후에 따르는 어려운 고민이 언제나 머리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농담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영빈과 그의 아내, 정부. 그의 여동생과 가족(그렇게 비열한 집단도 가족이라 칭할 수 있다면)을 둘러싼 어찌보면 간결한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 불륜, 남아 선호 사상, 황금만능주의의 폐해까지 수많은 화두를 품고 있다.

심영빈의 이야기보다는 그 여동생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안에 몸을 담은 여자이어서일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가족과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육당하고 유린되는 과정은 분노를 넘어선 비애를 맛보게 해주었다.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받았기에 감정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친구 하나가 박완서의 소설을 '처녀는 읽지 말아야할 책'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 시집가기가 싫어진다나. 여성 문제 자체보다 그 근본 이유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박완서야말로 진정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