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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ㅣ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그렇게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작은 풀씨 하나...혹은 별 조각 하나...그런 걸 품고 살지 않나, 하고. 하지만 그것들은 너무 작지. 새끼손톱만큼 조그마해서, 잘 보이질 않지. 서늘하고 바싹 마른 가슴 속에서 싹을 못 틔우고, 빛을 못 내뿜고 그냥 웅크리고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한 풀씨를, 별조각을 발견하기엔 우린 너무 바쁘잖아. 일상이 너무 번잡하고, 한숨 쉴 일이 많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순간이 몇 번이고 돌아오잖아. 아니, 사실은, 풀씨의 주인...별 조각의 주인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내 마음 속을 살피는 게 배는 힘드니까.
그런데, 그 풀씨가...그 부스러기 별이 잠시 힘을 얻는 순간이 있어. 어떤 순간일까? 음....가슴 설레는 미성을 가진 소년 가수의 노래 한 곡. 첫사랑에게서 온 메일 한 통. 비오는 창가에서 맡은 커피 향기. 벽 틈에 핀 작은 들꽃과 우연히 눈을 맞춘 순간.
이상하지?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들과 조우하는 순간, 풀씨는 싹을 틔우려 온 몸을 긁어대고, 별조각도 힘을 내서 마음 속을 환희 빛내. 그래서 달라져. 평소에는 존재조차 잊고 있던 손톱만한 것들을 잠시 들여다본 것 만으로도. 오래 전에 잊어버린 따뜻하고, 촉촉하고, 싱그러운 느낌들이 되살아나지. 그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지지. 삶이란 참 좋은 거라고, 잠시나마 행복에 젖어들지.
난 그래.
강 풀을 만난 순간, 순정만화를 읽는 동안, 난 그랬어. 말랐던 풀씨가 물에 젖고, 어둡던 별 조각이 반짝, 빛났어. 마치...그 예쁜 사랑이 내 것인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