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 새 선비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0
한유민 그림, 이경혜 글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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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가끔은,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구렁덩덩 새 선비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옛이야기 중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략> 주인공의 성별이나 성에 따른 역할이 편향되면, 은연중에 어린이들에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중략>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일 뿐 아니라, 착한 마음씨와 용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 그리고 모성적인 힘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좋게 표현해서 '모성적인 힘'이지...사실상 남존여비에 기초한 전통적인 여인상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도 많다. 아버지의 질문 한 마디에 다소곳이 구렁이 신랑에게 시집간다 하다니....의지박약으로 보인다.-.-;
옛이야기,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남녀차별(특히 남아선호) 등의 잘못된 성의식을 은연중에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단점과 우리에게 맞는 우리 것을 접한다는 장점 사이에서 가끔 난 길을 잃는다. 아무래도 옛이야기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고수 선배님들, 추천해줄 책 없나요?

고민과는 별개로, 잘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보인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분명한 다소곳한 각시의 모습과 더불어 우리 옛그림을 다양하게 응용한 그림이 정겹다. 권말에 실린 말마따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법과 변신, 금기 등의 환상적인 요소때문에 아이도 좋아하고. 하긴, 옛이야기에서 개연성이나 논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바보같은 발상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걸 알고 있다. 그림책을 펴 보며 내가 만들어 보는 예상 질문(예를 들어 "엄마, 이 구렁이 나쁘지? 왜 엄마한테 못된 짓하면서 졸라?")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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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7-11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고새 새글을 씀풍!하시다니.....
세상에, 구렁덩덩이라뇨. 구렁덩덩이라뇨...
정말 재밌고 참신한 제목이네요ㅠㅠ
저라면 '초특급미녀언니의 은밀한 사생활'이라던가, '미녀는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밖에 못지을텐데..
님의 글 덕분에 갑자기 동화책이 보고 싶어졌어요..ㅠㅠ

진/우맘 2004-07-11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보탬이 될만한 제목은 아니군.^^;

마태우스 2004-07-11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평정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으신 것 같네요. 한번 해봅시다. 전 지금도 정신이 맑습니다. 그리고 옛이야기 중에 문제많은 거 많은데요, 진보라는 게 원래 더디게 온답니다.

아영엄마 2004-07-1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엄마들, 특히 딸을 둔 엄마들의 고민이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명작이나 전래에 스며있는 고정화된 여성의 이미지... 그렇다고 전혀 접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지라 대안이 될 동화나 그림책을 찾아 내는 것에도 애를 쓰게 되네요.. 전 특히 딸이 둘이라...널리 알려진 <종이 봉지 공주>도 그렇고,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아이 안젤리카>, <용감한 아이린>등 나약하지 않은 모습을 지닌 여자가 등장하는 책들 말고도 괜찮은 책들이 찾아 보면 있을 거예요~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나누어 보심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