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를 보고 난 후 감상을 정리하다가 문득, '풍선을 든 아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렇다, 이 영화, 꼭 풍선을 든 아이 같다. 가족애를 상징하는 어린아이와 판타지에 잘 어울리는 풍선. 그런데, 어린아이가 2시간 동안 들고 있던 풍선을 한 번도 놓치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임무를 이 감독, 팀 버튼은 해냈다. 두 마리 토끼를 몽땅 잡아버린 것이다.
영화는 소소한 가족사와 환상의 세계를 정말, 한 마리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유영한다. 어찌나 매끈하게 잘 빠졌는지 살짝 얄밉기까지 하다. 아마 그 지나친 매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푹 젖어들지 못하고 가끔 영화를 '구경'하고 있구나...하는 자각이 생기는 것은. 하지만 구경이면 어떻고 관람이면 어떠하리.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진 환상의 세계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쾌했고, 눈물을 자아내는 가족애는 그 유쾌함에 진한 감동과 의미를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