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드디어 일주일앞으로 다가왔습니다. 9월 11일이 이사예요.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아휴, 해
도 해도 끝이 없어보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올때 어른 책은 줄이고 줄여서 가지고 왔는데, 애들책
은 줄일수가 없어서 그냥 다 가져왔더니 집에 책이 한 1500권이상이 됩니다. 거기에 이불과 옷들,
갖가지 장난감, 그릇을 다 쌀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오네요.
이사하기 하루 전에 부엌의 그릇과 냉장고의 음식들, 쌀과 기타 조미료 등등 부엌 살림은 차로 다
옮겨서 미리 정리를 할 예정인데 작은 차로 옮기려면 그 날도 시간이 엄청 걸릴것 같네요. 더구나
새 집에 다 싱크대 안에 수납까지 해놓고 올 예정이니까요. 왜 미리 옮기냐고요? 여기는 이사비용
을 시간당으로 받는답니다. 2시간이 기본인데 기본이 250달러, 그리고 한시간 추가때마다 98달러
가 붙는답니다. 그래서 짐은 미리 다 싸놓고, 가서도 본인들이 직접 다 정리한대요. 오직 이삿짐센
터에서 해 주는 것은 내려놓고 차로 옮기고 다시 올려다 주는 것이지요. 저희집은 책이 많아서 짐
이 좀 되는 편인데 사람들 말로는 부엌짐을 미리 옮겨놓고 빨리 하면 한 3시간 30분에서 4시간 걸
린다는군요. 그럼 4시간으로 잡으면 이사비용이 450달러정도 되겠지만 팁을 주면 500달러를 상회
하지요. 한국에서 이사하는 셈치고 돈을 좀 더 주면 편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
를 들어보니 이삿짐 싸러 오는 사람이 2~3이고, 한국사람들보다 힘은 세지만 일하는 속도가 느리
다나요? 시간당으로 돈 받아서 그런가? 한국식으로 짐 다 싸주고 엉망일망정 다 풀어주고 하면 팁
까지 족히 1500달러는 나올걸요? 그러니 다들 직접 싸고 풀고 난리랍니다. 이렇게 내가 다 싸고,
부엌짐을 미리 옮기고, 다 풀고 해도 500달러를 상회하는 돈을 내야한다니 으이구...
한국에서 이삿짐이 왔을때 박스를 반은 버리고 반은 혹시 몰라서 놔두었었는데 그 박스를 이용해
짐을 싸고 있습니다. 박스가 더 필요한데 또 다른 사람의 말을 듣자니 사려면 하나에 4달러는 줘야
한다는군요. 상점에서 진열할 때 가면 헌 박스를 얻을 수 있다는데 어제 돌아다녀 봤으나 박스가
있다는 곳은 한군데도 없더군요. 사자니 돈이 너무 아깝고 다시 전력투구해서 헌 박스를 얻으러 다
녀야겠습니다.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무슨 이사냐고요? 지금 집은 작년에 신랑이 먼저 와서 구한건데, 올해 제
가 와서 보니 좋긴 한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학교 아파트는 훨씬 싸거든요. 물론 훨씬 안좋죠. 그래
도 여긴 유치원비도 너무 비싸고 해서 힘들어도 이사를 가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려서 학교 아파트
로 들어간답니다. 카펫이 없어서 겨울엔 항상 슬리퍼나 양말을 신고 있어야하고 -미국은 바닥난방
이 안됩니다. 주로 다 카펫이 있는데 학교 아파트는 없네요- 80년 되어서인지 유리창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니 겨울엔 비닐로 창문을 다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 아파트는 괜찮
은데 제가 가는 학교 아파트는 관리인이 규정대로만 난방을 해주어서 겨울에 많이 춥다는군요. 그
래도 내복입고 난로피우고 있으면 견딜만은 하다고 하네요. 지금 집은 단열이 매우 잘 되어서 여름
에도 에어컨 한 번 안틀고 - 아니 에어컨이 뭐랍니까. 저는 매일 긴 소매 옷을 입고 있는데요- 있는
데, 새로 가는 집은 에어컨도 없을뿐더러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몇차례 가봤는데 찜통같이 덥더
군요. 그래도 돈 아끼자고 가는데 에어컨을 사고 카펫을 깔고 할 순 없잖아요. 그냥 참아야지요. 또
오래 살거라면 몰라도 내년에 학교 옮길 확률이 매우 높아서 아마 10개월만 살 것 같거든요. 아, 내
년에 학교 옮기면 여름에 한국갈때 다시 이삿짐을 싸서 창고에 맡겼다가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 또
풀어야 하는군요. 내년에 이사가면 잘 알아봐서 다시는 이사 안 갈만하게, 월세나 학군이나 다 고
려해서 잘 알아봐야지...
그리고 지금 집을 열나 깨끗하게 청소해야 합니다. 여기 있다가 이사간 사람 말을 들으니 사진 찍
어서 새 집으로 보낸답니다. 여기 이렇게 청소한했으니 우리가 사람사서 청소할거고 돈이 이만큼
청구되니 내라고 말예요. 퇴거수칙같은것을 받아왔는데 냉장고, 오븐, 욕실타일, 카펫, 벽등등 다
청소하라고 되어있어요. 안하면 욕실은 시간당 35달러, 벽은 시간당 또 얼마, 카펫도 얼마의 청소
비를 들여서 우리가 하고 네가 돈 내야 한다고 써 있고요. 그래서 요즘 열나게 욕실타일과 벽을 닦
고 있습니다. 원래 왔을때보다 더 깨끗해지는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제가 처음 상태를 모르니까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어요. 돈 안 물자면. 부엌짐을 하루 전에 미리 옮기고 냉장고와
오븐과 기타 싱크대도 열심히 닦아야지요. 아, 벌써 팔다리가 쑤시는군요. 이사가 끝나고 다시 짐
을 다 풀고나면 그로기상태가 되겠군요. 열심히 청소해도 사람인지라 잘 못보고 넘어간 곳이 있기
마련, 여기 있다가 이사간 사람을 둘 아는데 다들 400불을 조금 넘게 벌금을 냈더라고요. 저도 400
불이 목표랍니다. 카펫에 얼룩과 아이스크림 흘려서 끈끈해진 곳이 좀 있거든요. 애들 친구들이 와
서 물감도 흘리고 음식물도 흘리고 해서... 열심히 닦는데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퇴거수칙에 보
면 카펫은 150달러에서 2500달러까지 벌금을 물릴수 있다고 되어 있던데...
나중에 얼마의 벌금을 냈는지, 이사를 어떻게 해주는지 다시 올리지요. 한국 여자들 살기엔 역시
한국이 제일 편하군요. 다시 힘내서 이삿짐을 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