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님이 분명 와서 방방 뜨면서, "아니 도대체 책 한 권으로 페이퍼를 몇 개 우려드시는 겁니까!!!"하실게다. 그러나 괜찮다. 아까, 예리한 다른 님께서 마태님이 방화관리 및 소방교육으로 무지 많은 페이퍼를 우리셨음을 과감히 지적해 주셨으므로. 끄끄끄....

안 바쁘냐고? 오늘 내 바빴다!!!! 무슨 페이퍼를 이리도 많이 올리냐고? 원래, 바쁠 때 짬짬이 하는 게 더 효율적인게다. 사실은 이 대목, 지난 번 타슈어록 올릴 때 이미 한글에 작업해 놓았는데, 너무 길면 사람들이 안 읽어줄까봐 참았더랬다. 자, 독설가 타슈 선생의 썰을 들어보시라!!!

 95p
“그런 비교는 성립될 수 없는데요. 글쓰기는 강간처럼 해롭지 않으니까요.”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씀이나 하시는구려. 하긴 내 책을 읽지 않았으니 알 수도 없지. 글쓰기란 어느 모로 보나 골치 아픈 일이오.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지, 책을 보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간이 필요한지, 책을 찍어내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혹시라도 책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에 돈이 얼마나 들지, 그렇게 책을 사서 읽는 불운아들이 얼마나 지루할지, 책을 사놓고도 읽지 않는 파렴치한들이 얼마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지, 읽으면서도 이해 못 하는 속 좋은 멍청이들이 얼마나 울적할지, 끝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독서 혹은 비(非)독서와 결부된 대화가 얼마나 거만함으로 가득할지. 그리고 또 기타 등등하며! 그러니 나한테 글쓰기가 강간처럼 해롭지 않다느니 하는 얘기일랑 하지 마시오.”

25p

“물론 그러시겠지요. 그건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한 메타포 아닙니까.”

“메타포에 대해 잘 아시나 보오, 젊은 양반?”

“뭐....남들이 아는 만큼은 압니다.”

“기발한 대답인데. 사실 사람들은 메타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오. 그런데도 이 단어는 아주 잘 팔려나가고 있지. 도도해 보이거든. ‘메타포’. 일자무식쟁이라도 이게 그리스어에서 온 단어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을 거요. ‘메타’라는 접두사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과 ‘포’의 어원인 ‘페로’가 별 뜻도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쓰이는 동사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메타포’란 두루두루 아무 뜻으로나 쓰일 수 있는 말이라고 결론짓게 될 거요. 통상적인 용법을 살펴보더라도 똑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테고.”

 

28p

“친절을 경멸하십니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구먼. 난 상냥한 성품이나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친절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오. 하지만 그런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소? 대부분의 경우 우리네 인간들이 친절을 베푸는 건 남이 자기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묻 서재인들을 유혹하고자 저 내용을 맨 앞에 세웠지만...사실,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친절'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슴 깊은 곳을 예리한 칼날로 쑤욱, 찔린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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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7-1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놓고도 읽지 않는 파렴치한들이 얼마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지
--------------책나무, 스타리 외 무수한 서재지인들....되게 뜨끔하시겠다. ㅋㅋㅋ
(흐음~ 남 말 할 때가 아닐텐데?? -.-;;)

明卵 2004-07-1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타포가 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그 뜻을 돌아서자 까먹어서 또 다시 찾아봤었어요. 이젠 잘 기억나는 군요.^^
타슈가 하는 말을 읽으면서, 굉장히 뜨끔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내가 지금까지 책을 제대로 읽고 있었던 게 맞기나 한가, 하는 회의가 들더라구요.

미완성 2004-07-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말 하나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남의 마음에 피멍주고 자기 마음에 피멍이 들었을까요.
아아, 문장이란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건만..!

진/우맘님, 님은 이쁘니까 뭐든 괜찮아요^^*

진/우맘 2004-07-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요 명란님, 저 대목 읽고 나서 나도 검색을 했었다우...-.-;;;
자신의 책은 절대 은유가 아니라는 타슈의 강변을 들으며, 혹시 '살인자의 건강법'도 아멜리 노통의 자전 소설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더랬죠.^^

마립간 2004-07-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딛고 서 있게 하는 땅은 발바닥 두개의 면적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발바닥 두개의 면적만을 주게 되면 아무도 서 있을 수 없다.

마립간 2004-07-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뭡니까! 동시 다발적인 댓글?

진/우맘 2004-07-1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깜딱 놀랬습니다.
진/우맘이 펴 낸 '알라딘 신종어 사전' 28p에 의거하면, <찌찌뽕 댓글>이라는 겁니다.^^;

털짱 2004-07-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관리하시는 걸 보면 정말 초특급슈퍼울트라하이드로메가톤급하이퍼힘녀이신가봐요...=_=
저 많은 페이퍼와 리뷰, 거기에 두 귀염둥이까지...
저도 힘 좀 쓰는 편인데...
(저기, 진희경님... 저한테 털 좀 분양해주세요...)

털짱 2004-07-1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태우스님께서 사진있는 책은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서재사진을 출력해서 책표지에 붙일 생각입니다.
혹 보내시면 진희경님께 비싸게 팔 생각이었는데..(흑!)

明卵 2004-07-1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엉뚱하지 않아요^^ 저 역시 <살인자의 건강법>이 아멜리 노통의 자전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더 뜨끔했어요... 내가 노통의 책을 이렇게 간단히 읽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에.

진/우맘 2004-07-1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지요 털짱님...제가 원래 털이 별로 없어서..-.-;
명란님> 그랬구나! 역시, 나랑 통하는 데가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