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 한림출판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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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그림책 지도서 몇 권을 먼저 접하고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의 이상금님이 저자를 침이 마르게 칭찬하시기에 어떤 분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분인지 궁금했거든요.

앞서 읽은 책들에서 여러 번 인용되고 거론되었기에, 새로운 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읽는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더군요. 같은 이야기도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고나 할까요. 이런 것이 바로 '경륜'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 아이를 그림책과 함께 키우고, 일본의 그림책 출판 업계를 이끌어 온 경륜 말입니다.

1장 그림책의 기쁨과 2장 어린이 성장과 더불어에서는 문장 하나하나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꼭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떠나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 아이가 자란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이 '주옥같은' 명구로 요약되어 있었습니다. 저자도 인용한 것이지만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문장을 읽고는 저와 아이의 관계를 가만히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읽혀야 할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1,2장에서 예시된 그림책 그림에 설명이 없습니다. 표지도 예문도 모두 일본어라서 이게 어떤 그림책을 설명하는 지를 잘 모르겠더군요. 조금 더 신경써서 어떤 책인지, 번역판은 있는지도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그림책 저자들의 이름이 여과 없이 일본식으로 표기되었습니다. 마죠리 프락크, 애즈라 작끄 키츠, 모리스 샌닥크... 일본인 저자가 일본식으로 표현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번역과 출판 과정에서 손을 봐 주셨어야지요. 일본식 표현이라 기분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이 책을 읽고 그림책과 작가들에 대해 관심이 생긴 분들이 자료나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시험 삼아 애즈라 작끄 키츠라고 검색해 보았더니 예상대로 결과가 뜨지 않더군요. 애즈라 잭 키츠에 대한 자료는 많은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3장 그림책의 숲으로 초대합니다에 소개된 많은 책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지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굳이 따지자면 책의 잘못은 아니죠. 출판사들이 최근에 나온 화려한 그림책들 틈에서 이런 고전은 경쟁력이 없으리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가치 있는 그림책들은 깨끗한 제본으로 옷을 갈아 입혀 계속 출판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딸아이가 즐겨 보던 그림책을 손자 손녀의 책꽂이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저도 꼭 누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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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5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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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뭔가가 궁금하고 안 풀리면 책부터 찾는 버릇이 있습니다. 좋은 습관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아이 키울 때는 가끔 어긋나는 것을 느낍니다.

큰 아이가 동생을 보면서 부쩍 스트레스를 받고 말썽을 피우기에 부푼 기대를 품고 구입한 <피터의 의자>. 책은 정말 좋습니다. <눈 오는 날>과 <피터의 의자> 두 권 밖에는 못 보았지만, 애즈라 잭 키츠를 저나 아이나 참 좋아하거든요.

처음에 이 책을 읽어주자 아이는 '얘는 피터가 아냐!'하며 바득바득 우기더군요. 자세히 보면, <눈 오는 날>에서 보다 피터가 많이 자랐거든요. <눈 오는 날>의 피터는 기껏해야 네 살배기 정도로 보이는데, <피터의 의자>에서 피터는 이제 제법 어린이 티가 나는 대여섯 살의 아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피터가 나이를 먹었고, 이제는 동생까지 생겨서 오빠가 되었대.'하고 얘기해 주었더니, 수긍한 뒤부터는 피터를 더욱 좋아하더라구요. 그림책 속의 아이가 자기처럼 자라나는게 신기하고 친숙했나봐요.

(이 책을 통해 이해심 많은 누나가 되었으면...)흑심을 품고 있으니 한껏 다정한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책을 읽어 주었죠. 열심히 듣는 아이를 보며 뿌듯한 마음에 책을 덮은 순간 들려오는 말,
'엄마, 나도 페인트칠 하게 의자 사 줘!'

저는 깔깔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 한 번 읽었다고 네 살 먹은 아이가 개과천선(?) 할 것이라고 믿은 제가, 평소에는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면서 기대에 부풀어 상냥하게 속살거린 제가 우습더라구요.

거듭 깨달아지는 것이지만, 그림책의 내용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책과 어우러진 시간의 감동이 아이를 바꾸지요. 언제나 아기 동생에게 내줘야 하는 엄마가 아쉬워서, 책 읽어 주는 시간이면 큰 아이는 같은 책도 세 번, 네 번, 열 번 읽어 달라고 우깁니다. 책이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피터의 의자>를 읽으면서는 꼭 아이를 무릎에 앉혀야겠습니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동생이 운다고 중간에 달려 나가지 않으렵니다. <피터의 의자>와 함께 하는 시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 때는 내용이 이해되고 조금 더 의젓하게 자란 '누나'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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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열 마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0
퀸틴 블레이크 글, 그림 | 장혜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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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그 순간부터, 아이가 폭 빠져서 재미있어 하는 책입니다. 사실은 아이에게 읽어 주기 전에 벌써 제가 몇 번이나 낄낄거리며 보았죠. '이 책을 어린이와 읽는 분을 위한 가이드'의 '이 책은 유머지수가 떨어지는 어른에게는 낙서투성이일 뿐'이라는 말에 뜨끔해서, 조금 오버해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유머가 넘치네요.

