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밖에 나가지 않아 기온은 잘 모르겠으나, 창문으로 바라본 이곳의 하늘은 마치 한국의 가을
하늘 같습니다.
높고 구름 한점 없이 맑은데 어찌나 한국의 가을하늘 같다는 느낌이 드는지...
대다수 사람들에게 추석의 의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추석은 항상 설레는 명절입니다. 그것
은 일가친척을 만난다거나, 놀러는 간다거나 하는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오로지 가을이기 때문
입니다. 제 기억에 추석무렵이 되면 정말 선선해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짜 가을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추석전의 가을(?)은 시간상으로는 9월의 가을이라 해도 어쩐지
가짜같은 생각이 들고, 추석이 도래하면 그때즈음이야말로 진짜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
다. 추석전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고 다녔어도 추석이 되면 긴팔 소매옷을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을이 너무 좋습니다. 계절의 여왕이 봄이라 하지만 저는 가을이 좋습니다. 가을의 처연한
달밤이 사랑스럽고, 서늘한 바람이 잊혀졌던 추억들을 불러일으키는 낭만의 가을이 좋습니다. 낙
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것도 즐겁고, 낙엽쌓인 거리를 걷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길었던 해가 짧아
지면서 이르게 느껴지는 밤의 정취 역시 너무나 설레입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부는 밤길을 걷는
것은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도 흥분되는 일입니다.
아,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제일 사랑하는 가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 하늘을 바라보는데 정말이지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애국가 3절의 가사를 떠올리
게 합니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고 서정주 시인은 노래했지만, 저는 이렇게
높고 구름 없는 하늘을 보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합니다.