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남자 1
김한길 지음 / 해냄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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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 여자의 남자를 처음 읽었을 무렵... 한창 사랑을 겪고 있어서였을까,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유치한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들은 마치 이 작품을 위해 써진것처럼 각 장의 분위기와 사랑하는 마음들을 한껏 고조시켰다. 나중에 그의 시집을 샀지만, 시집을 읽으면서는 그 정도의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둘의 '첫 밤'은 깨지기 쉬운 유리 조각을 다루는 것 처럼 섬세하고도 가슴 떨리도록 아름답게 그려져서, 두고 두고 그 장만을 되읽고는 했다.

김한길 님은 작품성이 망가질 것을 알았지만, 척박한 요즘에 사랑에 대한 환상이랄까...뭐 그런 것을 하나쯤 심어주고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대로 나는 행복한 동화같은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함께 들떠했다. 사랑이 자꾸 못미더워지고, 힘들어질 때 '여자의 남자'를 한 번씩 되살펴 읽는다면 아픈 마음이 조금은 치유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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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sta - ParkHeeJung Illustrations
박희정 지음 / 시공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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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님의 팬입니다. 일러스트로 따지자면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일러스트집'이라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덜컥 구입했습니다. 그림이야, 만족, 대만족이죠. 대부분의 팬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인물들의 눈빛이 마음에 들어요. 눈물과는 또 다른 물기들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에 '감성'이 충전되는 기분이지요.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cool!한 패션감각들도 그렇구요. 넘겨보면서 호텔 아프리카나, 마틴 앤 존 등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것도 좋았구요. 앞으로 2탄, 3탄도 나오면 좋겠어요. 그러면 아마도 시에스타가 '처음이자 마지막 일러스트집'이 아니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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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1 - 완전판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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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들이 경기를 끝낸 후엔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후련함? 성취감? 동료들 간의 끈끈한 우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운동신경도 제로인 저같은 사람도, 경기를 끝낸 뒤의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스포츠 만화의 진수입니다.

강백호, 정말 특이한 캐릭터죠. 너무 유명해져서 요즘은 전형적인 캐릭터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지만요. 그들과 함께 한 경기 한경기...치루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팀'이 된 듯한 소속감마져 느껴지지요. 한나양, 너무 부러워요. 남성미가 펄펄 넘치는 선수들의 곁에서 믿음직한 매니저로 붙박고 있는데다가...글래머.^^ 제가 젤 좋아하는 캐릭터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완전판'이라고 다시 나온 것은 좀 별로네요. 뭐가 완전해졌다는 것인지...안 그래도 여러 권이라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비싸져서야...쩝. 갖고 싶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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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
윤인완 글,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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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빌려다 놓은 것을 주워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둔한 저로서는, '아일랜드'라는 제목만 보고는 공포물이라고는 짐작도 못했죠. 표지를 보고 낌새가 이상하다...라고 느꼈을 정도?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책을 접하다 보니 공포도 더욱 컸습니다. 제주도가 배경이긴 해도, 내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요괴들이 판을 치니 별로 무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원래 화장실, 학교 귀신 같은 생활 속 공포가 더 무섭잖아요)

그런데 책을 덮고 밤이 되자 은근히...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스토리와는 별개로 그림이 워낙 잘 표현되어서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는 새 작은 충격과 공포가 쌓이고 쌓여 마음 속에서 커져버린겁니다. 시원 시원한 전개와 그림들, 제주도라는 배경과 우리 나라의 토속 미신을 연구했다는 독특한 요괴들이 새로운 공포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전 아직 완결을 못 봤는데... 그렇게 이상하게 끝났나요? 그렇담, 안 보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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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
아서 골든 지음, 임정희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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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든, 게이샤든 화류계의 이야기라면 은밀한 관음증이 도진다. 무언가 농밀한 사랑과 색다른 삶이 있을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라고나 할까. 꽤 오래 전에 텔레비젼 다큐멘터리로 잠깐 엿본 게이샤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선뜻 집어들 수 있었다.

내게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단순히 게이샤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 인간 군상들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민족성같은 근본적인 것까지도 반추했다고나 할까. 작은 여자 아이가 주목 받는 게이샤로 자라나고, 전성기와 사랑을 겪고 늙어가기까지의 얘기는 '여제'같은 만화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성취감과 흥분을 전해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기모노. 게이샤의 추억에 나오는 갖가지 기모노에 대한 묘사는 문득문득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우리 한복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이런 멋진 묘사를 해주면 좋을텐데!

그저 하얗게 분칠을 한 창녀 정도로 왜곡되게 인식해왔던 '게이샤'라는 존재들이 우리 나라의 기생들 못지 않게 일본의 문화의 한 부분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자존심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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