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자가 의료보험에 대해 뭐라고 했나보군요. 블로그에도 이 소리, 저 소리들로 시끄럽네

요. 저는 한국서 큰 병에 걸려본 적도 없고, 미국서 오래 살지 않아서 여기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한마디로 의료제도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사람이지요.

 

한국서 자연분만으로 애 낳았을 때 병원비 60만원정도, -삼성병원-  작년에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

았을 때 잘 기억나지 않지만 100만원정도 -영동세브란스병원- 낸 것이 큰 의료비의 전부였죠. 그

외에는 동네 병원에서 감기정도로 3천원 낸 것이 전부, 그나마 일년에 감기 한번 걸릴 정도여서 의

료보험 재정에 큰 손실을 입히거나 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한국서 낸 건보료는 제가 역시 잘 기

억나지 않지만  월 3만원 정도, 신랑은 십 수만원 정도?

 

여기 와서 학교 보험을 처음에 들었습니다. 저 빼고 신랑과 애들만. 그런데 엄청나더군요. 그리고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번 가을부터는 AIG 여행자보험에 들었습니다. 학교 보험

에 들면 저희 4인 가족이 연간 보험료가 800만원 -그럼 병원 갔을 때 보험사가 80%, 저희가 20%

돈 냅니다. 더 비싼 보험 들면 보험사가 90%, 저희가 10% 낸다고 하네요. 근데 처음부터 다 이런

비율로 나눠 내는게 아니라 얼마 이상 초과되어야만 이렇게 낸다고 합니다. 소액은 저희가 다 내야

하는거지요. 소액이 얼마냐고요? 저희가 병원 안가봐서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 말 들으면 (근데 다

른 사람들도 회사나 학교에서 들어준 보험의 종류가 다 달라서 말들이 다 다르더라고요) 200불 이

하는 자기가 다 냈다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건당 200불이 아니라 총 누적 500불까지는 자기들이

내고 그 이상이 되면 8:2 비율로 냈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더군요- 여행자 보험은 저희 4인 가족이

연간 250만원 입니다. 여행자 보험에 들면 우선 제 돈으로 다 내고 그 다음에 보험사에 영수증 보

내서 청구하게 되어 있는데 100달러 이상이 나와야 청구할 수 있다는군요. 그리고 배 아픈 것, 목

아픈 것, 팔 아픈 것등이 다 따로래요. 무슨 말인고 하니 배 아파서 병원 갔더니 80달러 나오고, 목

아파서 병원 갔더니 90달러 나온 것을 합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일 질병으로 100달러가 넘어

야지만 돈을 준다는군요. 그럼 별 쓸모도 없는 보험을 왜 드냐고요? 무보험으로 살까도 생각했지

만 애들이 있어서 혹시 응급실에 갈 일이 생길까 해서 여행자 보험이라도 든 것입니다. 응급실 갔

다가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 나올테니까요. 누구는 손가락 찢어져서 3바늘 꿰맸는데 1200달러 나

왔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에 대비하는 것이지요.

 

보험이 없는 저희는 여기서 아프면 보험 없는 사람들 받아주는 한국인 의사가 운영하는 개인 소아

과 병원에 갑니다. 그 분은 이 동네에서 항생제를 많이 쓰기로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

험 없는 사람에게 10불만 받고 치료해준다는 이유로 천사로 추앙받고 있지요. 전에 아들이 팔이 빠

져서 그냥 다른 한국인 의사의 병원에 갔더니 -보험 없는 사람 받아주는 그 분은 오후 5시 ~7시까

지만 하십니다- 10초도 안 걸려 아들 팔을 끼워주고는 75불을 받더군요. 허걱! -그것도 보험 없어

서 싸게 해준거래요-

 

두달쯤 전에 제가 감기에 걸려 동네 월그린에서 기침약을 2주동안 먹어도 차도가 없기에 애들 독

감예방주사 접종하러  그 보험 없는 사람 받아주는 한인 의사에게 가면서 저도 좀 봐달라고 했지

요. 폐렴으로 진행되려고 한다면서 처방전을 써 주셨는데 역시나 보험이 없어서 월그린에서 약 조

제하는데 50달러를 냈어요. 감기약에 거의 5만원이라! 그래도 거의 아프지 않으니 여행자 보험에

드는게 때로 약값을 이렇게 50달러씩 낸다고 해도 싸게 먹히지요. -저희는 학생이니 취업자와는

좀 다르겠지요. 여기서 석사 하고 취업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는데, 남편의 보험료는 회사에서 내

주고 부인과 아들 한 명의 보험료는 자기들이 월 2백 몇십불씩 낸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감기 같

은 것으로 병원가면 보통 20불 정도를 낸다고 하네요. 더 큰 병으로는 가 본 일이 없어서 모르겠다

고 하고요-

 

제가 문외한이라서인가요? 교육비 안든다고 하나 그건 만 5세부터의 이야기라 그 전에 유치원 보

내자면 한달에 최소 5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듭니다. -다른 사람 말로는 시카고가 대도시라 그런

물가가 좀 비싸다고도 하네요- 여긴 9월 학제라 우리 딸이 만 5세가 되는 가을은 한국 나이로 7살

도 다 지나가는 9월인데 말예요. 요즘 한국서 누가 7살 가을에 처음 유치원을 보낸답니까? 일찍 가

는 애들은 4살에도 가는데 말예요. -여긴 사람 손 가면 무조건 비싸진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초

등학교 가면 수업료 안내는 것은 마찬가지잖아요. 한국은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고요? 어느 싸이트

에서 봤더니 미국도 시키는 사람은 시간당 수백달러 하는 과외를 시킨답니다. 다만 여기는 그렇게

명문대에 목숨거는 사람이 한국보다 적거나, 아니면 땅이 넓어서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

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은 너무 좁아서 그런 것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한국이 대학 등

록금이 천만원 시대가 되었다고 난리지만, 여기는 훨씬 더 들잖아요. 주립대 가면 좀 쌀까, 그래봐

야 한국 등록금 값은 나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국은 솔직히 지방 국립대 4년 장학금 줄께 해도

서울 명문 사립대에 제 돈 다 주고 다니는 분위기잖아요. 여긴 돈 없으면 다들 장학금 주는 주립대

에 간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여기와 한국이 분위기가 다른 것이지, 여기가 더 좋은 것은 하나도

없어보여요.

