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사실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사모한다.
그들은 너무도 '평범하다'고 그려지지만,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속내를 비범하게 풀어 내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나는 문득, 하루키의 냄새를 맡았다. '그랬거나 말거나, 1983년의 베이스볼'에서 엉뚱하게 불거져 나온 '봉간다'의 프로야구 즈음 해서 였을 것이다. 이유가 뭐였을까, 엉뚱하고 황당한, 심하게 주관적이라 도리어 활짝 열린 메타포? 아니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여하간, 박민규는 하루키와 닮았고, 게다가 핀토스의 일자바지에 아디다스 라인이 들어간, 딱 그정도 만큼 더 거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민규는 하루키와는 달리, 나의 모국어를 자유자재로 끊고, 비틀고, 조이는, 유쾌한 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그가 얘기한 <프로의 세계>. '무진장 노력한 삶'과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사이의 어디쯤만을 '평범한 삶'이라 인정해 주는 비정한 세계에 대한 통찰은 매우 반가운 것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예식장에서 평범하게 결혼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꼭 해주던 말.
"야, 그렇게 평범하게 결혼하는 게, 남들 다 하는 것처럼만 해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랬다. 도대체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소중한 인생을 제대로 살아 내려 저마다 아둥바둥 애를 쓰지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하긴, 그 저변에는 <평범>이라는 개념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는 굴레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 하던 상념의 핵심을 시원하게 찔러주고, 게다가 평범하고 비루한 인생에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비틀어진 세상 탓이지.'라고 가슴 울컥한 위로까지 던져주니.....아, '1할 2푼 5리'나 '연안부두'는 그렇다쳐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박민규'도 없이, 나는 지금껏,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단 말인가?

완벽하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완벽한 소설이다. 사전지식도 별로 없었던 이 책 한 권 못 읽은 것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는지 이젠 알겠다. <삼미>는, 내 운명이었던 것이다. 2004년 8월의 어느 날,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의 반열에 들, 그런 운명. 쓰고보니 오버가 심한 과찬...같기도 하다만.^^

이 모진 <프로의 세계>에서, 열심히 살았건만 평범할 뿐인 사람들, 그리고 진정 평범할 뿐이건만 <하류 인생>이라 눈총 받는 사람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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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0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panda78 2004-08-0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브라보-

책읽는나무 2004-08-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TV 책을 말하다에서 나온 박민규를 처음 보고 홀딱 반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당장 이책을 구입을 했는데..아직 못읽었군요!!..ㅡ.ㅡ;;
긴머리 휘날리는 그는 이외수씨와는 상반된 매력이 있어요!!
박민규는 오즈마님 말처럼 작가들중 꽃미남오빠부대를 충분히 만들어 놓을 이유가 있는 사람이지요!!..^^

마냐 2004-08-0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 인생의 책'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물론 삼미슈퍼스타즈교인이 되겠다 마음먹었었죠. 님의 리뷰, 오늘따라 빛나는 것은 님의 감동이 큰 탓이겠죠? ^^ 꾸우욱.

털짱 2004-08-0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당장 주문이다! (알라딘 서재지기에서 적립금 오천원에 선전부장으로 스카웃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진/우맘 2004-08-0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털짱님....그거 극비사항인데.^^;

털짱 2004-08-08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솨과도 의심스러웠는데 진희경님 역시 마태님의 사주를 받아 은밀히 활동하는 알라딘 지하조직원이었구나... 돈이 뭐길래.. 적립금이 뭐길래... 이 미모의 여인들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흑흑흑!!! (울면서 저쪽으로 뛰어간다)

진/우맘 2004-08-0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함정단속에...걸리다니....으윽....

코코죠 2004-08-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만큼이나 통쾌한 리뷰입니다. 아아 진/우맘님이 제 사랑 박민규랑 친하게 지내주셔서 어찌나 기쁜지요 :) 저 추천했어요. 궁뎅이 두들겨주세요 녜~

진/우맘 2004-09-1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늦었지만, 투덕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