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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이타니 겐지로님의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글 보다는 <사람>이 빛나는 이'라구요.
사실 작가치고는 매끄럽지 않은 글입니다. 간결하고, 툭툭 끊기는 듯한 문장은 소박하다 못해 가끔은 빈약하게까지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책 말미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의 문장이 꼭, 작가가 사랑하는 아이들의 글과 닮아있다구요. 멋이나 기교보다는 <마음>을 담는데 최선을 다하는 글. 화려한 수식어는 없지만 진심이 담긴 글이기에 이렇게 가슴을 덥혀주는 것이겠죠?
무거운 인생을 짊어진 아이일수록 낙천적이었다.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는 아이일수록 상냥했다. 왜 그럴까, 나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p119
지금 나는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낙천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낙천주의자야말로 진정한 비판정신의 소유자이다. - p80
책 속 어디에서나, 항상 동심에서 배우려고 애쓰는 겸허한 작가의 마음이 여과없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배운 것>을 먼저 읽은 저로서는, 겹치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감흥이 좀 떨어지더군요. 작가의 힘겨웠던 유년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지만, 거기에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글 대부분이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에서 이미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들이라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접어들며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한 교사론이 펼쳐지자, 잠깐동안의 지루함은 금세 잊혀졌습니다. 읽는 이에게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건네주는 주옥같은 금언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두 배, 세 배 빛나는 듯 합니다.
그럼 이제 표지 얘기를 좀 해 볼까요? 겉 띠지에 실린 작가의 모습, 얼굴 속의 눈은 참 따뜻하고 맑지만...치열이나 머리모양새 등은 사실 그다지 좋아보이는 인상은 아닙니다. 그래도 밑으로 엿보이는 표지의 색감과 느낌이 좋기에, 기대를 하며 띠지를 풀어보니....ㅎㅎㅎ '속았지? 또 있다~'하는 듯이 (좀 작아졌지만 더 또렷한) 작가의 사진이 정 중앙에 박혀있네요. 띠지에는 사진을 넣더라도, 표지 그림은 좀 다른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사키 치히로님의 그림처럼 투명한 느낌의 수채화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참, 띠지의 크기도 보통의 것처럼 작게 하면 좋겠구요.
종이의 질감이 살아있는 하드커버는 감촉이 참 좋더군요. 그런데 재질의 특성상 찍힌 흠이 잘 나는 것 같아요. 9,8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해 볼 때, 일반 표지로 바꾸고 가격대를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요? 소박하고 검소한 느낌의 책이 작가와 더 잘 어울릴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