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거 참, 요즘 때 아닌 영화복이 터져서, 일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본다.
오늘의 영화복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벼르고 벼르다 어렵게 추진한 눈썰매장 현장학습. 이주일 전부터 아이들이 고대하고 고대했건만....허걱....눈이....없었다. 이상고온으로 인공눈 만드는 기계도 돌리기가 어렵단다. 최소한 영하 2도는 돼야 인공눈도 만들어지는데, 몇날며칠 밤을 새며 기다려도 날씨가 안 추워진다며 울상인 담당자를 뒤로 하고 잠시 망연자실.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까먹고 영화라도 한 편 보여주기로 했다.
평일 낮, 자그마한 극장을 우리 친구들이 완전히 접수했다! 그런데, 더빙판이라 그랬는지....화장실 가는 아이들 치닥거리 하느라 들락이고, 누구 튀는 놈 없나 두리번거리느라 그랬는지....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근사한 액션신은 흥미진진하고 볼만했지만, 그러기까지 전반부가 좀 늘어졌다. 초능력을 가진 영웅의 심리,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대한 고찰(?) 정도로 파악할 수 있는 전개였는데, 글쎄. 성인 관객을 끌어들이기엔, 캐릭터와 그 방식이 너무 유치하고, 어린이 관객을 흥분시키기엔 쓸데없는 말이 너무 길었다고나 할까?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 중 이십분만 쳐 냈더라면....아니, 신나는 액션신이 십분 정도만 많았더라면 좋았을걸.
성인층과 아동층을 다 잡으려다 어중간한 작품이 나와버린 듯 하다. 자막판으로 보면 좀 나으려나? 하긴, 화장실 따라다니느라 중간중간 놓친 십여분 동안 무진장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을지도 모르는 일. 영화도, '업무상' 보면 맛이 떨어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