 

나중에 다른 동네에 살아보면 또 어떤지 몰라도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 다르다고 하니까요- 어쨌

건 이 곳의 비싼 의료제도가 한국에 도입된다면 글쎄 똥 씹은 표정이 될 것 같네요. 겨우 하나 아는

미국 사람과 무슨 얘기 하다가 제가 여긴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한국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 내

고, 감기 같은 간단한 병은 3달러만 내면 된다고 하니 기절할 듯 놀라면서, 그럼 한국 사람들은 미

국 사람보다 건강하냐고 반문하더군요. 제가 그건 잘 모르겠다고, 왜냐하면 한국도 이런 별거 아닌

질병에 건강보험 재정이 많이 쓰여서 큰 병에 걸리면 돈이 많이 드니까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병원 가는 것에 대한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얘기해주었

지요. 그랬더니 다른 주는 아니지만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주에서는 저소득층 자녀는 무료로 다

치료해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소득 입증을 받아야지요. 그러면서 시에서 운영하는 한마디로 보

건소 같은 곳을 알려주더군요. 부인병만 건강진단 해 주는 곳이었는데 -자궁암, 유방암 따위-  이

곳 기준으로는 아주 싼 곳이라면서 소개해 주었어요. 얼마인지 아직 그 싸이트에 안 들어가봐서 잘

모르겠네요.

 

한국 슈퍼에서 만난, 거기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는 미국이 야채값, 옷 값이 싸다고 천국이랍니다.

병원은 어떻게 하냐는 제 물음에 보건소 같은 데를 간다고 하시네요. 그 동네에만 있는것인지, 모

든 동네에 다 있는 것인지 여쭤볼 걸 그랬어요. 다음에 만나면 여쭤봐야지요. 옷 값은 한국보다 싸

더군요. 야채? 싸겠지만 불행히도 야채를 잘 안 먹어서 실감이 안나고요. 오히려 저는 한국 슈퍼에

서 한국 음식을 사니까 -풀무원 두부, 풀무원 만두, 한성 게맛살, 백설표 종합 어묵, 새우깡등- 한

국보다 더 비싸게 삽니다. 유치원비도 한국보다 비싸졌고요. 의료비도 마찬가지지요. -겨우 여행

자보험밖에 못 든 주제에도!- 한국은 천원 미만의 과자, 빵도 많지만 여기서는 그런게 없어요. 제

일 싼 과자가 99센트, -대신 양이 많긴 하지요. 젤리도 한 봉지가 엄청 커요. 한국서 파는 그런 작

은 봉투의 젤리는 8개인가를 큰 상자에 넣고 2.4달러 뭐 이런 식으로 팔지요-  크로와상 하나 사면

2.5달러를 내야 합니다. 한국 가면 빵 열심히 사 먹을거예요. 한국서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싼 커피

도 사 먹을 수 있지만, 여긴 모든게 체인화 되어서 -제가 사는 시카고만 그런가요?-  스타벅스 커

피를 3.5달러는 주고 사 먹습니다. 한국식의 체인화 되지 않은 커피집을 제가 사는 곳에서는 못 봤

어요. 물론 식당은 있지만요. 허나 식당에 커피만 마시러 갈 수는 없잖아요? 참, 그리고 모든 가격

은 세금 제외입니다. 그 가격에 다시 시카고는 세금이 9%가 붙어요. 하와이에 갔더니 거기는 세금

이 약 4.7% 이더군요.

 

군더더기 소리가 늘었네요. 하여간 건강보험료의 조정이 필요하다면 저소득층은 놔두고 그 이상

계층에서 조금씩 올리는 것이 민영보험을 활성화 하는것 보다는 백 배, 천 배 모두에게 낫다고 생

각합니다. 돈 더 내야 하는 사람도 미국 사정 알면 다들 기꺼이 낼걸요? 팔 껴주는데 3천원 대신 75

달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말예요. 그리고! 불가능하긴 하지만 어쨌건 아프지 않고 살

아야겠어요. 그럼 저도 컴퓨터 앞에서 그만 일어나 맨손 체조라도 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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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9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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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7-12-2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다닐때마다 의료보험에 감사했는데 어찌될지 넘 무섭답니다 ㅠㅠ(그간 좀 의아하긴 했어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 왜 이렇게 좋을까 하구..그렇다고 바뀌길바란건 아닌데!!)

미즈행복 2008-01-01 03:20   좋아요 0 | URL
정말 두려워요. 제가 예전에 어렸을 때는 한국도 지금의 좋은 의료보험제도가 아니었죠. 그때는 좋은 직장, 큰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병원 가기가 힘들었어요. 남의 보험을 빌려서 가기도 하고요. 다시 그런 날이 오게 되는건가요? 이 문제만큼은 모든 국민이 쌍심지를 켜고 막아야합니다!!!
건보료가 인상되는 것은 상관없지만, 미국식의 제도는 정말 막아야합니다!!!
아~ 되자마자 이따위 소리나 하고...

2007-12-3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0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2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