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7
윌리엄 제랄드 골딩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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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속 인물 중의 하나인 테드(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스티븐 킹)가 그의 어린 친구 바비에게 '문장도 좋고 이야기도 좋은 얼마 안 되는 책 중의 하나'라고 파리대왕을 소개했지요.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책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바비는 20페이지도 지나기 전에 이 책에 완전히 몰입해버렸다고 했는데요, 저는...한 50페이지 쯤은 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50페이지 이후에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성악설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 피와 살육에 미쳐가는 아이들... 랠프는 지도자, 잭은 그에 도전하는 찬탈자, 새끼돼지 피기는 실천이 없는 지성, 사이먼은 순교자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그 상징들을 대입해보면 정말 대단한 암시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은 해군에게 발견되는데요, 테드는 바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그 해군(어른)들은 누가 구해주지?' 글쎄요... 제 생각엔, 어른들을 누가 구해주느냐를 걱정하기 이전에, 해군 함정에 발견되어 문명세계로 가게된 것 만으로 아이들이 '구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가 더 고민됩니다. 어려워요...몇 번 다시 읽어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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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철학자들
신현림 옮김, 시드니 미셀 사진 / 문학세계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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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도 당연히 '사업'이고, 서점 또한 당연히 '상업'이다. 하지만 나는 책에서 돈냄새가 나거나, 상업 논리가 보이는 것은 딱 질색이다. 블루데이 북이 출간되어 히트작이 되자 발빠르게 나온 '아기 철학자들'. 구성도 거의 비슷하고 둘 다 신현림이 번역을 했지만, 어! 출판사와 원작자는 다르다. 흠...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일단 내 마음에 그런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한 후라서인지, 귀여운 아기들의 다양한 표정은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사진에 붙은 코멘트들도 '블루데이 북'에서와 같이 '딱이야!'하는 유쾌한 기분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어딘지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사진을 찍으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느낌을 잡느라고 포스트잇을 무수히 붙였다고 하는데... 남의 소중한 작품을 이유없이 폄하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우선 시기가 나빴고, 노력이 아주 요만큼 부족한 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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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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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아주 은근한 마력을 가진 만화입니다. 그림도, 줄거리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읽고 있노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수가 없지요. 많은 분들이 단연 손꼽는 매력은 미묘한 심리 묘사일겁니다. 짧은 시선 하나, 컷 하나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슬쩍 엿보여주는 그만의 표현은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지요.

그림도 아주 멋져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야구를 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보면 인체를 열심히 연구하지 않고서는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문외한이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나온 지 오래 되었음에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매니아 층도 일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H2,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만화입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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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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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해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수필집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눈이 슬프고도 예쁜 아기원숭이가 귀여워서 펼쳐들고는 선 채로 끝까지 읽고 말았다. 글을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만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다이고로가 얼마나 마음이 건강한 원숭이었는지, 가족들의(특히 엄마가) 다이고로에 대한 사랑이 어느정도였는지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앞, 뒤 다리가 모두 없는 원숭이... 다이고로가 마침내 당당하고 바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에서는 당연하게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가 떠올랐다. 단순히 사지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둘의 눈빛에는 사랑받고 자랐다는 편안한 자신감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가 보였다. '장애 원숭이'였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책이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비장애인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는 좋은 책이다. 조만간 꼭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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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46
에밀리 브론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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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은 여타의 세계명작(도대체 세계명작의 기준이 뭘까?)과 함께 언제나 '청소년 권장 도서'였다. 중학교에 들어간 나는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더 이상 동화는 읽지 않겠다'는 근거 없는 투지(?)에 휩싸여 세계명작을 하루에 한 권씩 해치웠다. 말 그대로 해치운거다. 뼈도 남지 않게 몽땅. 그 당시 읽었던 숱한 세계명작들은 책을 읽은 시간과 함께 머리 속 깊은 곳 무의식의 한켠에나 쌓여있으려나...아무런 기억도, 아무런 감흥도 떠오르지 않는다. 권장 도서 리스트만 복사해줄것이 아니라, 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한 마디만 충고해줬어도 좋으련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폭풍의 언덕은 중학생에게 권하기엔 좀 어렵지 않은가?

성인이 되고, 사랑을 경험하고 결혼까지 한 지금에 다시 읽어도 어렵기만한데, 그 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을까? 아무래도, 진정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단순히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으로 뭉친 무수한 문장들을 읽었을게다.

음, 서론이 너무 길군.^^ 일차적으로 결혼 풍습이 생소해서 그들의 사랑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사촌간에 결혼을 하고, 그들의 자녀들이 또 결합하고,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이 다 구별되게 교육받은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이 무수한 족보의 얽힘이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자신을 파멸로 이끌면서까지 격렬한 사랑을 하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라는 인물은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빛바래지 않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집안의 내부 묘사와 사람들의 성격 설정도 상당히 뛰어나서 동 세대가 아님에도 머리 속에 그 모습들을 무리 없이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런 점이 '명작'이라고 칭송되는 이유일까?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읽으면 또 그나름의 감흥이 있겠지만, 사랑에 대한 환상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난 후에 천천히 읽는 것이 폭풍의 언덕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이 책이 어려운 걸 보면, 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정리가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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