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열 마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0
퀸틴 블레이크 글, 그림 | 장혜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는 그 순간부터, 아이가 폭 빠져서 재미있어 하는 책입니다. 사실은 아이에게 읽어 주기 전에 벌써 제가 몇 번이나 낄낄거리며 보았죠. '이 책을 어린이와 읽는 분을 위한 가이드'의 '이 책은 유머지수가 떨어지는 어른에게는 낙서투성이일 뿐'이라는 말에 뜨끔해서, 조금 오버해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유머가 넘치네요.

제일 눈여겨 봐야할 점은 앵무새들의 표정입니다. 정교하지도 않고 힘 안 들이고 쓱쓱 그려낸 듯 한데도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지!
'으으으...또야!'
'정말 지겨워 죽겠어.'
'도저히 안 되겠다. 다시 나가자.'
하는 앵무새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정에서 읽힙니다. 그렇게 그림의 표정이 풍부하니 읽어 주는 제 목소리에도 절로 감정이 실리지요.
'안녕! 내 멋진 깃털 친구들!'
하고 외치는 제 목소리를 실제로 들려 드려야 하는건데 말입니다. 그 순간엔, 제가 정말 너무 고지식해서 귀여운 교수님이 된 듯 하답니다.

우리 딸아이는 네 살 막바지라, 열 까지의 수는 다 깨우친 상태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앵무새들을 열심히 세다가, 몇 번 다시 읽은 후부터는 저도 못 찾은 척 한 두 마리를 빼놓는다던가, 부엌의 닭모양 그릇을 슬쩍 끼워 세면서 능청을 떱니다. 심지어 일곱 다음이 아홉이라고 빡빡 우길 때는
'이거, 책의 부작용으로 숫자를 헷갈리는 거 아냐?'
하는 어리석은 기우에 빠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오늘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를 읽다 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더군요. 그림책을 단순 지식 전달의 도구로 보는 마음이 그런 기우를 낳은겁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즐겁게 숫자 세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얻는 최고의 가치는 숫자 세기가 아니죠. 아이와 함께 앵무새의 표정을 보며 깔깔 웃는 즐거운 시간, 행복한 공감의 체험일 것입니다.

마지막 페이지, 다시 탈출을 시도하는 앵무새들의 그림을 아이는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첫 부분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말끔한 교수님과 앵무새를 잃어버린 다음날의 망가진(?) 교수님의 대비가 너무 웃긴데, 아이는 아직 그 부분은 발견해내지 못 한 모양입니다. '언제쯤 그런 사실을 눈치 챌까?' 하는 작은 기대와 더불어, 앵무새 열 마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오늘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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