제일 눈여겨 봐야할 점은 앵무새들의 표정입니다. 정교하지도 않고 힘 안 들이고 쓱쓱 그려낸 듯 한데도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지!
'으으으...또야!'
'정말 지겨워 죽겠어.'
'도저히 안 되겠다. 다시 나가자.'
하는 앵무새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정에서 읽힙니다. 그렇게 그림의 표정이 풍부하니 읽어 주는 제 목소리에도 절로 감정이 실리지요.
'안녕! 내 멋진 깃털 친구들!'
하고 외치는 제 목소리를 실제로 들려 드려야 하는건데 말입니다. 그 순간엔, 제가 정말 너무 고지식해서 귀여운 교수님이 된 듯 하답니다.

우리 딸아이는 네 살 막바지라, 열 까지의 수는 다 깨우친 상태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앵무새들을 열심히 세다가, 몇 번 다시 읽은 후부터는 저도 못 찾은 척 한 두 마리를 빼놓는다던가, 부엌의 닭모양 그릇을 슬쩍 끼워 세면서 능청을 떱니다. 심지어 일곱 다음이 아홉이라고 빡빡 우길 때는
'이거, 책의 부작용으로 숫자를 헷갈리는 거 아냐?'
하는 어리석은 기우에 빠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오늘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를 읽다 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더군요. 그림책을 단순 지식 전달의 도구로 보는 마음이 그런 기우를 낳은겁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즐겁게 숫자 세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얻는 최고의 가치는 숫자 세기가 아니죠. 아이와 함께 앵무새의 표정을 보며 깔깔 웃는 즐거운 시간, 행복한 공감의 체험일 것입니다.

마지막 페이지, 다시 탈출을 시도하는 앵무새들의 그림을 아이는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첫 부분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말끔한 교수님과 앵무새를 잃어버린 다음날의 망가진(?) 교수님의 대비가 너무 웃긴데, 아이는 아직 그 부분은 발견해내지 못 한 모양입니다. '언제쯤 그런 사실을 눈치 챌까?' 하는 작은 기대와 더불어, 앵무새 열 마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오늘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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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안나 러셀만 지음 / 현암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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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지금 네 살인데요, 이 책에 대한 반응이 떨떠름...하네요. 아이가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조금 벅찬 부분도 있고, 이 닦기를 너무 싫어해서 덩달아 책도 싫어하는 것도 같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엄마가 책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서 인 듯 합니다.

그림책 읽기는 재미있고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엄마 마음 속에 '이 책을 읽어 줘서 이를 잘 닦도록 만들어야겠다...!'라는 결심이 선 순간, 재미와 행복은 한 걸음 물러설 수 밖에 없지요.

자주, 많이 읽어 줘야할 것 같은 생각에 별로 책 읽고 싶지 않은 아이를 불러 앉히고는 제가 고른 책은 밀어 놓고 많은 분량을 끝까지 읽겠다는 굳은 의지로 강행하니...아이는 비비적거리고 빠져나갈 수 밖에요.

그리고, 아무리 다양한 그림을 접하게 해야 한다지만 달달이와 콤콤이는 좀 심하게 못생겼습니다. 그림도 별로 아름답거나 개성있게 느껴지지 않구요.

이 닦을 때 달달이와 콤콤이 얘기를 하면 조금은 수긍하는 눈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양치 시간을 싫어해요. 책을 읽히는 것 보다는 양치 시간에 아이를 구박(?)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할 것 같긴한데, 자꾸 인내심에 한계가 오내요.^^;

한 두 살 더 먹으면, 그리고 흑심(?)을 버리고 꾸준히 읽어 주면 효과가 있으련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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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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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참 훌륭한 그림책이더군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보다는 제게 더 유익했습니다. 요즘 하고 있던 그림책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복습시켜 주었거든요.

그림책을 고르면서 주의해야 할 점 첫 번째

---아이의 연령, 발달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저는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글이 적다고 곧 쉬운 그림책, 어린아이가 보는 그림책은 아니라는 점이요. 선인장 호텔이 글은 몇 줄 안 되지만, 생태계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기에 꽤 높은 수준의 책입니다. 우리 딸아이는 네 살인데요, 첫 장 절반도 넘어가기 전에 책을 빼앗아 쓱쓱 넘기더니 중간에 동물들이 구멍을 파고 들어앉은 그림이나 열심히 보며 이름을 주워섬기더군요.^^; 이 책은 적어도 대여섯 살, 나아가 초등 저학년까지 봐도 좋을 책입니다.

---아이의 특성과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 제가 과학그림책 쪽은 많이 안 보여 주어선지, 과학에 관련한 책에는 아직 별 흥미가 없네요. 게다가 여자아이치고는 개구지고 활동적인 편이라, 그림책도 다이내믹한 구성과 흥겨운 말놀이가 들어간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선인장 호텔의 잔잔한 설명조가 먹히겠습니까...쩝.

도리어,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쿡쿡 웃기도 하고, 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요. 이 백년이 넘게 살던 선인장이 쿵, 쓰러지는 부분에서는 뭔가 마음에 울림이 오기도 하더군요. 잘 기억해 뒀다가, 아이가 좀 더 나이가 먹으면 꼭 보여주렵니다. 나중에 흥미 있게 보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 기분이 뿌듯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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