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학은 시카고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카고에 간다고 하자 시카고에 출장을
자주 다녔던 친구 하나가 말했죠. 남부만 안가면 돼! 하지만 학교가 남부에 있어 남부에 안 갈 수가
없죠. 록펠러가 이 대학을 세웠을 때야 여기가 좋은 동네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시카고 대학이 없으
면 바로 우범지대가 되는 그런 곳입니다. 시카고 대학은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했으나 시카고 시장
이 극구 말려서 경찰력을 많이 배치하고 해서 그냥 이곳에 있다고 하네요. -대학 덕분에 그래도 주
거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대학이 이전하고 나면 바로 갱들의 소굴이 되고 맙니다. 대학에서 조금만
벗어난 곳은 다 갱들의 소굴이예요. 남서쪽으로 가 본 사람이 말하는데 경찰도 차선 무시하고 신호
무시하고 중앙으로 무조건 달리라고 한대요. 길 가로 다니거나 신호 지킨다고 정차했다가는 바로
차가 깨지고 사람도 다치는 곳이지요- 허나 그런다고 열 경찰이 한 도둑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학교는 59가에 위치하고 있고 미국 사람들은 47에서 63가 정도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는데 -횡단
했을 때 차로 15~20분 정도의 거리- 엊그제 새벽 1시경 공부를 마치고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귀가
하던, 12월 7일에 박사 졸업하는 한 흑인 학생이 총맞아 즉사했습니다. 그 하루인지, 이틀인지 전
에는 이 동네에서 제일 중심부인 55가 -여긴 슈퍼와 제과점, 장난감 가게, 우체국등이 모여있습니
다- 에서도 역시 심야에 총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2건이나 있었고요. 제가 이 곳에 3월 말에 와서
한국 엄마들을 5월부터 알게 되었는데 그때도 엄마들이 얘기해주더군요. 53가의 식당에서 강도가
들어 밥먹던 손님이 죽은 얘기, 길가던 미친놈이 총 쏴서 집 안에서 TV보고 있던 할머니가 유리를
관통한 총 맞고 죽은 얘기, 55가 슈퍼에서 강도당한 사람 얘기, 또 오후 5시에 강간당한 여자 얘
기... -겨울엔 3시 30분이면 해가 집니다. 여긴 학교덕에 주거지이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인적
은 거의 없죠. 그리고 마치 시골처럼 가로등도 어둡고 해서 해지면 미등이 아니라 상향등까지 켜고
운전합니다. 한국같으면 시골읍내도 그렇진 않을것 같은데 말이죠. 읍을 안가봐서 잘은 모르겠지
만 어쨌건 서울시내에서 그렇게 해 놓은 곳은 후미진 동네의 골목길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엔
그 얘기 듣고 너무 무서웠는데 며칠 지나니 잊혀지더군요. 그런데 잊을만하면 이렇게 또 사고가 나
네요. 그렇다고 아예 안 나갈수도 없고, 모든게 운이려니 생각하자니 그래도 무섭고... 당장 몇 안
되는 한국 친구 집에 놀러가려해도 최소 5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에 주차하면, 놀다 집에 가려고 나
오면 벌써 해는 져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는 다 길가에 주차해서 -한국이야 아파트들이 다 새 건
물이나 이 동네는 새 아파트라는 것이 30년 된 것이고, 지금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80년 된 건물
이죠. 그러니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다 갓길에 주차해요. 위법이 아니고요. 그러나 주차 할 수 있는
갓길과 아닌 곳의 구분이 다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일렬주차 장난 아니게 잘해요.
불과 앞뒤로 10cm밖에 여유가 없어도 다 능숙하게 주차하더라고요. 마치 서커스를 보듯 저는 눈
이 휘둥그레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요- 집 바로 앞에는 주차 공간이 없을 확률이 높죠. 얼마간은
걸어가야 주차를 할 테니까요. 사건의 여파로 다른 한국 아저씨들은 당분간이라도 집에 일찍 온다
네요. 해 질 무렵이나 6~7시에는요. 늦게 공부 시작해 바쁜 제 신랑은 여전히 셔틀버스를 타고 새
벽 2시에 귀가합니다. 물론 셔틀버스는 저희 아파트 길 건너에서 바로 정차하지요. 1분거리도 안되
긴 하죠. 하지만...
요즘 각종 랭킹에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아마도 무시무시한 범죄덕에 랭킹이 좀 떨어지
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내년엔 다른 학교로 옮길것 같은데 제발 그때까지 무사하길, 옮기
는 곳은 안전한 곳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어이구, 오금저려~ 아, 안전한 한국이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