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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 (보드북) ㅣ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숙희 글 그림 / 보림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간혹 가다 아기의 처음 그림책을 물어 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해 주는 것이, 보리의 세밀화로 그린 아기 그림책과 이 책, <열 두 띠 까꿍 놀이>이다. 이전에 도서관에서 한 번 보고 반했었는데, 구입은 이제야 했다. 돌을 넘긴 둘째가 헌 옷 물려 입듯 누나의 헌 책만 물려 보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한 권 사 준 것이다. 새 것으로 이 책을 보니 감동이 한결 더한다.
그림이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니만, 작가 소개를 보니 역시 <누구 그림자일까?> 책과 같은 사람이다. <누구 그림자일까?>를 보고도 독특한 그림에 반했었는데....아아, 책 정보를 보니 그림이 아니고 판화란다. 그래서 특이한 느낌이 나는 건가? 채색된 면 안에 결이 살아 있다. 그리고, 사뭇 화려한 색깔들의 조합인데 전체가 모여서는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런 복합적인 느낌이 몰려오면서 볼 때마다 눈이 즐겁다.
이 보드북은 지질도 특이하다. 일반 보드북보다 한결 탄력이 있어서 구부리면 휘어지지, 쉽사리 구겨지지 않는다. 책을 만져보면...야아, 보송보송한 좋은 느낌.^^ 책이 아니라, 무슨 볕 좋은 날 원목 마루를 손바닥으로 쓸어보는 느낌이 난다. 첫 그림책은 아기에게 있어 그냥 책이 아니다.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탐색물이자 장난감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촉각까지 배려한 이 책은 좋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리뷰를 대충 읽어보니, 간혹 실망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열 두 띠라는 제목을 보고, 교육적인 면을 생각했다가 내용이 미흡해서 그런 듯 하다. 그런분들께는 솔거나라 시리즈 중 <열 두 띠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열 두 띠 까꿍놀이>는, 아기에게 교육적인 내용이나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목적(혹은 효용)은...까르르, 하는 아기의 웃음 소리 일 듯 하다. 엄마와 까꿍놀이를 즐긴 적이 있는 아기치고, 이 책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 아기는 없을 것이다. "닭 없다. 꼬꼬 닭 없다. 병아리도 없다"에서 "까꿍!"으로 넘어가는 단순한 구성의 반복에 아기는 재미를 느낀다.
아기에게 책 경험을 즐거운 것이라고 가르쳐 주는 책. 조악하지 않은 좋은 느낌의 그림. 단순한 구성과 반복. 오감을 배려하는 지질. 아기의 첫 그림책이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춘 좋은 그림책. 5개월 부터 돌을 전후 한 모든 아기들의 첫 책으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